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윤석열 사단’의 대표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는데, 이 지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을 건드렸다. 바로 자녀 입시 문제다.</figcaption>
마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검찰은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관련 사건을 사법처리했다. 한 후보자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자녀 입시와 관련한 사안으로 집중됐다. 더군다나 한 후보자의 자녀, 비슷한 또래인 사촌들이 경험한 입시 행태는 평범치 않았다.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교육 과정이었다. 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펙쌓기’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이들 일가의 자녀교육이 현실판 ‘스카이캐슬’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공교육 시스템을 부정하는 사안이기도 해서, 고위 공직자 자격 논란으로도 번질 것으로 보인다.
한 해 학비만 5천만 원 고교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스펙쌓기’
현실판 스카이캐슬 떠올리게 해
한 후보자의 딸 한 모 양은 A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학교는 부유층 자녀들만 다닐 수 있는 학교로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A 국제학교에 중학생·고등학생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하버드, 펜실베니아 대학, 컬럼비아 대학 등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목표하기 때문에 유학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는 학부모는 보내기 어렵다. 실제로 A 학교 자녀들은 미국 대학 진학률이 높다. 더군다나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2022~2023년 기준 고등학생 학비만 한해 4800여만 원이기 때문에, 부유층이 아니고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족의 자격을 갖춘 학생을 입학 우선순위로 간주한다”는 학교 공식 홈페이지 설명을 고려하면, 미국에서 태어나 얻을 수 있었던 한 양의 미국 시민권도 이 학교 입학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으로는 따라가기 힘든 교육을 받는다. 시설만 봐도 그렇다. 학교 홍보 자료 등을 보면 스쿠버다이빙 수업이 가능한 ‘아쿠아틱스 센터’가 있고, 약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 암벽등반 훈련이 가능한 보조체육관, FIFA 인증 인조잔디구장, 육상 트랙, 테니스장, 700명 규모의 대극장, 8개 채널 프로덕션이 가능한 TV 스튜디오, 오케스트라·합창·중창 연습 및 개인연습이 가능한 음악실, 세계 어느 곳과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고해상도 화상 시스템, 1대8 교사·학생 비율 등으로 전 세계 최고의 교육환경을 자랑한다.
한 양의 활동 역시 한국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고 평범하지 않다. 반독점법, 국가채무, 코로나19, 분쟁지역 교육 및 의료개혁 등과 관련한 논문 작성에 참여해 일부 학술지에 발표하는가 하면, 여러 권의 온라인 서적을 집필해서 아마존에서 판매했으며, 환경단체를 설립해 환경운동을 하고, 봉사단체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다. ‘펜데믹 타임스’라는 온라인 매체를 설립해 활동했고, 차별금지를 주제로 미술 전시를 기획·개최했다. ‘로스앤젤레스 트리뷴’(LA 트리뷴)이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알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같이 소개된 한 양의 활동 중 상당수가 대학에 가기 위한 스펙쌓기의 일환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양이 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실린 학술지가 돈만 내면 실어주는 ‘약탈적 학술지’였고, LA 트리뷴의 인터뷰 기사 또한 돈을 주고 게재한 기사였다는 점 등이 드러나면서다.
한 양이 참여한 논문은 크게 AJHAAL(Asian Journal Of Humanity, Art And Literature), APJEE(Asia Pacific Journal of Energy and Environment), ABC Research Alert 등에 게재됐는데, 이 세 곳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에서 ‘주의’로 판명된 곳이다. KISTI는 해당 학술지들을 ‘약탈적 학술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돈만 지불하면 논문을 게재해주는 식으로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라는 뜻한다.
LA 트리뷴이란 매체에서 발행됐던 인터뷰 기사 형식의 글 또한 돈을 주고 게재한 것이었다. 한 홍보 대행 사이트에는 65달러만 내면 원하는 기사를 LA 트리뷴에 올려주겠다는 홍보 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사실이 처음 알려졌고, 이후 논란이 되자, 한동훈 후보자 측은 “건당 4만 원 정도 지불하고 요청한 것”이라며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논문이나 업적도 이제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돈이 있어야 결과가 나온다”며 “미국은 입시에서도 재력을 본다. 저런 스펙을 쌓을 정도의 부유함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양이 지난해 전자책 형태로 출간한 책 두 권은 다른 사람이 무료로 운영하는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의 자료를 출처 표기 없이 무단으로 베낀 것이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의 한 수학전공자가 무료로 공개하는 수학자습 웹사이트의 문제를 숫자조차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낀 것이었으며, 심지어 해당 전자책에 원저자가 걸어둔 하이퍼링크까지 복사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일부 문제는 복사해 붙여넣기를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물음표(?)로 표기됐지만, 이조차 수정 없이 출판됐다. 이 책은 현재 아마존에서 유료로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한 양의 활동과 성취 중 상당수는 미국 명문고에 다니던 사촌들과 함께 일궈냈던 것이다. 이 사촌들은 모두 한동훈 후보자 처가 쪽 자녀들이다.
한 후보자의 장인은 진형구 전 검사장인데, 그는 1999년 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으로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죄로 구속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진 전 검사장의 둘째 딸이 한 후보자의 배우자인 진은정 김앤장 미국 변호사이며, 진 변호사 위·아래로 미국에서 입시 전문가로 활동하는 언니와 진동균 전 검사가 있다. 진동균 전 검사의 배우자는 서울 소재 명문대 의대 교수다.
한 후보자의 처형이자 진은정 변호사의 언니 진 모 씨는 캘리포니아주 모 지역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지역은 미국에서 학군 좋고 집값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며, 진 씨의 두 딸이 다녔던 고등학교도 이곳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한 후보자의 매제 진 전 검사의 아들 진 모 군은 현재 미국 최상급 사립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학교는 연간 학비 6만 달러가 넘는 곳이다.
한 후보자의 딸 한 양은 이종사촌인 최 씨 자매, 외사촌인 진 군과 함께 학창시절 입시에 대비한 활동을 함께 했다. 한 양은 이들 3명의 사촌들과 지난 2020년 과학기술 분야 정보를 다루는 ‘팬데믹 타임스’라는 매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달 4일까지도 편집이 이뤄지던 이 매체는 현재 접속 불가 상태다. 한 양은 이 매체에서 자신에 대해 “열정적이고, 세계 각지 학생들에게 한국 연구자들의 귀중한 연구 결과와 발견에 대해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양은 이 사촌들과 봉사단체, 환경단체 등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했다. 또한 이들 중 한 명과 공동저술했다는 논문이 해외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유튜브 영상 그리고 온라인 사이트 기록들은 최근 한 양 논문 등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부분 삭제되거나 비공개처리 됐다.
한 양과 사촌들 중 가장 먼저 미국 명문대 진학에 성공한 이는 입시 전문가 진 씨의 첫째 딸인 최 씨다.
최 씨는 2019년 의대 교수 외숙모인 이 모 씨와 공동저술한 것으로 나오는 의학 연구 논문에 1저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때 최 씨는 고등학생이었다. 해당 연구 논문은 국소 약물의 효능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이 주제는 전공자가 아닌 일반 고교생이 1저자로 주도해서 내놓기 어려운 결과물이다. 최 씨는 작년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한 P대학 치대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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