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길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 '제35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을 갖고 철저히 은폐된 진실의 시간, 숨죽이며 살았던 고통과 가슴속 응어리를 함께 나누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길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 '제35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을 갖고 철저히 은폐된 진실의 시간, 숨죽이며 살았던 고통과 가슴속 응어리를 함께 나누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사건을 일으켜 정권을 찬탈하고 7년이 지난 퇴임 후 안위를 보장받기 위해 노태우 군사정권으로 이양하기로 했으며,  35년 전인 1987년 12월 29일 차기 대통령 선거 보름을 앞두고 기획, 실행한 정치공작 사건이 이 KAL858기 사건이었습니다."

임옥순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 회장은 35년이 지나도록 온전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이 사건에 대해 세월호나 10.29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가 아니라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한사코 주장하고 강조했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고 대선을 하루 앞둔 그해 12월 15일에는 국가안전기획부가 테러범으로 지목한 김현희를 김포공항으로 압송한 조치가 있었다.

그러나 항공기, 더군다나 국적 항공기에 대한 최악의 공중 폭발 테러로 승무원 20명, 탑승객 95명 등 총 115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미온적이었고 그동안 진상규명 요구 자체를 불온시해왔기 때문에 유가족으로서는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주장이다.

그날로부터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길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 '제35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을 갖고 철저히 은폐된 진실의 시간, 숨죽이며 살았던 고통과 가슴속 응어리를 함께 나누었다.

임옥순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임옥순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임옥순 회장은 미리 준비해 온 서면을 낭독하면서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과 KAL858기 정치 공작 사건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무참하게 죽임을 당했고, 권력은 이 사건들을 항상 북한의 공작으로 둔갑시켰다"며 KAL858기 사건을 정권 연장을 위한 군사독재의 정치공작 산물로 지목했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에 이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어도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군사독재의 후예인 이명박,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서 이 사건은 다시 어둠속에 묻혀버렸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준비없이 탄생한 정부의 한계를 드러냈다."

우여곡절끝에 미얀마 인근 안다만 해역에 추락한 KAL858기 동체 수색은 33년이 지난 2020년에야 첫발을 내딛게 되었으나 가족들의 기대와는 달리 수색은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았고 불안한 미얀마 정정으로 인해 현재 수색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임 회장은 "전대미문의 검찰공화국이 들어서면서 KAK 858기 정치공작 사건은 다시 암흑속에 묻히게 되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우리 KAL858기 희생자 유가족들은 천인공노할 이 정치공작 사건의 진상 규명을 이 목숨 다할 때까지 절대로 포기할 수 없으며 KAL858기 정치공작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가족회 회원인 최춘희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가족회 회원인 최춘희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가족회 회원인 최춘희씨는 KAL858기 사건에서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국민들의 생명,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역대 정권의 변함없는 행태를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두환이 노태우한테 정권을 대물림한 뒤 내려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까 (12월)16일이 대통령선거날인데, 15일 날 어디서 '가시네'(김현희)를 데리고 와서는 선거를 치르고, '북한이 그런거니까 국민들은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여기서 노태우를 앉혀가지고 혼란스럽게 저기하고 하니까 그런 거 저기 하지 말고 여기서 노태우를 앉혀가지고 안전하게 가자' 그랬던 거 아니에요."

정치는 잘 모른다는 최 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저희들끼리만 저기하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으니까, 그전 세월호 때도 그렇고 요즘 이태원 사고도 그렇게 계속 나오지 않아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은경 가족회 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은경 가족회 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명규 DC10기 기장의 딸이자 차옥정 전 가족회 회장의 딸인 박은경 가족회 부회장은 "희망을 주는 일은 없었어요. 그래서 거의 반 포기하다시피 했고, 주변에서도 이제 포기하라는 얘기도 몇 번 들었고 그런 상황에서 몇몇분들이 전화 주셔서 우리가 모여서 같이 추모하는 마음으로 얘기라도 나누자고 하셔서 크게 준비하지 못하고 자리를 마련했다"고 쉽지 않은 내부 사정을 말했다.

KAL858기 동체수색을 위한 현안이 있어서 작년에는 정부쪽하고도 10회 정도 회의도 했는데, 올해들어 3월 16일 회의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올해에는 지금까지 미얀마측과 67차례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라고 한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KAL858기 동체수색을 위한 정부 예산이 나왔지만 내년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받은 예산은 다시 국고로 환수되며, 내년에 안다만 수색이 가능하게 되면 예비비를 신청해서 주겠다는 외교부 당국자의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재명씨는 "현재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와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로 나뉘어 있는 상황을 극복하고 하나로 합쳐야 하고, 정부에 대한 요구도 구체적으로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회 김재명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가족회 김재명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가족들의 상황에 많이 공감하고 있으며, 항상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가족들을 위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가족들의 상황에 많이 공감하고 있으며, 항상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가족들을 위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인생항로를 겪고 있는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저는 죽을 용기를 내서 싸웠고 그 과정에서 믿음의 과정도 쌓아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과거 사건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나름대로의 끝맺음을 해야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들의 상황에 대해 많이 공감하고 있으며, 항상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가족들을 위로했다.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심해수색을 요청했으나 6년째 돌아오는 이야기는 민간회사의 일이기 때문에 국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금 6년째이지만 우리 가족들도 35년까지 실종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며, 35년째 가족의 주검도 확인하지 못해 '실종' 상태인 가족회 회원들에게 남다른 공감을 전했다.

"그 마음의 짐과 고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저희는 또 다르게 느끼는 감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던 임 회장은 "더 큰 보통이 뭐냐면 김현희가 방송마다 나와가지고  쓸데없는 얘기들을 하는 거예요. 그게 더 고통스러웠어요"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겪는 슬픔에는 뭔가 공통의 분노가 항상 있구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같이 연대하면서 나아가면서 같이 해결을 해 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허 대표의 이야기다.

채희준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채희준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진상규명위에서 활동하는 채희준 변호사는 "올해 정부가 바뀌면서 2년 연속 편성돼왔던 이 사건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며,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고 모여서 정부에 질문하고 요구하기 때문에 지금도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가족들이 좀 더 단합해서 활동가들도 더 모일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진상규명을 위해 좀 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대 프란치스코 신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대 프란치스코 신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진상규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대 프란치스코 신부는 KAL858기 희생자 가족들이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데 대한 미안함과 부족함에 대해 토로했다.

그 오랜 세월, 진상이 가려진 채 그 많은 억울한 희생자들이 있었다고 세상에 호소를 했어야 하는데 좀 부족했다는 것. 가족회가 세상과 더불어 힘을 얻기보다 오히려 세상과 고립되어 더 힘들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 희생자 가족들이 나뉘어져 있는 것은 모두에게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회가 안으로 단합하고 밖으로도 나가서 사회적 참사에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주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갑자기,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사회 구조에 발생원인이 있는 일들이지 않나. 이런 일을 먼저 겪은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해결하는 노력을 했다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참사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35년이 되었습니다! 끝까지 찾아서 가족 곁으로 모시고 오겠습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35년이 되었습니다! 끝까지 찾아서 가족 곁으로 모시고 오겠습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편, 오는 29일에는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가 주최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후원하는 'KAL858기 사건 35주기 추모제’가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열린다.

 
0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