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말고 세금 내고 싶다”
그래서 노점상, 도시빈민들은 자신들을 위한 법을 만들기로 했다.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벌금’ 아닌 ‘세금’ 내고 떳떳하게 장사하고 싶다.”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최 위원장이 “노점상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노점상은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코드번호를 갖고 있다. ‘5322’(노점 및 이동 판매원). 노점상도 명백한 직업이라는 뜻이다. 영세사업자가 면세 대상인 것처럼 노점상도 우리 세법에 ‘면세 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노점상에게 붙여지는 ‘불법’, ‘탈세’란 단어는 틀린 말이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말대로 노점상들은 벌금(과태료)을 명목으로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의 세금을 내고 있고, 벌금이 쌓이고 쌓여 1억 원까지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노점상도 떳떳하게 장사해 벌금이 아닌 세금을 내겠다”는 것, 이런 의지를 담은 것이 노점상특별법 제정 투쟁이다. 더 이상 노점상이라는 직업을 숨기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지 않고, 당당한 ‘사회경제적 주체’로 인정받으며 세금을 내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난 2021년, 5만 국민의 동의를 얻어 법안을 발의했다. 스스로 법안을 만들고 발의하면서 노점상들의 자존감도 높아졌다. “강제철거에 저항했던 투쟁에서 한발 나아가 이 사회 ‘경제적 주체’로서의 당당함을 채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강제철거 계고장이 날라오면 연대 온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고, 그러다 다치고 하면서 거의 방어적인 투쟁만 계속해 왔습니다. 외부에서 ‘노점상들은 불쌍하니까’, ‘먹고 살아야 하니까’라고 보는 시각도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젠 수세적인 방어에서 완전히 벗어나려고 합니다.”
‘노점은 시민들에게 볼거리,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더 똘똘 뭉쳤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권을 스스로 보호’하는 것처럼 “노점상들도 생계권, 그리고 ‘거리에서 일하는 노동권’을 스스로 보호하고 보장받겠다는 의지”라고 최 위원장은 강조했다.
‘강제철거 중단’을 외쳤던 지방자치단체 앞 농성은 어느새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농성으로 바뀌었다. 노점을 찾는 시민들에겐 음식을 내기 전 서명지를 먼저 내밀었다. 그리고 국민동의 청원 5만 서명을 달성한 날, 최 위원장은 홍대 앞 노점에서 회원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노점상특별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회부돼 있는 상태다. 이제 공세적으로 싸워 쟁취해야 할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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