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서 정보공개청구 거부
소송 낸 시민단체 일부 승소 판결
민간업체에 AI면접 위탁만 하고
검증·감독은 안한 사실도 드러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AI) 면접이 확산하고 있지만 평가 방식 등이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면접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공기관이 채용 과정에서 인적성 검사를 대신하는 인공지능 면접을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있으나 해당 면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검증·감독하지 않은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6일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채용 과정에서 인공지능 면접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한전케이디엔(KDN)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5월26일과 6월16일 각각 일부 승소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진보네트워크센터는 2020년 7월 인공지능 면접의 차별성과 편향성 결과 검토를 위해 두 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정보가 없다”,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 등의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받아 이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방법원(한국국제협력단)과 광주지방법원(한전케이디엔) 판결을 보면, 공개 정보 범위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기관이 보유한 정보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각하’한 것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수원지법이 공개하라고 한 정보는 △인공지능 면접 솔루션 업체가 공공기관에 제공한 교육·기능 설명자료 △업체가 수집하는 응시자 개인정보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 △평가하려는 직무 적합성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문서 △기관과 업체 간 계약 관련 서류 △응시자 개인정보 관리 문서 등이다. 해당 재판부는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공공기관의 계약 관련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용역업체를 통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면접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공지능 면접 결과가 합격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 기준으로 사용됨에도 공공기관이 인공지능 면접 정보를 보유·관리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한전케이디엔은 재판 과정에서 “인공지능 면접 업체에 포괄적으로 면접 전형을 위임했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을 위해 채용 의사결정자에게 인공지능 면접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재판부에 답했다. 면접 전형 자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그 결과만 점수에 반영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활용 방식은 인공지능 판단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가 마련돼야 하다는 취지의 국가인권위원회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에 관한 인권 가이드라인’에도 배치된다.
김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공공기관이 채용에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할 준비를 갖추지 않고, 검증·감독 없이 민간회사에 일임하는 무책임한 인공지능 면접 솔루션 도입은 중단돼야 한다”며 “정부는 공공영역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인권침해와 차별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권영향평가 등 제도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