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김만배 파일 보도에 논조별 온도차
선관위 뒷북 투표대책에 논조 막론 우려 내놓은 신문들
대선 D-1이자 여성의 날, 신문들의 내놓은 의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불법 대출 비리를 덮었다는 새로운 녹취록과 대화파일이 공개됐다. 대선 직전 다시 떠오른 ‘봐주기 수사 의혹’을 다루는 신문들의 온도차는 달랐다. 몇몇 신문은 이를 대선 막판 주요 변수이자 대장동 수사의 한 축으로 꼽은 반면 일부 신문은 이를 둘러싼 여야 정치공방을 전하는 데 그쳤다.
뉴스타파는 김만배씨가 지난해 9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을 만나 나눈 대화 음성파일을 지난 6일 밤 공개했다. 김씨는 대화에서 자신이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브로커로 알려진 조우형씨를 박영수 변호사(전 특별검사)에게 소개시켜줬고, 박 변호사와 가까운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수사를 무마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김씨는 “당시에 윤석열이 (중수부) 과장. 박OO이 주임검사”라며 “(조씨가) 진짜로 갔더니 (박OO 주임 검사가) 커피 한잔 주면서 ‘응 얘기 다 들었어. 들었지? 가 인마’ 이러면서 보내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등 내용을 발언했다. 이는 앞서 공개된, 남욱 변호사가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중수부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는 진술 내용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한국일보는 검찰이 김씨가 당시 박영수 변호사를 연결해 준 대가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소개비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는 보도를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은 지난해 12월 김만배씨로부터 “2011년 2월 조씨가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을 당시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시켜 준 사실이 있다”며 “소개비 명목으로 금전을 수령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김만배씨는 검찰이 김만배·정영학 녹취파일에 담긴 “(조)우형이 사건 때 뭐 1500인가 얼마 주길래 그거 받은 것뿐이 없어”라는 김씨 발언을 제시하자 이같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로 전하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강조하는 사설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대장동 사태 초기부터 ‘김만배가 박영수와 윤석열을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의혹이 상당했다. 실제 대장동 초기 사업자들이 부산저축은행에서 1,800억 원을 대출받는 과정의 의혹은 윤 후보가 주임검사였던 2011년 수사에서 석연치 않게 제외됐다”며 “참고인 조사만 받고 입건조차 되지 않았던 대출 브로커 조씨는 3년 뒤 수원지검 대장동 수사에서 구속기소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그러면서 “녹취록의 등장 시점이 석연치 않긴 하지만 대장동 사건 초기부터 불거진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의 실체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규명해야 한다”며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는 대장동 사태의 또 다른 한 축이다. 국민의힘은 김만배씨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체적 진실 규명에 대한 요구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선을 눈앞에 두고 또 다른 대장동 뇌관이 터졌다”며 “윤 후보는 앞뒤 설명 없이 ‘거짓말’이라고 자른 김씨 음성파일과 수사무마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히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후보가 그간 “(조우형을) 본 적도 없다”고 했고, “석열이 형” “윤 후보와 싸운 적도 있다”고 한 김씨는 상갓집에서 눈인사 한두번 한 게 전부라고 해 온 점을 지적하며 “대장동 사건 당사자의 음성이 나온 만큼 의혹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또 보도가 나오기 수 시간 전 윤 후보가 언론노조를 “민주당 정권 전위대”라며 힐난한 점도 ‘물타기 시도’라 비판했다. “뉴스타파가 녹음파일에 대한 반론을 윤 후보 측에 요구하자 ‘물타기’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언론노조는 방송과 통신, 신문 등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PD·출판·기술직 등이 모인 노동조합”이라며 “뉴스타파도,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의혹을 처음 보도한 SBS도 모두 언론노조 소속”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은) 천문학적 수익을 얻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초기 자금을 불법으로 빌려준 사건”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게다가 김씨의 누나가 윤 후보 부친의 집을 사들인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해당 보도를 둘러싼 여야의 정치권 공방을 다루는 데 그쳤다.
이들 중 유일하게 사설에서 관련 사건을 언급한 국민일보는 이 후보 측을 겨냥하는 맥락에서 이를 다뤘다. “입맛에 따라 조금씩 공개되는 녹취록에 따라 각 후보 진영이 공수를 바꾸는 일이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며 “이 후보는 최근 선대위에 윤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주문했다고 한다. (…) 외부에서 보기엔 검증이 아닌 네거티브를 주문한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 뒷북 투표대책에 신문들 각종 우려 지적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긴급 전원회의를 열고 오는 9일 대선 본투표에선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도 임시 기표소가 아닌 일반 기표소에서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5일 사전투표에서 빚어진 ‘바구니 투표’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 대책이다.
사전투표일 개별 투표용지가 들어가야 할 봉투에 다른 투표용지가 들어있던 상황에 대해선 “세 군데가 확인 됐고 계속 확인 중”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때 투표용지를 발급 받았지만 혼선을 이유로 기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따로 투표용지를 재배부할지는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9개 아침신문 모두 관련 소식을 1면에 전했다. 신문들은 이들 대책이 혼란을 막을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를 내놨다. 한겨레는 “‘뒤늦은 대책’에도 혼란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일반 유권자가 오후 6시 투표 마감 직전에 몰리면 확진자와 격리자 투표 시작 시간은 늦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우려를 전하는 한편 대책 발표에도 여전히 허점이 남아있다며 신분확인을 마친 상태로 대기하다 투표소를 나온 확진자의 경우 “실질적으로 피해 사례를 구체할 방법을 내놓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면에 선관위가 “확진자도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부 반대를 묵살하고 ‘대리 투입’ 방침을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수도권 구·시·군 선관위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과 직원 일부가 지난달 중앙선관위에 ‘확진자 투표용지 대리투입’ 방침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지침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비확진자의 투표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임기시표소가 다수 운영되는 현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고령자와 장애인, 임신부 등 이동약자들의 경우 일부 자치수가 임시 기표소를 운영해 임시 봉투 등에 담아 사무원이 투표용지를 대신 넣는 방식이 이미 활용돼왔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이 투표방식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선거당국은 현행 운영 방식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세계일보와 중앙일보 제주에서는 사전투표함이, 경기도 부천에서는 사전투표 우편물이 선관위 사무국장실에 보관돼 있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부천시의 경우 사무국장실 CCTV가 종이로 가려져 있었다고 한다. 여야가 모두 사전투표 부실관리를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조선일보는 1~3면 머리기사에 관련 소식을 올리고 국민의힘의 노정희 선관위원장에 대한 단독 사과 요구 등을 다뤘다.
대선 D-1이자 여성의 날, 대선 여성의제 비춘 경향·한국·한겨레
대선 전날이자 ‘세계 여성의 날’이 맞물린 8일 신문들은 여성의날을 기념하는 기획 기사도 내놨다.
경향신문은 17~19대 대선 투표율을 분석해 “여성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편견을 사실이 다르다는 ‘팩트체크’ 기사를 냈다. 전국 성별 투표율 차이를 보면 18대부터 여성 투표율이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경향신문은 “그중에서도 20대 여성은 전체 성별과 연령대별 그룹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적극적 투표 참여자”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12면엔 지난 5년 간 여성 12면에선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육아 노동에 대해 ‘경력인정서’를 발급하는 조례를 만든 서울 성동구의 실험을 다뤘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성의 경력단절 사유 1위가 ‘결혼’에서 ‘육아’로 바뀌었다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분석 결과도 함께 전했다.
한국일보는 1면과 14면에서 ‘거꾸로 가는 대선 시계’를 다뤘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롯한 4명의 후보가 성별 임금공시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이번 대선엔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만 공약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지난 대선 때는 여성 장·차관 비율 할당제를 공약한 4명의 후보(정당)에 들었지만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반대 입장으로 바꿨다. 이 후보는 현재 비율인 30%를 유지하겠다고 했고 심상정 후보는 50%를 공약했다.
젠더폭력 관련 공약도 전반적으로 퇴행했다. 윤 후보 캠프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10대 공약으로 내놓고 성범죄에 대한 무고죄 처벌 강화도 공약했다. 한국일보는 한국의 무고죄가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주요 국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데다, 성범죄 무고 피고인이 무죄를 받은 비율(5.1~7%)이 전체 형사범죄 무죄율(1%)보다 훨씬 높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젠더정치연구소와 함께 8개 정당에 각 캠프 운영 실태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고 이를 검증한 결과, 선거대책위원장과 본부장 등 선거캠프 고위직책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경우 13명 중 11명(85%)가 남성이었고 국민의힘은 9명 중 7명(78%)이 남성이었다. 한겨레는 이번 대선에서 성평등 의제가 다뤄진 흐름을 보면 “20대 남성 표심 잡기에 나선 정치권의 여성 배제 정치가 전면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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