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새 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했다. 윤 당선자는 그를 “경제·통상·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은 분”이라고 소개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 출신로 무난한 인사인 동시에 신선함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신문에서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려는 발탁이었다는 지명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올드보이’로 청년층과 소통이나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을지, 당선자 주변 공신그룹에 휘둘릴지 모른다는 등의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위한 300억원 대의 예산안을 청와대가 오는 5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원래 윤 당선자 측은 이전 비용으로 예비비 496억원을 추산했는데 이중 합동참모본부 이전 관련 118억원을 제외한 300억원 대의 예산을 청와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전히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윤 당선자가 제주 4·3 74돌 추념식에 참석했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자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아직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새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남로당 무장폭동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며 이를 진압하려다 희생당한 군경의 피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여소야대 의식한 인사?
윤 당선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안정과 통합,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고려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며 “‘깜짝 인선’으로 상징성과 주목도를 높이는 대신 안정감에 방점을 찍었다”고 했다. 이어 “불리한 국회 의석 구조, 대선 뒤에도 이어지는 진영 대치 정국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총리 인준부터 초반 정책 과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협조를 어디까지 끌어낼 수 있는지에 ‘윤석열-한덕수’ 체제의 순항 여부가 달렸다”고 보도했다.
윤 당선자의 부족함을 고려했다는 측면도 부각했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자의 보완재 성격이 짙다”며 “고령의 전임 총리를 국정 전면에 불러내면서 다양한 국정 참여 경험을 강조했다. 윤 당선자가 정치 입문 8개월여만에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국정 운영에 중량감을 실어줄 인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만평에선 장대 높이뛰기에서 172석의 민주당이라는 허들을 넘기 위해 한 후보자를 택했다고 비유했다. 원래 가지고 있는 장대의 길이는 짧지만 한 후보자의 ‘참여정부 요직 이력’이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넘게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와 달리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및 경제수석을 맡았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지냈다.
한겨레는 1면 톱기사 제목 “‘올드보이’ 한덕수 청문회 돌파 카드”에서 한 후보자 지명의 배경과 평가를 담았다.
비슷한 취지로 국민일보 만평에선 한 후보자가 “무엇을 그리 맛있게 드시고 계셨습니까?”라고 묻자 윤 당선자가 “아~ 이거 ‘안전빵’이라고”라고 답하는 장면을 담았다. 국민일보도 3면 기사 “盧정부 마지막 총리 역임…국회 인준 고려한 ‘통합형 인사’”에서 “한 후보자가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데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중용됐던 점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신선함 없는 올드보이”, “시대감각 맞겠느냐”
풍부한 경륜과 정파성에서 자유롭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아쉽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 “尹정부 첫 총리 한덕수 지명, ‘경륜과 협치’ 기대 부응하길”에서 “한 후보자의 선택을 마냥 흡족해하는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새 정부의 첫 인선인 만큼 윤 당선자가 새 시대를 알리는 신선한 인물을 발탁해주길 바라는 국민의 변화 욕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사회의 도약을 주도하는 2030세대와 교감하며 정책을 총괄하기엔 시대감각이 맞겠느냐는 말도 나온다”며 “국민의 이런 아쉬움과 우려를 해소할 책임은 윤 당선자와 한 후보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이념 편향 정책으로 상식과 정도를 이탈한 국정 진로를 바로잡아 대한민국을 새로운 번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 부제를 “신선함 없는 ‘올드보이’ 평가”라고 달고 “민주당은 15년 사이 새로 부상한 시대적 가치와 과제에 부응할 인물인지 우려를 제기한다”며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안정에 기반을 둔 변화 의지를 보여주느냐가 검증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한 후보자가 책임총리를 실제로 구현하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사설에서 “한 후보자는 정권교체에 직접 기여 없이 ‘낙점’됐고 인수위는 이미 별도로 가동되고 있다”며 “그가 공신그룹이나 ‘윤핵관’ 그룹에 휘둘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총리가 장관을 제청하고 장관은 차관을 추천하는 식의 인사 시스템이 정착되면 지금보다 훨씬 청와대 권력이 분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총리·책임장관 정착은 윤 당선자의 실질적 의지에 달려 있고, 한 후보자도 마지막 공직이란 자세로 강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이전 예비비, 이번주 국무회의서 처리하나
경향신문, 한국일보, 동아일보 등의 보도를 보면 청와대는 이르면 이번주 초에 국무회의를 열어 집무실 이전 초기 비용을 위한 예비비 편성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윤 당선자 측에서 합참 이전 관련 비용을 빼고 청와대에 요청했는데 이는 ‘안보 공백이 없아야 한다’는 청와대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연합훈련이 오는 18일 시작하는 것을 감안해 합참 이전은 뒤로 미루고 일단 청와대와 국방부의 이사부터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예비비를 승인하더라도 이사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취임 직후인 5월10일부터 용산에서 임기를 시작할지는 미지수다.
용산 이전에 대한 비판 칼럼도 나왔다. 경향신문 정치부장의 “울림 없는 ‘당선인의 25일’”을 보면 윤 당선자가 해외정상들과 통화한 것을 비롯해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꼬리곰탕을 먹고, 인수위 근처 식당에서 인수위원들과 김치찌개를 먹는 등 ‘먹방 소통’ 행보를 했다. 명동성당 무료급식소에서 ‘밥퍼’ 봉사를 했고,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며 그간의 행보를 요약했다.
이 신문은 “그런데 뇌리에 남는 일은 다른 거다. 우선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이전 추진”이라며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동에 따른 안보 공백과 이전 비용 등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는데도 강행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론 수렴은 없었다”며 “‘충분히 검토했다’던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시민에 재앙’이라는 말로 접었다”고 했다.
첫 행보가 집무실 이전 이슈였는데 그 방식이 일방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윤 당선자 측은 정권교체라는 단절적 측면만 강조하면서 기존 정부와 불협화음을 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4·3추념식 참석, 조선 “남로당 폭동, 군경피해 잊지 말아야”
윤 당선자가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당선자로 처음 4·3추념식에 참석한 소식을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등이 1면에 배치했다. 다수 신문에서 관련 사설도 냈다.
경향신문은 사설 “윤 당선자 4·3추념식 참석, ‘갈라치기 정치’ 중단 계기 되길”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74년이 됐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는데 가장 큰 원인은 4·3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라며 “4·3은 그 성격에 대해 국민적 역사적 평가가 이뤄졌으니 더 이상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며 이념적으로 편가르기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관련 사설에서 “윤 당선자의 추념식 참석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앞으로도 4·3의 완전한 해결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적·제도적 걸림돌이 없도록 새 정부와 국민의힘이 지속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정치권은 여야 없이 4·3을 비롯한 수많은 현대사의 비극을 치유하는데 힘을 합치는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기 바란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공권력의 피해에 주목하며 색깔론을 폈다. 사설 “제주 4·3 위로 속에 군경 피해자도 잊지 말아야”에서 “제주 4·3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막으려는 남로당의 무장 폭동이 도화선이 됐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나라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반란을 일으키면 군과 경찰은 당연히 진압해야 한다. 진압 과정에서 남로당과 무관한 민간인들도 억울하게 피를 흘렸다고 해서 북의 사주를 받은 국가 반역 행위가 있었다는 본질 자체가 흐려져선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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