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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정치, 부자감세-서민복지 축소로 끝나다

국가예산은 정치다. 국민에게 세금을 얼마를 걷어 누구에게 얼마를 쓰는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총규모 638조7천억원 새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들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예산처리 법정 기한(12월 2일)을 넘긴 지 22일 만이다. 한달 내내 치열한 논쟁 끝에 여야가 합의했으니 뭔가 달라진게 있나 싶었는데, 시끄러웠던 것에 비하면 화만 돋우는 예산이다.

이번에 통과된 2023년 예산은 부자에게는 세금을 깍아주고, 세수가 부족하니 서민들에게는 복지를 축소하는 전형적인 부자를 위한 예산, 서민을 쥐어짜는 예산이다.

추경호 부총리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노골적인 부자감세예산

윤석열표 새해 예산은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노골적인 부자감세예산이다.

이른 바 예산부수법안(예산에 영향을 주는 법안)이라고 해서 종부세, 법인세, 금융투자소비세(금투세) 등 말이 많았지만, 결국 윤석열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원래부터 윤석열 정부는 집권 5년간 총 60조에 이르는 부자감세안을 내걸고, 종부세, 법인세 개정과 금투세 2년 유예를 요구하였다.

이번에 개정된 종부세법안은 사실상 종부세 자체를 폐지하는 수준이다. 1주택자 기본공제는 공시지가로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렸다. 시가로 치면 16억 정도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부부공동소유의 경우 18억으로 올렸으니, 시가로 강남에 21억 정도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중과세(2.7%~6%) 적용대상은 12억 이상 3주택 이상을 보유하는 자에 한하고 과세율도 1% 낯추어 주었으니, 사실상 다주택자 중과세는 무력화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공시지가 비율을 올해처럼 60%로 유지한다고 하니 29억원 짜리 아파트가 12억원으로 계산된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값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별 효과도 없는 정책이다. 결국 종부세를 무력화하는데 초점이 있다.

법인세의 경우 애초 25%구간 폐지안대로 하면 5년간 28조원의 재벌감세 특혜가 주어진다. 이번에 법인세가 제일 높은 구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간에서 법인세 1%씩 감세하는 안으로 여야가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영리법인 기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4%로 낮아지고, 200억 초과∼3000억 이하는 22%에서 21%로, 2억 초과∼200억 이하는 20%에서 19%로, 2억 이하는 10%에서 9%로 각각 인하된다. 추후 구체적으로 추계헤야 하겠지만 막대한 액수의 법인세를 깍아주는 안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이 5000만원을 넘는 경우 20~25%의 주식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당초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로 연기됐다. 금융투자해서 5000만원 벌었으면 세금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월급쟁이들은 몇 푼 안되는 월급에도 꼬박꼬박 세금 다 낸다.

대놓고 복지축소

이번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예산은 2022년보다 5조원 이상 삭감되었다. 야당의 반발로 전세임대융자사업예산 6630억원 되살아나기는 하였지만, 이것도 공공이 보유하는 임대주택이 아니라 민간임대주택의 보증금 지원예산이다. 윤석열표 예산에는 무주택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권 보장책이라는 개념 자체가 탑재되어 있지 않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이번에 삭감된 5조원 예산의 80%가 윤석열 지난 여름 반지하 홍수참사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예산들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매입임대주택예산 3조여 원과 전세임대주택예산 1조여 원이 포함되어 있다.

무엇을 위한 긴축인가

윤석열 정부는 입만 열면 건전재정을 외친다. 이번 639조원의 예산은 2022년 본예산 608조원 대비 5.2% 정도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추경 680조원에 비하면 오히려 6% 정도 삭감된 예산안이다. 긴축재정이다. 무엇을 위한 긴축인가?

나라살림연구소는 “2022년 5% 넘는 물가상승율을 기록하고, 2023년 노인인구가 5.7%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분야 지출은 10% 이상 늘어도 사실상 제자리 걸음인데 5.2%대 지출증가 규모는 사회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물가상승기, 저출산고령화추세에 맞는 예산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2023년에는 물가는 고물가가 유지되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예상되고, 가계부채, 기업부채로 인한 금융위기가 심화되거나 촉발될 가능성까지 높다. 이러한 경제적 위기와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경제위기 시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재난상황에 대처할 예산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표 예산에는 물가폭등, 노인빈곤, 경제위기로 인한 민생위기, 공공돌봄, 공공의료 등의 문제를 해결할 예산이 전혀 없다. 오히려 기존 예산마저 깍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탐욕을 추구하면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한번은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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