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3차 협상을 갖고 민간인 대피 통로 개설에 다시 한 번 합의했다. 지난 2차 협상 때도 이같은 합의를 도출했지만 러시아군이 피난민에 포격을 가한 바 있어, 합의가 실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7일(이하 현지 시각) 2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벨라루스 서남부에 위치한 브레스트주 '벨라베슈 숲'에서 만난 양측 대표단은 3시간 가량의 협상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사항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협상 이후 "상황을 크게 진전시키는 결과를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인도적 통로 개설에 있어서 작지만 긍정적인 진전을 거뒀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 협상 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 역시 협상 직후 "러시아는 인도적 통로 개설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내일(8일) 이 통로들이 가동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합의 이후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는 <AFP> 통신에 "8일 오전 10시 (한국 시각 오후 4시)부터 러시아는 '침묵 체제'에 돌입하고 인도주의 통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적 통로가 개설되는 지역은 수도인 키이우와 동부의 제2도시 하르키우, 도네츠크 주의 마리우폴 및 동부 하르키우 인근의 수미 등이다.
양측은 지난 2차 협상 때도 인도적 통로 개설 및 일시적 휴전에 합의했으나 러시아 측이 대피하는 피난민에게 포격을 가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 실제 피난이 이뤄지지 못했다.
인도주의 통로 개설 외에 양측은 이날 협상에서 현 상황을 중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우크라이나 측 포돌랴크 고문은 "핵심적인 정치 부문에서 강도 높은 협의가 계속 있을 것"이라며 추후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 메딘스키 보좌관 역시 "우리는 협상에 앞서 많은 문서를 준비했고 의정서 정도를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측이 문서를 가져갔다. 이후 회담에서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그는 "정치와 군사적 측면에 관해 논의가 있었으나 대화는 어렵게 진행됐다"며 자신들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에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4차 협상에 대해 "정확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벨라루스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현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이후 협상의 여지를 을 열어둔 것과 함께 외무장관 회담도 계획하고 있어 상황이 변동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7일 "오는 10일 안탈리아 외교 포럼을 계기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3자 회담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3자회담을 거론했으며,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도 회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전화통화에서 3자 회담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 역시 <AFP>통신에 "그러한 회담이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터키의 주재로 3국 외무장관 회담이 성사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위급 인사가 만나는 것으로, 상황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지만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후 러시아제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러시아와 가까운 행보를 보여 왔다. 또 우크라이나에도 무기를 판매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터키가 협상을 기획하고 있는 안탈리아 외교 포럼은 외무부에서 매년 터키 남부의 휴양도시인 안탈리아에서 개최하는 외교‧안보 행사로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개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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