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28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부터 2주일간(11.28~12.9)의 '국가보안법 폐지주간'을 선포, 판결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28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부터 2주일간(11.28~12.9)의 '국가보안법 폐지주간'을 선포, 국가보안법 2조, 7조의 위헌 결정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9월 15일 국가보안법 독소조항의 위헌여부를 다루는 첫 공개변론이 시작된 이래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세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지난해 3월 전국 150여개의 종교·인권·시민단체들이 출범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국보폐지행동)은 28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부터 2주일간(11월 28일~12월 9일)의 '국가보안법 폐지주간'을 선포, 판결을 기다리는 국가보안법 2조, 7조의 위헌 결정을 촉구했다.

국보폐지행동은 국가보안법 폐지주간 동안 헌재 앞 1인시위를 계속하고 12월 1일 오후 7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2층에서 국가보안법 피해자와 함께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12월 1일은 74년 전인 1948년 이승만 정부가 여수·순천 사건 이후 국헌을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단체를 구성하는 등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각종의 행위를 처벌하겠다며, 일제의 치안유지법과 보안법을 기반으로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날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박미자 국가보안법7조부터폐지운동 시민연대 공동대표와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가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부당한 권력에 희생당한 열사들과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여 과거 역사정의를 실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들을 사상의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미래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오늘 우리는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꿈꾸며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드시 실현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폐지주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재판소가 흔들림없이 정의와 양심의 길을 따를 수 있도록 이곳에서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인 김재하 국보폐지국민행동 상임대표는 "지난번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 이후에 모든 이들의 시선은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관들의 결정에 쏠려있다"며, "헌법재판소에서 국가보안법 제2조와 7조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면 그것은 이 시대 양심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헌재의 위헌결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위헌결정을 바탕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국가보안법폐지 법률안 2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 제22대 국회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우리를 고통에 빠뜨렸던 국가보안법을 끝내 폐기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인 황인근 목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령처럼 배회하며 이 사회를 지배하는 국가보안법의 해악을 고발했다.

국민의 대부분이 노동자인 나라에서 노동의 권리가 축소되고 8년 겪은 참혹한 참사가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으며, 지난 몇달간 전쟁연습으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중에 지난 9일에는 6명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강행되고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인 정대일 선교사를 긴급연행해 조사하는 등 국민의 입과 귀를 막으려는 해묵은 악법이 버젓이 집행되고 있다는 것.

황 목사는 "케케묵은 인습에서 벗어나 더욱 존엄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헌법재판소가 부디 용기 있게 이 그릇된 법들을 끊어버리고 더 발전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 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지난 9일 말기암 투병중 국정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강은주 4.3민족통일학교 대표의 가족이 제주에서 긴급 상경해  여전히 활개를 치는 국가보안법의 '패륜성'을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관들이 구 시대가 만든 유령에 사로 잡히지 마시라고 강력히 권고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며,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우리의 오래된 잘못된 과거가 우리의 미래를 덮어버리고 통제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헌법재판관들은 "얼마나 많은 허언과 거짓과 많은 위성이 그 안에 있는지, 과거 국가보안법을 유지했던 그 결정들을 차근히 읽어보고, 한번은 소리내서 읽어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 인권, 평화, 민주주의 등 현대 헌법이 지향하는 기본적인 가치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채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고착돼 온 기성 권력의 이글거리는 탐욕만이 가득하다는 것을 분명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이라는 유령이 더 이상 우리 삶을 지배하게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며, "국가보안법 위헌 판결을 내려야 하는 9명의 헌법재판관이 부디 현실을 왜곡하지 말고 미래를 외면하지 말며, 용기 잃지않고 뒤로 물러서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상 반국가단체와 이적단체 및 이적표현물 관련 규정을 다룬 제2조 1항 및 제7조 1항, 3항, 5항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 대한 판결(2017헌바42  등 총 11건)을 앞두고 있다. 수원지법과 대전지법이 낸 위헌제청과 개인 헌법소원을 비롯해 총11건이 병합된 사안이다. 

앞서 헌재는 지난 9월 15일 국가보안법 제정 이래 74년만에 처음으로 이 사건을 공개변론 형식으로 다룬 바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주간 선포 기자회견문 (전문)

국가보안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지금 이 순간에도 반헌법적인 사명을 다하고 있다. 지난 11월 9일, 국정원과 경찰이 암투병중인 한 환자의 집에 진입하여 압수수색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기업 살인에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 사법기관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동자의 절규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 사법기관이, 말기암과 싸우는 한 인간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 권리가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74년 전, 이승만 독재 정권이 만들어낸 임시 법률로서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던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해방 이후에는 통일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를 가리지 않고 탄압하며 민주주의의 발전과 평화 통일을 가로막았다. 국가보안법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유린한 악법 중의 악법인 것이다. 

사람의 생각을 처벌하는 것은 온 국민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부당한 권력에 희생당한 열사들과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여 과거 역사정의를 실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들을 사상의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미래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평화와 안전을 향한 우리의 소박한 염원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본격화된 미·중 갈등으로 인한 신냉전이 세계를 재편하는 가운데 새로운 질서를 강요받는 한반도에도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후손에게 평화롭고 안전한 국가를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결과 적대의 산물인 국가보안법을 지금 당장 폐지하는 것이다.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발전할수록, 국민들의 민주의식이 높아질수록 정권은 더 가혹히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탄압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민주사회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탄압을 뚫고 맞서 싸워왔다. 국가보안법, 이제는 정말 박물관으로 보낼 때가 되었다. 오늘 우리는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꿈꾸며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드시 실현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폐지주간'을 선포한다

헌법재판소가 흔들림 없이 정의와 양심의 길을 따를 수 있도록 이곳에서 외칠 것이다. 


2022년 11월 28일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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