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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장 “집회 때문 아냐”, 이태원 경비 경력 ‘0명’ 해명 못해

2년 전 핼러윈 땐 “압사 대비” 경비 경력 배치, 올해는 하지 않은 이유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뉴시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7일 이태원 참사 사전 대비와 관련해 “집회 대비 때문에 경력이 부족해 배치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날 ‘사고 당일 도심에서 대규모 진보‧보수 집회가 개최되어 경력이 대거 동원됨으로써 핼러윈 데이에 동원할 경력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출입기자단의 질문에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112신고 접수 이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경비과와 기동대를 이번에는 전혀 배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해명이 없는 상황이다. 당시 용산에 위치한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 경찰이 과잉 대응하다가 핼러윈 인파 안전 대비에는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지난 4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핼러윈 데이 종합치안대책(용산경찰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핼러윈 전날(10월 30일 금요일)과 당일(10월 31일 토요일)에 기동대(70명)와 경비(1/7명)가 모두 투입됐다. 투입된 경력은 각각 총 120명, 129명으로 올해 137명보다 적음에도, 과반이 안전 관리 인력이었던 셈이다.
 
서울 용산경찰서의 ‘2020년 핼러윈 데이 종합치안대책’ 중 일부분. ⓒ자료 캡쳐


구체적인 근무내용을 살펴보면, 기동대는 세계음식거리와 이태원파출소 일대, 119안전센터 일대 3개 구역에서 안전활동을 하고, 경비는 이태원 주변 안전사고 발생시 현장 출동 및 질서 유지를 담당한다. 특히 경비의 경우 “인구 밀집으로 인한 압사 및 추락 등 안전사고 상황 대비”를 하며, 만약 상황 발생시 “112 타격대 현장 출동해 PL 설치 및 현장 질서 유지” 역할을 한다는 계획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이태원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인 ‘압사’를 과거에는 경찰도 대비했던 것이다.

그외 핼러윈 당일의 경우 ▲이태원 파출소 28명(세계음식거리를 4개 구간으로 구분 순찰) ▲생활질서 5명(구청 합동점검 및 무허가 유흥주점 단속) ▲형사 4명(119안전센터 인근 거점, 가시적 형사활동) ▲외사 1/2명(주한미군 군사경찰 8명 합동) ▲교통 1/10(이태원로 차량 소통 및 보행자 안전활동) 등을 담당했다.

반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올해는 안전사고 대비와 질서 유지를 담당할 경찰 경비과와 기동대 인력이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오히려 형사과가 2년 전 4명에서 올해 50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날 서울경찰청의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교통기동대 20명(무단횡단·불법주정차 단속 등 교통흐름 관리) ▲생활안전 9명(모의총포·과다노출 등 생활질서 위반행위 단속) ▲112 4명(관광특구연합회·지하철역사 등 협업, 현장상황 관리) ▲외사 2명(외국인자율방범대·미군헌병 합동 순찰) ▲형사 50명(마약단속 등 범죄 예방) ▲여성청소년 4명(성범죄·불법촬영 계도·단속) ▲이태원 파출소 32명(112신고 처리) ▲관광경찰대 10명(외국인 민원 처리, 범죄예방 순찰 등)만 현장에 배치됐다.

과거 ‘압사’에 경찰이 대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경찰이 은폐하려고 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성만 의원실은 서울경찰청에 ‘지난 2017년~2021년까지 연도별 이태원 핼러윈 데이 대비 현장 배치 경력 현황’ 자료를 요청해 지난 3일 받았다. 그런데 그 자료에는 ‘압사 대비’가 분명히 명시돼 있는 2020년도 자료만 쏙 빠져 있었다. 이성만 의원실 관계자는 “그게 빠져있어서 2020년도 자료를 따로 요청해서 (하루 지난) 4일에 받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서울경찰청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서울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서울경찰청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현재 진행중인 경찰청의 감찰조사와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어려운 현장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준 동료 경찰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김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한다.

  “ 특별취재팀 최지현 기자 cjh@vop.co.kr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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