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행안부 장관 ‘쿠데타’ 발언, 대통령 ‘여가부 폐지 로드맵 지시’…尹지지율 하락세 다급했나

경찰과 정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긴급브리핑을 열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열린 전국경찰서장 회의를 ‘12·12쿠데타’에 빗대었다. 앞서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에 대한 대기발령조치에 반발한 경찰들은 서울 경찰청 인근에 ‘근조’ 화환을 보냈다. 26일 조선일보를 제외한 주요 종합일간지 모두 관련 사안을 1면 머리기사로 비중 있게 다뤘다.

경향신문: “총경 회의는 쿠데타”…갈등에 기름 붓는 정부
국민일보: 警 반발 ‘쿠데타’ 빗댄 정부…民은 없다
동아일보: 서로 “쿠데타” 비난…정부-일선경찰 극한대립
서울신문: “경찰 쿠데타 징계” 반발 누르는 정부
세계일보: 이상민 “특정그룹 주도…쿠데타 상황”
조선일보: 한국 미래먹거리 7개 중 5개, 中이 추월했다
중앙일보: 파출소장 가세한 경란 이상민은 쿠데타 규정
한겨레: “쿠데타” “무장 가능한 조직” 이상민, 경찰 때리며 궤변
한국일보: “쿠데타” 강공, 더 커진 반발

▲7월2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7월2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이상민 장관의 강경 발언엔 다른 의도가 있을 거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취임 후 줄곧 경찰 현안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해 왔다 해도 발언 수위가 너무 세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며 “정치권에선 이 장관의 거친 발언에 경찰국 신설 문제를 집권 초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조직 장악력을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판단한 여권 내부의 기류가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30% 초반까지 떨어진 국정 지지율에 리더십 위기감이 높아졌고, 현 경찰 조직을 문재인 정부 유산으로 여기는 여권 기류가 영향을 미쳤을 거란 해석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리더십도 위태롭다. 경향신문은 “경찰 내부망에는 윤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후보자 사퇴 촉구 글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등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를 둘러싼 여권과 경찰의 갈등이 윤 후보자 등 경찰 지휘부와 일선의 대립과 갈등으로 전이된 것”이라며 “그 배경에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류삼영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는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사설(행안장관의 ‘쿠데타’ 발언, 불난 집에 기름 붓나)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을 두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이런 여론에 바탕해 지휘부에 대안을 요구한 경찰 구성원들을 '불순 세력'으로 치부한 건 도가 지나치다. 총경들이 집회·시위와 같은 실력행사 대신 휴일 비공개 회의라는 온건한 방식을 택한 점에서도 그렇다”며 “경찰 제도 개선 과정에서 이 장관 발언은 가뜩이나 심각한 갈등을 더욱 조장할 때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도 이날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 비유한 이상민 장관의 궤변’ 제목으로 사설을 썼다.

▲7월26일자 경향신문 사진 기사로 실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 근조 화환들
▲7월26일자 경향신문 사진 기사로 실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 근조 화환들

박정태 국민일보 수석논설위원은 기명 칼럼(검찰공화국의 경찰 재갈 물리기인가)에서 “검찰은 조직의 문제와 직결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고검장, 검사장, 부장검사, 평검사 회의 등을 잇따라 열며 집단행동으로 대응했다. 올해 ‘검수완박’ 사태 때도 그랬는데 검사 징계는 없었다”며 “여당이 주장하는 ‘문재인 정권의 충견’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해야지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경찰 측 주장이 부적절하다는 관점이다. 이 신문은 사설(경찰이 靑 밑에 있으면 독립이고, 행안부 아래 있으면 종속인가)에서 “지금까지 경찰은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는 조직이었다. 그러면서 권력이 시키는 대로 경찰력을 행사해 왔다”며 “청와대 통제를 받으면 독립이 지켜지고 행안부 통제를 받으면 독립이 훼손되나.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프랑스와 독일도 내무부에서 경찰 인사와 예산, 치안 정책을 관장한다. 경찰의 집단 행동은 명분 없는 일로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장관을 향해서도 이 신문은 “이 장관이 경찰 집단행동에 대해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권 초반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는 있다고 해도 최소한 설득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업무보고 예정 없던 ‘여가부 폐지’, 대통령은 왜?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업무보고차 대통령실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업무보고에 여가부 폐지 관련 내용은 없었다면서 “저는 시간을 좀 많이 갖고 하려고 했는데 대통령께서 조속히 빠른 시간 내에 안을 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7월26일자 한국일보 8면 기사
▲7월26일자 한국일보 8면 기사

이런 지시는 여가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분위기다. 한국일보 기사(맞춤 답안 10여 페이지 준비했는데…예상 밖 ‘폐지안 주문’에 여가부 패닉)는 “대선 공약으로 부처 폐지가 거론되긴 했지만, 그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윤 대통령이 부처 폐지 방향성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어 이렇다 할 계획을 섣불리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날 업무보고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여가부 직원들은 부처 폐지가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폐지’ 콕 집어 지시한 尹… 다급해진 여가부 “빨리 추진하겠다”)은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것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가부 폐지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성계의 반발도 거센 분위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이 ‘부처 폐지’에 대해 꼭 집어 별도 지시를 내리면서 여가부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겨레 사설(기어이 성평등 컨트롤타워 없애겠다는 윤 대통령)은 “폐지해야 할 명확한 이유와 근거, 그 이후의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닥치고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으니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성평등 후진국’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는데, 여가부 장관이 기어이 성평등 주무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끝내겠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 비판했다.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폐지 하라 vs 유지돼야

윤 대통령의 30%대 지지율을 두고 여러 언론에서 이런 저런 주문을 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이라 부르며 도입한 출근길 문답에 대해 요구가 엇갈린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윤 대통령, 국정의 ‘현실’ 앞에 섰다)은 이날 “빌미를 제공하는 또 다른 말썽거리[件]는 즉석 문답의 문제”라 주장했다. “대통령이라고 세상만사를 다 아는 듯이 코멘트할 능력은 없다”며 “국민 앞에 나서려면 더 공부하고 더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정책 방향이 잡힐 때까지는 ‘즉석 문답’을 소통으로 치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7월26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7월26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그는 “윤 대통령과 그의 보수 정부 앞에는 진보-좌파 5년의 왜곡을 바로잡을 ‘큰일’이 대기하고 있다”며 “윤 정부의 정치적 성숙과 내공이 총동원돼도 모자랄 판인데 그런 마당에 ‘대통령 또는 가족의 사사로운 일’에 국민의 시선을 빼앗겨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이전 정부보다 낫지 않으냐’는 차별적 발상이나 문재인 정부 때의 수많은 지인(知人) 인사를 비교하는 등의 상대적 우월감은 스스로의 격을 낮출 뿐”이라는 우려도 더했다.

이날 지역지 가운데 대구신문은 ‘대통령의 ‘즉석문답’ 계속돼야’ 제목의 이창준 정치부 차장 칼럼을 게재했다. 이 차장은 “도어스테핑에 대한 여론조사가 낮게 나오고, 대통령이 또 실언을 하더라도 도어스테핑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책임은 오롯이 윤 대통령 몫이다”라며 “병(炳)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禍)는 입에서 나온다”라는 속담을 인용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정책 비판 기사 썼다고 전화 끊는 기재부’ 기자메모를 통해 비판적 언론에 입을 닫는 기재부 대응을 비판했다. 24일 법인세 인하로 인한 ‘낙수효과’와 관련해 기재부 발표 수치와 통계청 수치가 다른 점을 확인하려 기재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일화다. 해당 관계자가 “경향신문은 편향된 보도를 한다”고 쏘아 붙이더니, 다시 건 전화도 “더 이상 통화하기 싫다”며 끊었다는 것. 이 기자는 3년 전 낙수효과는 없다던 기재부가 정권교체 후 입장을 바꾸고는 취재를 거부한다며 “불편한 질문 앞에서는 문을 걸어 잠그는 방식, 이것이 ‘기재부식’ 소통인가”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