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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손떼는 선거수사 “공소시효 등 보완 필요”

등록 :2022-04-24 18:09수정 :2022-04-25 02:43

 
 
뉴스분석 l 쟁점 떠오른 ‘선거수사 공백’

선거전담 검사들, 중재안 비판
“당장 6·1 지방선거 수사 구멍”
경찰은 “상당부분 경찰도 해와”
공소시효 6개월로 짧아
신속 압수수색·증거확보 걸림돌
“검찰 보완수사 열어주는 방안도”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들머리에 있는 검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들머리에 있는 검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여야가 합의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중재안에서 검찰이 ‘야합’이라며 특히 날을 세우는 대상은 검찰 직접 수사 범위에서 선거범죄를 삭제한 부분이다. 과거 공안부(현 공공수사부) 검사들이 전문성을 자랑하던 수사 분야이다.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지방선거 때마다 여야 모두 금배지와 당선증 수십개가 검찰 기소로 위태로워지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법원에서 당선무효 판결로 이어졌다.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선거범죄 수사를 경찰에 떼어주면서 당분간 발 뻗고 자게 됐다는 비아냥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반면 선거범죄 수사 공조를 강조해온 경찰에선 검찰 직접수사 사건보다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검찰이 지나치게 수사 능력을 과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역·유력 정치인 사건을 검찰이 골라 가져가면서 여의도와 지역 정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24일 전국 선거전담 평검사들은 입장문을 통해 “여야 합의안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폐지된다면 당장 6·1 지방선거에서 수천건의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될 것이다. 선거법 적용 대상인 국회의원들이 검사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명백한 이익 충돌”이라고 밝혔다.
 
현재 선거범죄 수사는 검찰은 물론 경찰도 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자체 조사 내용을 주로 검찰에 수사의뢰·고발하는데, 검찰은 보통 수사지휘 형식으로 경찰에 이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거범죄 수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짧은 선거기간에 전국에서 동시다발한다. 지역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도 쉽지 않다.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한 가짜뉴스 등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등 주관적 범죄 구성요건이 많아 법리도 까다롭다. 정작 수사를 마치고 당선자 등을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공소시효는 6개월로 짧다.
 
검찰은 자금추적, 디지털증거분석, 회계분석, 사이버추적 등 사실상 특별수사에 준하는 수사 역량을 선거범죄 수사에 투입해 왔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24일 “선거범죄 수사는 검사도 해본 사람만 알 정도로 복잡하다. 물론 경찰과 선관위도 관련 수사와 조사를 많이 한다. 검찰은 그 가운데서 선거 풍토에 영향을 주는 중대 사안을 직접 수사하는데, 그것까지 못 하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선거범죄는 성립 자체가 어려워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검찰 내에서도 수사할 수 있는 검사들이 한정돼 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수사하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들에게 유리하게 짜인 합의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선거범죄는 처벌 법리 짜기가 힘들다. 여야 상관 없이 정치인들은 선거범죄 수사가 가장 중요할 텐데, 이번 합의안은 의기투합한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 검찰과 사건을 나눠 맡는 공조 체계가 구축돼 있는데다 실제 처리하는 선거범죄 상당수가 경찰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경찰 출신 손병호 변호사는 “경찰에선 예비후보자 선거운동 단계부터 선거사범 대응체계로 바뀐다. 검찰이 직접 수사 개시해 기소한 사건보다 경찰 단계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 비율이 월등히 많다. 노하우는 경찰도 축적돼 있다. 검찰이 걱정하는 건 신속한 압수수색과 증거확보 부분인데, 이는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상호협력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검찰에서는 ‘공소시효가 6개월인데 5개월까지 경찰이 쥐고 있다가 사건을 넘기면 경찰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검경이 유기적으로 정례협의회를 하는 것이다. 장기화하는 사건이 있는지 공소시효 3개월쯤 지나면 체크도 한다. 검찰이 하던 선거범죄 사건까지 경찰이 가져가면 부담은 더 커지겠지만 ‘수사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무리하다. 지금도 송치 이전에 법리 판단을 검찰에 구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런 체제는 유지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연 검사들이 지난 20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연 검사들이 지난 20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신분보장이 안 되는 경찰의 경우 외풍에 약하다고 말한다. 특히 지역 경찰 등과 후보자, 운동원, 주민들 사이에 지연·혈연 관계가 연결된 경우가 많다. 국회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간부는 “정치인 관련 경찰 수사는 여러 단계, 통로를 통해 손이 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올라온 사건은 나중에 수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반면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지역 유착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다만 선거범죄는 상대방이 있는 사건이다. 그걸 적당히 눈 감아주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정작 검찰 역시 선거범죄 수사에서 노골적 정치 편향을 드러낸 사례도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진박감별사 논란 속에 치러진 총선이 끝나고 6개월 뒤 검찰은 여당인 새누리당 당선자 11명을 기소하면서 야당 당선자는 그 두 배인 22명을 기소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책위원장, 4선 중진의원 등이 무더기로 기소됐는데, 여당은 재선거가 치러져도 새누리당 당선이 유력한 지역구 초재선 의원 위주로 기소가 이뤄졌다. 게다가 11명 중 10명이 비박근혜계 당선자였다. 당시 전국 선거범죄 수사를 총괄한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오른쪽 사진 앞줄 오른쪽)이 4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 들어서며 참석자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오수 검찰총장(오른쪽 사진 앞줄 오른쪽)이 4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 들어서며 참석자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지역의 한 수사과장은 “경찰은 정치권 외압에 약하고 검찰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는 상식적이지 않다. 오히려 정치인은 모든 권한을 가진 검찰에 유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그는 “선거사범의 99%는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중견 정치인 등 일부를 맡았다. 갑자기 나머지 몇 퍼센트를 경찰이 한다고 큰일 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전국 권역별로 검찰과 경찰이 구축해 놓은 선거범죄 공조 체계를 유지하는 방안, 6개월에 불과한 공소시효를 늘리는 방안, 검찰 직접 보완수사를 확대해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시효는 늘리는 방안과 함께 절차 통제를 조건으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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