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MBC 배제 대통령실, 이번엔 한미·한일 정상회담 비공개 논란
이상민 “폼 나게 사표” 발언에 동아일보 “부적절, 참사 후유증 수습하는데 전혀 도움 안돼”

대통령실이 MBC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해 비판을 받는 가운데 이번엔 지난 13일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현장을 공동취재단에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다.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순방 일정 중 가장 핵심 일정이었던 두 회담이 사실상 언론에 비공개나 다름없이 진행된 셈”이라며 “윤 대통령의 말실수 노출 등을 막기 위한 우리 쪽 요청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 동남아 순방에서 각국 정상 부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이틀 연속 참석하지 않고 별도 일정을 진행했다. 김 여사는 기자들에게 개별 일정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행사 뒤에 ‘사후 공지’하고 있다. 정상 부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언론에선 “따뜻한 소통 행보”라며 김 여사의 행보를 포장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느냐”고 발언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동아일보는 14일 해당 발언에 대해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도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며 “죄인 된 심정으로 사표를 낸다고 해도 부족한 마당에 어떻게 ‘폼 나게’ 운운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 14일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 14일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해외순방 핵심 일정, 공동취재단에 비공개 논란 

한겨레는 “이번엔 정상회담 공동취재단 차단”이란 기사에서 두 정상회담 현장을 해외 순방에 동행한 공동취재단에 비공개한 사실을 전하며 “북한의 7차 핵실험 위협 속 한반도 정세와 역내 안보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되는 중요 회담에 대한 언론 취재 활동을 제한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어 “통상 각국 정상과의 회담은 ‘풀(대표) 기자 취재’ 형식으로 머리발언 등이 공개되는데 이번 회담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회담장에 들어가 관련 내용을 전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전속 취재의 경우, 공개 회담 전체 내용이 아니라 편집된 발언과 영상·사진만이 전달된다”고 부연했다. 또 “대통령실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로의 이동 시간 등을 이유로 한일, 한미 정상회담 내용에 대한 서면 보도자료만 제공한 채 언론 질의응답은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재정공약회의 당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도 배석 취재했던 풀 취재단 카메라에 잡혀 알려진 것인데 이런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회담을 전속 취재로 돌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대통령실에선 ‘회담 당사국끼리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 14일 한겨레 4면 기사
▲ 14일 한겨레 4면 기사

 

한겨레는 “대통령실의 이런 행동을 두고 현장에선 MBC 출입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데 이어 언론의 취재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란 불만이 나왔다”며 “대통령실은 이날 발리로 이동하면서도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 조처를 풀지 않았다”고 전한 뒤 한겨레 기자들은 14일에도 민항기를 통해 발리로 이동한다고 알렸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순방 직전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데 이어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정상회담 취재가 제한된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건희, 정상 부인 행사 불참 
따뜻한 소통 행보 vs 이례적

국민일보는 3면 “김건희 여사 ‘따뜻한 소통 행보’ 앙코르와트 대신 심장병 소년 집에”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 여사가 지난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소년 집을 직접 찾아가 소년의 회복을 기원했다”며 김 여사가 소년을 만나서 “잘 이겨낼 수 있지? 건강해져서 한국에서 만나자”고 말한 사실 등을 전했다. 

▲ 14일 국민일보 3면 기사
▲ 14일 국민일보 3면 기사

 

해당 기사를 보면 김 여사는 프놈펜의 친환경 업사이클링(버려진 소재를 재활용해 가치를 높이는 것) 업체인 스마테리아를 방문해 해당 회사 직원들에게 “스마테리아의 의미가 ‘전환’이라고 하는데 친환경으로의 전환뿐 아니라 여성의 일자리, 워킹맘,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라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한 발언을 함께 전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김 여사가) 여성과 아동에 대한 배려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 나라 국민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의 문제”라며 “김 여사가 지금 하는 행보는 한국과 캄보디아 간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국민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3면, 중앙일보 3면, 동아일보 4면, 세계일보 4면, 한국일보 2면에서 각각 김 여사가 심장질환을 앓는 소년을 ‘위로하는’ 모습 사진을 실었다. 

▲ 14일 세계일보 4면 기사
▲ 14일 세계일보 4면 기사

 

한겨레는 다소 비판적인 관점에서 다뤘다. 이 신문은 4면 “김 여사 ‘나홀로 일정’ 정상 부인 행사 불참”이란 기사에서 “김 여사가 각국 정상 부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이틀 연속 참석하지 않은 채 별도의 비공개 일정을 진행했다”며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부인이 각국 대통령 부인이 참석하는 공동 프로그램에 불참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김 여사는 개별 일정에 취재를 허용하지 않은 채 행사 뒤 일방적으로 ‘사후 공지’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단 동행 취재를 허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료진 상담 내용 등을 기자를 통해 공개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상민 “폼 나게 사표” 발언에 동아일보 “부적절” 

동아일보는 사설 ‘이상민 장관의 “폼 나게 사표…” 발언도 부적절했다’에서 “이태원 참사로 모두 157명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유족과 생존자들이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죄인 된 심정으로 사표를 낸다고 해도 부족한 마당에 어떻게 ‘폼 나게’ 운운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이 장관 발언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응답이 70%에 이른다”며 “그런데도 이 장관을 포함해 고위직에서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공직자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분위기는 현장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모양새이며 용산경찰서 정보계장과 서울시 안전지원과장이 지난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아일보는 “이런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잘못된 언행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 추락시킬 뿐”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이 장관이 지금까지 보여준 언행은 투명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참사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조차 ‘이 장관 발언 하나하나가 리스크’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이 주무 장관으로서 바람직한 태도인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14일 한겨레 만평
▲ 14일 한겨레 만평
▲ 14일 경향신문 만평
▲ 14일 경향신문 만평

 

한겨레도 사설 “‘폼 나게 사표’ 발언 이상민 장관, 5만 촛불 안 보이나”에서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이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게는 70% 가까이 나온다. 국민들은 그가 사고 수습과 진상규명의 적임자이기는커녕 걸림돌이라고 이미 판단을 내린 셈”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13일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TF’ 단장을 이 장관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친 12일 저녁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집회’에 5만명 넘는 시민들이 모여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휴대전화에 촛불영상을 띄웠다”며 “사표를 ‘폼’으로 던지는 것쯤으로 여기는 이 장관과 정부 지휘부 눈에는 5만개의 촛불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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