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경향 “경찰만 질타한 윤 대통령” 비판
한겨레 “‘이태원 참사’ 명칭이 이번 재난 성격 압축적으로 보여줘”

지난 6일 서울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를 이탈해 3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여파로 지난 7일 출근길에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면서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도 안 돼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이날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들은 “상황이 심각하다”며 12건의 신고를 했다.

탈선 사고에 앞서 지난 5일에는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구내에서 화물열차를 분리 작업을 하던 코레일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졌다. 이후 지난 3월 대전 열차 검수고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이 열차와 레일 사이에 끼어 숨졌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중랑역 승강장 측면에서 배수로 점검작업을 하던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졌고, 지난 9월에는 경기 고양시 정발산역에서 스크린도어 부품 교체작업을 하던 직원이 열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올해만 4명의 코레일 직원이 일하다 숨진 것이다.

▲8일자 경향신문 1면.
▲8일자 경향신문 1면.
▲8일자 아침신문들 1면.
▲8일자 아침신문들 1면.

 

올해만 벌써 네번째 사망 사고에 한국일보 “나사 빠진 코레일”

8일자 세계일보는 1면 ‘‘압사 공포 지옥철’… 달라진 건 없었다’ 기사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도 안 된 7호선 지하철 1호선에 승객이 안전사고 위험 수위까지 몰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1호선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면서 승객들이 “열차가 꽉 차 숨을 못 쉬겠다”고 신고하는 등 출·퇴근길 대란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관리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재난문자를 요청하지 않았고, 서울시는 오전 8시27분에야 재난문자를 발송해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이날 코레일에 따르면 전날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 여파로 KTX와 일반열차 총 149대의 운행이 중단됐다. 운행구간이 단축되거나 출발역이 변경된 열차는 79대”라고 설명했다.

▲8일자 세계일보 1면.
▲8일자 세계일보 1면.
▲8일자 세계일보 12면.
▲8일자 세계일보 12면.

이어지는 12면 기사에서 “이날 출근길 1호선 열차를 탑승한 시민들 중 일부는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밀집’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해 “너무 복잡하니 타지 말고, 다음 열차를 타달라”고 외쳤지만, 일부 시민들은 틈을 비집고 몸을 밀어 넣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도 1면 ‘“이태원 참사 떠올랐다” ‘지옥철’ 1호선 시민들’ 기사에서 “7일 오전 8시45분쯤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 정차한 열차는 5분이 지나도록 다음 역으로 출발하지 못했다. 전날 오후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 사고 여파로 지연 운행된 탓이다 “응급환자가 발생해 모든 객실을 한 번씩 확인하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어 “숨쉬기 어렵거나 답답한 분들은 열차에서 내려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갑작스러운 출근길 대란에 많은 시민이 9일 전 있었던 ‘이태원 참사’를 떠올렸다고 했다. 출근길 ‘지옥철’(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은 평소에도 자주 겪는 일이지만, 이태원 참사를 지켜본 시민들은 다시 한번 ‘압사’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 인터뷰에 응한 김선홍(25)씨는 “사람이 너무 꽉 차 있어 숨을 쉬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또 다른 사고가 벌어지는 것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8일자 국민일보 1면.
▲8일자 국민일보 1면.

보도를 보면 7일 서울 구로경찰서에는 오전 8시13분쯤부터 오전 9시까지 총 1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주로 ‘열차가 꽉 차 숨을 쉬기 힘들다’ ‘사고가 날 것 같다’ 등이었다. 이날 서울시는 오전 8시27분 1호선 열차의 혼잡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는데, 국민일보는 “이미 혼잡 상태가 임계점에 육박한” 시간에 문자를 보낸 점을 지적했다.

코레일의 열차 탈선과 근로자 잇단 사망 사고에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공공기관인 코레일이 중대재해 최다 발생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썼으니, 참담하다”고 지적한 뒤 “이태원 참사가 불과 열흘 전이다. 그저 그런 비상대책으론 어림없다. 안전을 대하는 태도는 물론, 낡은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말처럼 “코레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아울러 코레일을 바꿀 가장 큰 책임은 원 장관과 정부에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8일자 한국일보 사설.
▲8일자 한국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탈선 여파로 7일 오후까지 서울 구로~용산역 구간 열차 운행을 못 하는 등 수많은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은 6일 밤 9~11시 사이 “조치 완료” “복구 완료” 같은 내용의 재난문자를 보냈다”며 “코레일과 지방자치단체가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토부와 코레일은 최근 사고를 강력한 경고음으로 생각하고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안전·탈선 관련 사항을 정밀 점검해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경향 “경찰만 질타한 윤 대통령” 비판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국민 여러분께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하겠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으로 공식 회의에서 한 사과 발언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경찰만 질타하고 정부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명시하지 않았는데,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을 두고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7일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인적 책임론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참사 당일 경찰 대응은 “상식 밖” “납득이 안 된다” 등 강한 표현을 들어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8일자 경향신문 1면.
▲8일자 경향신문 1면.
▲8일자 한겨레 1면.
▲8일자 한겨레 1면.

그러면서도 경향신문은 “행정안전부 등의 책임은 명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나서 즉각 경질론에 선을 긋고 경찰 부실 대응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부 책임 축소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면 기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은 없다”며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주무장관으로서 “송구하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1면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격한 질책은 거의 전적으로 경찰에 집중됐다”며 “그러나 경찰 소방을 포함해 재난과 안전관리 총책임자인 행정안전부 또는 이상민 장관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이 장관 경칠 요청에 귀를 닫고 경찰 수뇌부 문책 정도에 그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해석했다.

한겨레 “‘이태원 참사’ 명칭이 이번 재난 성격 압축적으로 보여줘”

‘이태원 참사’와 ‘10·29 참사’. 어떤 명칭으로 지난달 29일에 있었던 사고를 불러야 할까. 한겨레는 고민 끝에 현재로서는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이 이번 재난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판단했고 알렸다.

8일자 2면 기사에서 한겨레는 “명칭에는 ‘권력’이 작동한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고’를,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사고’를 고집하는 이유다. 2007년 삼성중공업 소유 크레인에 의한 기름유출 사고는 보통 해상오염사고를 일으킨 선박이나 기업 이름이 들어가는 관례를 깨고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한동안 명명됐다. 삼성 이름은 사라지고 피해지역이 오히려 오염지역으로 각인됐다”고 했다.

▲8일자 한겨레 2면.
▲8일자 한겨레 2면.

한겨레는 “<한겨레>를 포함한 많은 언론은 ‘이태원 참사’라고 부른다. 20대가 주로 찾는 서울 도심 한복판 골목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공간적 특수성이 고려됐다”며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역시 공공화장실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성격이 명칭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겨레는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이 참사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한국심리학회는 “지역 혐오 방지” 등을 이유로 ‘10·29 참사’로 부르겠다고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도 대안 명칭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한겨레는 “<한겨레>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현재로서는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이 이번 재난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