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9일 화상으로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중국과 러시아는 빼고,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공식 초청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 가치동맹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의 적대 전선에 미국이 섰으니, 이 회의에 초청된 한국을 비롯한 110개국은 미국 편에 줄 서라는 강박이다.
이미 중국의 경제 체제에 깊숙이 편입된 EU 회원국은 물론이고, 구소련의 동구와 중동 여러 나라가 이 회의를 반길 리 없다.
특히 한국 무역은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중국이 더 많고, 철도로 대륙에 진출하기 위해선 러시아와의 친선관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미국이 한국을 이런 난처한 상황에 내모는 것은 동맹국이 할 짓은 아니다.
사실 말이 좋아 ‘가치동맹’, ‘글로벌 리더십’이지, 이런 미국의 줄 세우기 행태는 외교적 폭력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대만 문제가 중국에, 우크라이나 문제가 러시아에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미국이 정확히 알고 이들을 정상회담에 초청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잔인성을 엿볼 수 있다.
1979년,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수교한 미국
1979년 1월, 미국은 중화민국(대만)과 단교하고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했다. 이때부터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공식화하면서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이 대만을 변절한 이유는 1967년 중국의 수소폭탄 실험과 1970년 대륙간탄도로켓(인공위성) 발사 성공 때문이다.
중국이 미 본토에 도달할 핵능력을 갖춘데 위협을 느낀 미국은 1971년 키신저를 보내 ‘핑퐁외교’를 시작하고,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직접 베이징을 방문해 모택동 주석을 만난다.
1976년 모택동 주석의 급서가 아니었다면, 미국의 대만 변절은 더 빨랐다.
이렇게 40년 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르던 미국이 지금 와서 중국을 포위하고 대만과의 연계를 다시 시도하는 것은 미국을 강타한 경제위기와 북한(조선)의 핵무력 완성에 따른 군사 패권의 몰락에서 벗어나 보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유로마이단 폭거와 미국의 음모
우크라이나는 본디 핵보유국이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에 핵무기가 그대로 남은 것.
1994년 미국은 핵무기를 러시아에 돌려주면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를 비핵화했다.
핵무기가 없는 우크라이나에 2013년 유로마이단 사건(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몰아내고 친미정권을 수립한 쿠데타)이 터졌다. 이에 2014년 러시아는 부득불 흑해로 진출하는 유일한 통로인 부동항 크림반도만 러시아로 합병하기에 이른다.
우크라이나가 친러 정권이라는 이유로 쿠데타를 조작해 친미 정권을 수립해버린 미국, 이런 미국이 정상회담에 우크라이나를 초청했으니, 러시아가 이 회의 참가자들을 어떻게 대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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