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 명령 떨어지면 지금이라도 진격할 것”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러시아군이 “오늘 밤(미국 시각)이 가기 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공격이 준비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공격 개시 시간과 침공 경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전면 공격을 피할 시간은 남았다”며, 러시아의 자제와 대화를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공화국 지역에 진입했다고 이날 밝히기도 했다.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의 러시아군 병력의 거의 100%가 공격 준비를 위한 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 친러 공화국들의 군사 원조 요청 서한을 공개하고 키예프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배치된 19만명가량의 러시아군의 거의 전부가 침공 개시에 필요한 위치로 이동했다며 “그들은 진격 명령을 받으면 지금 진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군 병력은 우크라이나 국경으로부터 5~50㎞ 떨어진 곳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격 명령만 하달되면 즉각 공격할 태세를 마쳤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군의 공세는 미사일 공격, 전투기 공습, 특수부대 작전, 수륙양용 장갑차를 이용한 상륙, 지상군 진격 등의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러시아군의 침공 개시 시점에 대해 <뉴스위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8시간 이내일 것이라는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에서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요 정보를 교환하는 ‘파이브 아이스’에 속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24시간 이내”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공격을 개시한다면 친러 세력이 주장하는 공화국 두 곳을 최근 푸틴 대통령이 국가로 승인한 돈바스 지방만을 노릴지, 우크라이나 정부군 장악 지역을 타격할지는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 푸틴 대통령이 친러 공화들을 국가로 승인한 21일 이후 이곳에 러시아군 진입이 목격됐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돈바스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의 침공을 격퇴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푸틴 대통령한테 보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타스> 통신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러시아대사관에 소개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날 오후 러시아대사관 건물에서는 러시아 국기가 내려진 상태이며 우크라이나 경찰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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