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2021GIS 축사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위해 대북백신지원과  민생분야 제재해제에 나서 줄 것을 제안했다. [사진제공-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2021GIS 축사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위해 대북백신지원과  민생분야 제재해제에 나서 줄 것을 제안했다. [사진제공-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3일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위해 미국이 먼저 자국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반대급부로 요구했던 민생분야 제재 해제에 대해 미국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사실상 요구했다.

박지원 원장은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Global Intelligence Summit, GIS)' 축사를 통해 단절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의 △대북 백신지원 △민생분야 제재해제 카드를 제시했다.

박 원장은 "오히려 미국이 더 담대하게 자국의 백신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모멘텀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완전 봉쇄한 이후 대화는 물론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데, 북한은 백신접종 계획도 없고 코백스 백신도 거절하고 있으니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현 상황을 해결해 나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하노이 회담 당시 북이 요구한 '정제유 수입, 석탄 및 광물질 수출, 생필품 수입' 등 반대급부에 대해 검토해 보자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적 실천을 통한 신뢰회복 조치'를 믿고 하노이에서 비핵화 프로그램인 '영변폐기'를 제시했지만 '자신은 지난 4년동안 ICBM발사 중단 등 핵 모라토리엄을 실천해 왔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제재 해제에 대해)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에 대해서도 "이제 열린 자세로 대화의 장에 나와 한·미가 검토 중인 종전선언을 비롯해 상호 주요 관심사를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북이 선결조건으로 말해 온 "'적대시 정책 및 이중기준 철회' 문제도 주요 관심사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고 하면서 조건없이 대화 재개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왼쪽부터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안드레이 체르네츠키 주한 벨라루스 대사, 앤드류 김 전 CIA코리아매션센터 센터장. 그레고리 트레버턴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의장과 청샤오허 중국 런민대학교 교수, 아나꾼 첨몽콘 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고문은 온라인 화상회의로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안드레이 체르네츠키 주한 벨라루스 대사, 앤드류 김 전 CIA코리아매션센터 센터장. 그레고리 트레버턴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의장과 청샤오허 중국 런민대학교 교수, 아나꾼 첨몽콘 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고문은 온라인 화상회의로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개회식에 이어 '정보와 지역평화'를 주제로 미국과 중국의 전직 정보기관장 및 외교안보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스페셜 세션에서는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이해관계국들의 입장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의장인 그레고리 트레버턴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75년이 지났으면 이제 과거로 넘겨야 할 일이다.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를 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좀 더 대규모적인 평화절차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한국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이 회의적,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심지어 제안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2018년 북미정상회담 과정에 직접 관여했던 앤드류 김 전 CIA코리아미션센터 센터장은 "종전선언이라는 주제가 지난 몇 달동안 한국에서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되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이에 대해 언급했을 때는 북이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 같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북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과의 협상 과정에서 협상의제였고, 그때는 북이 분명히 원하는 바였다"고 하면서도, "지금은 한미 당국간에 온도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당시에는 한국정부와도 협력하면서 합의서에 대해 하나 하나 아이템별로 정리가 되고 있던 상황이었고 한국정부의 입장에서는 거의 현실에 가까워지는 상황으로 기억할텐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잘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회의적일 수 있다"는 것.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미국내에서 냉소적인 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와 인내심을 갖고 협상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참여했던 6자회담에서도 평화체제 추진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하면서 종전선언으로부터 시작해 평화프로세스로 이어가는 구상이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프로세스 추진을 위한 하나의 방안인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협상가들이 정할 일이지만, EU나 나토와 같은 기구와 담당자가 있는 유럽과 달리 동북아시아의 다자주의는 기구도 담당자도 없다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념촬영.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념촬영.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청 샤오허 중국 런민대학교 교수는 "과거에는 북핵 미사일 프로그램이 가장 큰 위협이었으나 최근 지속되는 미중 전략경쟁은 동북아시아 역내 1차적인 위협이고 가장 큰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경쟁이 지속되면서 특히 역내 국가들의 외교적 공간이 줄어들고 선택을 압박받는 분위기에서 지역의 도전과제 중 하나인 북한 이슈를 다루는 것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그 전에는 '비핵화 관련 제재문제'를 같은 입장에서 봤지만 이제 서로 의견이 달라졌고, 북핵, 미사일 프로그램이 지난 2년과 같은 잠잠한 상황을 유지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북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며, "종전선언에 서명을 하더라도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상징성은 있고 동북아시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정부가 계속 평화프로세스 실현에 중요 행위자가 되겠지만 "인간안보 문제에 먼저 집중하고 그후 다른 사안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 벨라루스 국가보안회 위원장인 안드레이 체르네츠키 주한 벨라루스 대사는 종전선언-평화협정에 대한 전적인 지지의사를 표시했고, 아누꾼 첨몽콘 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고문은 북핵 및 미사일 활동이 지속될 것이라고 점치면서 내년 한국 대선에서 새로 출범할 정부의 대북입장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정책에 관심을 보였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