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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앞둔 윤미향, 시작만 요란했던 정의연 사건 쟁점 정리

숱한 의혹 제기됐지만 기소는 7건뿐...윤미향 “결코 사익 추구하지 않았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 ⓒ윤미향 의원실

 
일본군 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윤미향 국회의원이 10일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 기소된 지 약 2년 5개월 만이다. 수많은 의혹 가운데 극히 일부만 기소됐는데, 그 혐의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전부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법원의 판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순간에 파렴치한 범죄자로 낙인 찍힌 윤미향
가족과 지인까지 휘말렸지만 대부분 ‘무혐의’ 처리


정대협 대표와 정의연 이사장을 지냈던 윤 의원은 지난 2020년 5월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로부터 사기·횡령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윤 의원으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직후였다. 이들의 고발 계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정의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이 할머니는 정의연이 후원금을 받아놓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로 인해 오랜 세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헌신해온 윤 의원은 순식간에 ‘피해자 돈을 훔친 파렴치한 도둑’으로 몰렸다. 윤 의원과 정의연에 대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가 벌어지고 무차별적인 언론보도도 쏟아졌다. 윤 의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과 지인들도 비리 의혹과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숱한 의혹 가운데 대다수는 무혐의로 처리돼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정의연 기부금 수입 중 피해자 직접 지원 사업에 쓰지 않은 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기소조차 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다. 정의연은 기부금을 피해자 직접 지원뿐만 아니라 기림, 교육, 홍보, 장학 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도 사용했고, 이는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된 셈이었다.
 

윤 의원이 단체 공금을 유용해 딸 유학비로 지출하거나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의혹도 무혐의로 처분됐다. 딸 유학비는 윤 의원 부부의 근로소득과 남편의 형사보상금 등으로 충당한 것이고, 아파트도 정기예금과 지인에게 빌린 돈으로 구입한 것이 드러나면서다. 윤 의원이 자신의 아버지를 정의연 부설기관인 ‘안성쉼터’ 관리자로 형식상 등재하고 임금을 줘서 배임했다는 의혹도 무혐의 처분이 됐다. 윤 의원의 아버지가 실제로 일한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윤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장례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지출 내역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화해치유재단 위로금 1억원을 수령하지 말도록 강요했다는 의혹도 증거가 없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외에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기했던 시어머니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에 대한 학대 의혹 등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모두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기도 했다.
 

국가 사업 성실히 이행했는데, 억지로 트집 잡아 기소 강행한 검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윤 의원과 정의연 실무책임자였던 김 모 전 사무처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여러 의혹이 해소됐음에도 윤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무리한 기소’라는 입장이다. 대부분 해명이 가능하거나 제도적인 미비로 인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리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을 둘러싼 숱한 의혹 가운데 재판으로 넘겨진 건 7가지에 불과한데,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혐의는 윤 의원이 정의연 부설기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허위로 지자체에 등록해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는 것이다. 검찰은 이 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윤 의원이 담당 공무원을 속여 박물관을 등록하고, 이를 이용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신청해 받았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와 담당 공무원의 증언에 따르면 학예사를 갖춰야 한다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 설령 검찰의 주장대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학예사가 상시적으로 근무하지 않았더라도, 이것을 법적으로 문제 삼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의연이 보조금 신청 취지에 따라 실제로 사업을 수행했음이 문체부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박물관 자체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정황에 따르면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다만 박물관 등록 당시 상황을 두고 학예사와 윤 의원의 주장이 주장이 다소 엇갈리고 있어,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판단할 건지가 혐의를 판가름하는 데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학예사 A씨가 박물관 등록시 학예사가 돼주겠다고 허락했고, 그에 따라 이력서와 학예사증을 보내줘서 등록한 것”이라고 밝힌 반면, A씨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참고용’으로 보냈을 뿐이며, 박물관 등록에 자신의 자격증이 활용될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혐의는 정의연이 여성가족부 사업에 참여해 인건비 명목으로 받은 국고보조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혐의(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다. 검찰은 정의연 활동가가 여가부의 사업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받은 인건비를 정의연에 돌려주며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한 것은 애초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실제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인건비를 받았던 전직 활동가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단체에 ‘기부’한 것일 뿐이라고 증언했다. 사업을 혼자서 수행하기엔 기존에 맡고 있던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이 컸고, 그래서 다른 활동가들이 서로 도와가며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인건비를 혼자서 챙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실제 일을 한 대가로 받은 인건비를 어떻게 사용했느냐를 두고 기소한 것 자체가 과도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세 번째 혐의는 후원회원에게 회비를 받을 때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는 것이다. 기부금품 관련법에 따르면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관할 등록청에 미리 등록을 해야 하는데 정의연이 후원회원 모집을 비롯해 ‘나비기금 후원금’, ‘박물관 후원금’, ‘할머니 미국원정 경비’, 심지어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조의금)’를 모집할 때 이를 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아닌 후원회원에게 받는 ‘후원회비’는 기부금품 관련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검찰도 지난 2016년 정대협에 대한 기부금품 관련법 위반 고발 건을 수사한 결과, 정대협이 받은 돈은 ‘후원회비’에 해당하며 기부금 모집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사정 변경 없이 이번에 또다시 같은 혐의로 기소한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불과하다는 게 윤 의원의 입장이다.

그 외 다른 후원금 모집 역시 후원회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회비를 모집한 것이라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예측을 하기 어려운 사망 사건에 따른 장례비 모집을 두고도 ‘미리 등록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검찰이 지난 2020년 5월 21일 오후 기부금 횡령 의혹 등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수사의 일환으로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하러 들어서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0.05.21. ⓒ뉴시스
 

검찰 논리대로라면 10년 동안 1억 횡령해서 1억 기부한 모순적인 상황


네 번째 혐의는 윤 의원이 정의연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했다(업무상 횡령죄) 혐의다. 계좌 이체, 체크 카드, ATM 인출 등의 방식으로 총 217회에 걸쳐 합계 1억원 상당을 유용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한번에 적게는 수천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사용했다.

관건은 실제 어떻게 사용했느냐를 입증하는 것이다. 윤 의원은 오래된 영수증과 사진 등 증거를 일일이 찾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정의연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할 때마다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적어둔 기록에 남아있었다. ‘OOO 할머니 선물’, ‘해외로밍’, ‘OOO 할머니 바지’, ‘OOO 할머니 운동기’, ‘OOO 할머니 점심’, ‘평화비 건립’ 등이다. 이를 두고 윤 의원은 ‘선 지출, 후 보전’이었다고 해명했는데, 이는 정의연뿐만 아니라 대부분 시민사회단체, 일반 회사에서도 운영하는 방식이라서 횡령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윤 의원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정의연과 김복동의희망에 1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공소사실대로라면 10년 동안 1억원을 횡령해서 1억원을 기부한 모순적인 상황인 것이다.

다섯 번째 혐의는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길 할머니의 상금 등을 탈취했다(준사기)는 혐의다. 그중 핵심은 2017년 11월경 길 할머니가 여성인권상으로 받은 1억원 상금의 절반을 ‘김복동의희망’이라는 단체에 기부한 게 정말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냐다. 검찰은 이를 길 할머니의 건강상태를 악용한 윤 의원의 강요에 의한 기부 행위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선 길 할머니가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할 수 있는 건강상태였다는 윤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와 증언이 잇따랐다. 윤 의원의 준사기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특정된 시점 이후에도, 길 할머니는 수차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길 할머니가 2020년 5월에 양자 입양이라는 법률 행위를 한 사실도 지목됐다. 전문의도 검찰이 주장하는 만큼 길 할머니가 의사 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남은 두 혐의는 모두 ‘안성쉼터’라고 불리는 정의연 부설기관인 안성힐링센터에 관한 것이다. 검찰은 안성쉼터 부지를 정대협이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해 정대협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윤 의원에게 업무상 배임죄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은 윤 의원이 정대협에 손해를 ‘얼마나’ 입혔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는 허점을 노출했다. 게다가 부지 매입은 사업비를 기부한 현대중공업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모두 협의한 결과라는 점에서 업무상 배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반박도 나왔다. 윤 의원의 비리 행위가 어디에서도 포착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윤 의원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도 기소했는데, 안성쉼터가 관할 관청에 숙박업으로 신고되지 않았는데 안성쉼터에서 숙박시설과 설비를 구비해서 약 52회 숙박을 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개방한 사실이 없고, 사업 취지에 맞게 역사교육, 평화교육, 인권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고 실비 수준의 비용만 받았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게다가 ‘52회’라는 공소사실에 중복된 게 포함돼 있다는 것이 드러나 뒤늦게 41회로 수정됐다. 5년 6개월 동안 월 2회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검찰의 주장대로 숙박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오히려 확인된 셈이다.
 

윤미향 “너무나 고통스러운 2년, 결코 사익 추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찰은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김 전 사무처장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윤 의원과 김 전 사무처장은 최후진술에서 정대협과 정의연에서 활동하면서 결코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재판부의 합당한 판결을 청원했다.

윤 의원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는 수요일마다 ‘위안부 앵벌이 윤미향을 구속하라’는 커다란 현수막과 함께 김학순,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 등 피해자들에 대한 온갖 혐오와 폄훼, 인권유린의 구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제 개인의 고통과 별개로 제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을 두 눈 뜨고 지켜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지난 2년 반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피해자들과 활동가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겪고 있는 이러한 고통의 시간들을 멈추기 위해 저는 죽음을 고민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김복동 할머니 죽음 앞에서 ‘희망이 되겠다’ 했던 약속, 강덕경 할머니의 마지막 병상에서 ‘할머니 가셔도 할머니 몫까지 다하겠으니 믿어달라’ 했던 약속, 황금주 할머니께 ‘할머니 떠나셔도 일본정부의 사죄, 꼭 받아 내겠다’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고, 이를 위해 재판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임해 왔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할머니들께서 걸어오신 인권운동가의 삶이, 세계로부터 영웅으로, 희망으로 평가받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활동이 자의식 없이 비주체적으로 활동가에게 끌려 다닌 운동으로 폄훼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훼손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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