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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정국의 기원과 신냉전 독재의 탄생

매카시즘 열풍과 냉전 체제

미국의 신냉전과 윤석열의 공안정국

‘007’ 시리즈는 스파이 제임스 본드의 간첩질을 소재로 한 영화다. 간첩과 스파이, 같은 말인데 어감은 참 다르다. 러시아어로는 프락치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 특히 민주노총에 스파이가 대거 출현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 불가”라고 한 발언이 신호가 되어 스파이 색출이 시작되었다. 제주와 창원 그리고 전주에 스파이가 있다며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단행한 결과 지난달 4명의 간첩단 사건을 발표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조선일보는 17명의 간첩이 더 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민주노총 사무실과 보건의료노조, 건설노조 그리고 인천과 전주지역 노동단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을 이어간다. 공안몰이 대상도 노동자뿐만 아니라 농민, 노점상, 시민단체 인사 등을 가리지 않는다. 명실상부한 공안정국의 도래다.

공안정국의 사전적 의미는 ‘집권 세력 내지 정부가 정치적 반대 세력 탄압을 위하여 사회질서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 것처럼 과장하여 조성한 보수적 국면의 정치’이다.

일단 공안정국이 조성되면 집권 세력에 빌붙거나, 탄압에 맞서 싸우거나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중간 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제1야당은 물론이고 집권 세력 내부도 예외는 아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눈 밖에 난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이 쫓겨나고 안철수마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 것은 공안정국과 무관치 않다. 하물며 직전 선거의 정적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찍어내려는 것이야 어쩌면 공안정국의 당연한 수순 아닐까.

경찰독재 이승만은 1959년 진보당을 해산하고, 직전 대선 경쟁자였던 조봉암을 사형시켰다. 군사독재 박정희는 1973년 유력한 야당 대선주자 김대중을 납치해 암살을 시도했다. 국정원독재 박근혜는 대선에서 ‘다카기 마사오(박정희)의 딸’을 폭로한 이정희 후보에 앙심을 품고, 통합진보당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해산시켜버렸다.

윤석열 검찰독재도 역대 독재정권에 결코 밑지지 않는다.

공안정국의 기원

과거 봉건제하에서는 마녀사냥을 비롯해 공안정국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민주공화제가 일반화된 20세기에 조성된 공안정국은 미국이 주도한 냉전 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차대전 연합군이던 미·소·영·중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다른 체제의 묘한 결합체였다. 자연히 전후 미국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은 사회주의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에 자본가가 집권한 미국 행정부는 반공주의를 내세워 노동자를 탄압하고 정적 제거를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한다.

1950년 2월, 조지프 매카시 미 상원의원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205명의 공산주의자 명단을 가지고 있다”라는 폭탄 발언을 쏟아낸다. 이후 기다렸다는 듯 ‘로젠버그 부부 간첩 사건’이 터지고 매카시는 공산주의자 명단을 공개한다.

비미 활동 위원회(HUAC, 비미국적 활동을 조사하고 탄핵하기 위해 설치된 하원 상임위원회)는 고발된 사람을 청문회에 소환해 조사한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고 결국 고발된 인물은 지위나 명예를 잃고 추방되거나 활동을 중단한다.

매카시의 등장 이후 1년 새 청문회에 소환된 인물은 609명에 이른다. 하루에 두 명꼴로 청문회를 한 셈이며, 1년 내내 반공주의는 뉴스 1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이들 중 간첩 행위가 드러나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대들은 당시의 공안정국을 매카시즘 열풍이라고 부른다. 어쨌거나 매카시즘 열풍 덕분에 미국은 소련과 중국을 비롯해 사회주의를 악마화함으로써 냉전 체제 수립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의 신냉전과 윤석열의 공안정국

최근 국제 질서를 신냉전에 비유한다. 북·중·러를 포위 압박하는 신냉전은 쇠락하는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이다.

냉전과 마찬가지로 신냉전도 북·중·러 악마화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공정이다. 미국은 북·중·러 악마화를 ‘자유 가치 연대’라고 명명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 질서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자유 가치 연대’에 동참해야 한다. 사실 말이 좋아 연대지 실상은 미국식 가치에 복종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5배 비싼 가격으로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와야 하고,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차단에 동조해 역대 최악의 무역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대북 전쟁위기 고조를 위해 ‘선제공격’, ‘확전 불사’ 같은 위험천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미국의 가치가 한국의 국익’이나 되는 마냥 국민을 세뇌시켜야 한다.

문제는 바로, 이 세뇌 작업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 국민은 탈냉전 30년을 거치면서 반공반북이 절대 선이라는 선동을 믿지 않게 되었고, 한미동맹이 국익에 우선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또한 현 공안정국이 미국의 신냉전 전략과 이를 추종하는 윤석열 검찰독재의 합작품이라는 사실도 꿰뚫고 있다.

백주대낮에 공안정국을 획책하는 것을 보면 미국과 윤석열 정권은 과거 냉전 때처럼 우리 국민이 아직도 개돼지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제주4.3, 4.19혁명, 5.18광주항쟁, 87년6월항쟁 그리고 ‘박근혜퇴진촛불’이 남긴 아쉬움을 이번엔 깔끔하게 끝장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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