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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서랍 속에 처박힌 차별금지법, 우리가 꺼내러 간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4/24 09:20
  • 수정일
    2022/04/24 09:2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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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3일 국회 앞서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요구하는 문화제 열려

 

 

"지천이 투쟁입니다. 장애인들이 '함께 살자'고 출근길에 권리를 요구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여성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우리들은 국회 앞에 나와 있습니다. 두 활동가가 '평등을 저버리지 말라'고 곡기를 끊은 지금, 투쟁은 말 그대로 목숨이 되었습니다" (남웅 성수사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노동자, 이주민 등 사회의 '차별'에 저항하는 이들이 한 데 모였다.

23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쟁취 집중문화제 '평등으로 승리하자'가 개최됐다. 현장에선 휠체어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피켓을 건 장애인 활동가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유니폼을 입고 나선 노동자들, 무지개 색 마스크와 팔찌 등으로 무장한 여성 및 성소수자 활동가들 등 다양한 시민사회 구성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차별금지법의 즉각 제정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몇몇 사람들만의, 어떤 영역만의 요구가 아닌 이 사회의 모든 사회 구성원, 모든 공적 영역에 있어 중요한 법"이라 강조하며 "차별을 지금 당장 금지하라는 요구는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라고 주장했다. 

▲문화제 '평등으로 승리하자'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민들 ⓒ프레시안(한예섭)
▲문화제에 참여한 참여자들. 이주민들을 위한 '이주구금 없는 세상' 현수막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문화제에 참여한 참여자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피켓을 걸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두 활동가, 이종걸 공동대표와 미류 책임집행위원의 단식농성이 13일째에 접어든 날이었다. 이 대표와 미류 위원은 지난 11일 국회와 정부 등에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무대에 오른 이 대표는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투쟁들이 있었고, 그렇게 시민들의 힘으로 지금의 차별금지법 제정 국면을 만들었다"며 "이 수많은 (투쟁의) 과정들을 기억하고, 이 국면을 넘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단식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단식투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왜 지금 4월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하느냐고 언론이 많이 묻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오히려 '왜 지금이면 안 되느냐'고 되물으며 싸워왔다"며 차별금지법 '즉시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류 위원은 '평등'이라는 책임을 방치하고 있는 정치권의 "나태함"을 비판했다. 미류 위원은 "예비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혐오의 선봉대가 되어 있다, (민주당은) 입법과제들은 다 팽개치고 검수완박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우리 삶을 논하는 정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 한심한 정치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시민의 힘으로 밀어올린 평등의 약속, 차별금지법이 지금 저 국회 안 서랍 속에 처박혀 있다"며 "국회를 흔들어서 우리가 그걸 꺼내보자"고 제안했다.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는 미류 위원(중앙)과 이종걸 대표(오른쪽) ⓒ프레시안(한예섭)

정치권에서 차별금지법은 주로 '동성혼 합법화'를 위시한 성소수자 이슈로 제한되어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날 문화제에선 성소수자는 물론 여성, 이주민,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등 구조적 차별에 저항하는 모든 이들이 참여해 차별금지법이 '모두를 위한 법'임을 강조했다. 

37년간의 복직투쟁 끝에 지난 2월 한진중공업에 복직 후 퇴직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이날 현장을 찾아 "장애인들의, 성소수자들의, 이주 노동자들의, 여성들의, 비정규직들의 세상은 '먼저 죽은 이들의 유언'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차별 투쟁의 역사를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은 "비인간이었던 이들이 비문명적 방식으로 싸워온 결과 이 세상은 문명을 말할 수 있게 됐다"며 "결국은 우리가 이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을 독려하기도 했다. 

최근 출근길 지하철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투쟁을 재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박경석 대표도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무대에 오른 박 대표는 "전장연은 20년 전에도 지하철 선로로 내려가며 싸웠는데, 요즘엔 혐오세력이 대한민국의 모든 투쟁을 우리가 다 하는 것처럼 가짜뉴스를 퍼뜨려 줘서 이렇게 조금 떴다"며 짧게 소감을 말한 후, 민중가요 '노동의 새벽'을 개사한 '탈시설의 새벽'을 부르는 것으로 발언을 대신했다. 

▲발언하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 ⓒ프레시안(한예섭)
▲발언하고 있는 박경석 대표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현장엔 이외에도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남웅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 등 여러 시민사회 단체의 활동가들이 무대에 올라 연대의 뜻을 밝혔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별개의 발언 일정 없이 현장을 찾았고, 국악·스카음악 밴드 유희스카, 비혼퀴어페미니스트 합창단 아는언니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게이코러스 지보이스 등이 참석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모든 현장 행사는 현장 수어통역과 유튜브 문자통역을 동반하여 이루어졌다. 

오후 5시에 마무리된 문화제 이후, 현장 활동가들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까지 행진했다. 사회를 맡은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해당 행진이 "172석을 가지고 2년이 지날 때까지 (차별금지법) 논의 한 번 붙여보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에 "도대체 차별금지법을 왜 아직도 못 만드느냐, 왜 아직 논의 시작도 못하고 있느냐"고 물어보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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