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크론 확산으로 팬데믹 이후 최다인 1만 3012명이 신규 확진자로 발표된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에서 직원들이 전광판에 표시된 이날 발표된 신규 확진 숫자를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에서도 오미크론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우세종이 됐다. 지난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월 셋째 주를 기준으로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검출률이 50%대에 들어선 것으로 발표했다.
우리나라 오미크론 검출률은 1월 첫 주 12.5%에서 2주 차 26.7%, 3주 차 50.3%로 대략 1주일을 주기로 두 배씩 늘었는데, 2~3일마다 두 배씩 늘어났던 덴마크와 영국, 오스트리아, 미국 등과 비교해 확산세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것을 알 수 있다. 방역 당국의 전략과 국민들의 참여에 따라 확산세를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오미크론의 놀라운 전파력을 생각할 때 앞으로 한국에 들이닥칠 감염 파도는 전무후무한 규모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통계상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델타에 비해 2~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을 찍고 있는 미국,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의 확진자 추이는 델타 유행 때보다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의 규모다.
하루 확진자 수, 많게는 수십 만 명
한국 내 오미크론 유행에 대한 예측은 시기와 수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략 2, 3월 중에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하루 확진자 수는 적게는 십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까지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방역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반장은 cbs 시사프로그램에서 오미크론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2월 내에 2~3만 명 이상이 될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는 매우 보수적인 전망에 속한다. 1월 중 우리나라 오미크론이 두 배씩 증가한 것이 1주일 주기였고, 1월 셋째 주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평균 5천 명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2월 말까지 5주간 2500명에서 8만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1월은 델타 감염 파도를 통제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기였던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방역 방침이 달라져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들에 대한 격리가 완화될 것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증가세를 완화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방역 당국은 당장 26일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의 경우 격리를 단축하기로 했는데, 확진자의 경우 현행 10일에서 7일로, 밀접접촉자는 현행 10일에서 격리 없이 수동 감시만 하는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력 때문에 확진자의 규모가 워낙 커 격리 대상의 수가 많아지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결정이다. 예를 들어, 의료 인력과 경찰과 교사, 전기나 수도 등 기초 인프라 가동을 위한 인력, 전 국민 생필품 조달에 필요한 운송이나 마트 운영을 위한 인력 등이 부족해지면 사회의 정상적인 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오미크론이 더 일찍 유행했고 확산 규모도 컸던 미국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27일부터 무증상자와 백신 접종 완료자인 경우에 한해 비슷한 방식으로 격리 단축을 하고 있다.
격리 기간 단축은 방역만 생각할 수 없고 사회 인프라를 정상 가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만,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력과 맞물려 앞으로의 방역에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의료체계 붕괴 없이 견디는 게 목표
그간 오미크론이 델타에 비해 중증화와 치명률이 수 배 낮아 독감과 같이 풍토병화 될 징조라고 해석하는 낙관론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덴마크 혈청연구소는 지난해 11월 21일과 12월 19일 사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19만 명의 사람들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오미크론 감염 시 입원율이 델타 감염에 비해 34% 낮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 건강 보안국(UK Health Security Agency)의 유사한 연구도 오미크론의 입원율은 델타에 비해 47% 낮은 것으로 보고했다.
이에 비춰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델타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보더라도, 감염 규모가 수배 커진 상황에서는 입원환자의 절대 숫자가 델타 유행 때보다 높아질 수 있다.
오미크론 유행에 직면한 지금 우리 방역 당국은 방역 체제 정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감염 파도의 정점에 이르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 확진자 규모를 할 수 있는 한 작게 유지해 의료체계 붕괴 없이 견뎌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델타 변이의 감염 파도가 한창이던 12월 하루 신규 확진자 7천 명대일 무렵 병상 확보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오미크론으로 신규 확진자가 수만 명 이상으로 치솟게 되면 의료진은 비슷한 규모 혹은 더 큰 규모의 입원환자들을 돌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중증환자 수를 조절하는 한편, 확진 초기에 먹어야 효과가 있는 치료약을 제 때에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고령층과 기저질환이 있는 확진자들을 빨리 찾아내는 일이 관건이 된다.
▲ 자가진단키트 검사는 직접 오미크론 대응체계가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26일 오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 '자가 진단 키트' 사용법 안내 영상이 상영되는 가운데 검사자가 신속 항원 검사를 스스로 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일찌감치 우세종이 된 광주, 전남 평택, 안성 등 4개 지역은 이날부터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고, 고위험군에 대해서만 기존 유전자 증폭 검사(PCR)를 한다. ⓒ 연합뉴스
이는 어렵지 않은 일처럼 들리지만, 감염 파도가 커져 코로나19 테스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면 검진 역량을 초과하는 문제가 생긴다. 가장 정확도가 높은 PCR 테스트는 하루 70만 회가량만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방역 당국은 26일부터 지역별로 PCR 검사 대상을 고령층과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로 특정하고 그 외의 대상은 신속항원검사로 대체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신속항원검사는 PCR에 비해 정확도가 50% 안팎에 그칠 뿐 아니라, 특히 무증상자들의 경우 양성으로 판단되는 확률이 20% 선이기 때문에 방역에 충분한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격리 기간 단축과 함께 감염 고리 끊기가 비효율적으로 될 가능성이 일부 있다.
다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 이미 관찰한 것처럼 오미크론의 유행은 역대급 증가 추세라는 특징을 갖고, 현재 우리의 목표가 최대한 증가세를 늦추는 동시에 위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빠르게 추려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사회 인프라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PCR이라는 정확도 높은 진단 역량을 고위험군의 대상자들에게 우선 사용하는 체계인 것이다.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
부스터 샷 접종과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들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델타보다 크게 떨어져 '물백신'이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지만, 위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다는 연구는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앞서 언급한 덴마크의 연구 역시 백신 접종은 델타와 오미크론 모두에 대해 입원율을 1/4로 줄이는 것으로 나와 있다. 다만, 백신 접종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보호 효과가 감소하는 만큼 마지막 접종이 수개월 된 사람들에게 재접종은 중요하다. 개인으로서도 중증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고, 의료 체계 부담도 최대한 덜어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1월 18일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신의철 바이러스 면역연구센터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세포·분자면역학>에 이 기작을 규명한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백신으로 우리 체내에서 만들어진 항체는 오미크론을 감지해 감염을 막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그렇더라도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우는 T세포 항원 결정기(Epitopes)는 85-90% 유지된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에 30여 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있어 항체가 결합해 감염을 막는 부위가 인식이 잘 되지 않지만, 바이러스와 싸우는 우리 몸의 기작은 백신 접종을 통해 경험한 대로 기억하고 작동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백신 접종을 하면 중증도와 사망률을 낮추게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 2021년 12월 21일 오전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찾아가는 학교 단위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소아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이 중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아청소년은 고령층에 비해 중증도는 훨씬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오미크론의 유행이 지나는 동안 거의 모든 사람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되는 만큼 소아청소년층에서의 중증 환자 숫자도 증가하게 될 수밖에 없다.
'오미크론과 어린이들: 미국 여러 지역의 소아과 병실이 빠르게 차고 있다(Omicron and children: Pediatric hospitals in parts of U.S. filling fast)'라는 제목의 지난해 12월 24일 자 <워싱턴포스트>는 23일 동안 하루 코로나19 확진 혹은 의심되는 어린이 환자의 입원이 전국적으로 1987명 집계되었으며 이는 지난 10일간 31% 증가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당시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31만 명대 수준이던 때로, 미국에서 오미크론 감염 파도는 1월 상반기 들어 하루 평균 70~80만 명을 기록하다가 감소세로 들어섰다. 같은 기사는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5세 미만의 아동들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영국의 12월 19일까지 통계를 인용해 0~4세는 10만 명당 3.64명이 코로나19로 입원했는데, 이는 백신 접종이 진행된 5~14세보다 3배 높은 수치라고 했다.
지난 24일 tbs의 시사프로그램에서 한림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오미크론으로 확진자 규모가 늘면 30~50%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소아청소년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3월 들어 개학을 하게 되면 확산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소아청소년 백신의 효과에 대해서는 유익성이 크다는 것이 데이터 상으로 충분히 확인되어 있다"라고 강조했고,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아나필락시스나 심근염과 같은 중증 이상반응은 18세 이상에 비해 낮다"라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5~11세 아동의 29.1%가, 12~17세 아동들의 65.7%가 적어도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한 것으로 집계되는데 심각한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는 지금까지 제기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진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달라진 전파 양상에 맞춰 방역의 우선순위도 달라지고 있다. 개인으로서는 감염 시에 중증화율을 낮출 수 있도록 백신을 접종하는 한편, 의심되는 상황에는 열심히 검진을 받고 몸이 아플 때는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충분히 쉴 수 있게 신경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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