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법치 운운 윤석열 정부, 정작 '꼼수'로 흑산공항 짓는다"

[인터뷰]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흑산도. 목포에서 92km 떨어진 곳으로 우리나라 행정구역상 최서남단 해역에 있는 섬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이 섬이 최근 공항 논란으로 또다시 시끄럽다. 정확히는 흑산도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산간지역을 활주로가 남북으로 이분화하는 건설 사업이다.

 

흑산공항건설 사업은 1833억 원을 들여 신안군 흑산면 예리 산 11번지 일대 68만3000㎡에 활주로(길이 1200m·폭 30m)와 계류장, 터미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항이 건설되면 50인승 소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해져 섬 지역민들의 교통 편리와 관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서울과 부산·인천·광주 등 주요 도시를 1시간 안에 연결할 수 있어 주민 응급상황 대처와 관광객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흑산공항건설 사업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을 검토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환경부는 2010년, 그리고 2011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 국립공원 내 공항을, 즉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도 내에 소형 공항을 건설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립공원인 흑산도에 공항짓는 것을 심의했으나 여러 문제로 통과도, 부결도 아닌 안건 자체가 '철회'됐다.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흘러온 흑산공항 건설이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31일 흑산공항 사업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그렇게 되면 흑산공항은 언제든지 건설이 가능하다. 물론, 환경영향평가가 남았으나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흑산공항을 짓기 위해 흑산도 공항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한 것을 두고 환경단체는 "참담하다"는 입장이다. "입만 열면 법치를 늘어놓는 정권에서 정작 바탕을 만들어가는 절차적 정당성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활동한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이번 흑산공항 사업부지의 국립공원 해체 결정을 "그간 지켜왔던 절차조차도 무시하는 막무가내식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0년 동안 흑산공항의 경제성, 안전성 등을 논의해왔으나 이러한 절차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곧바로 사업착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흑산공항건설 사업이 진행될 경우,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안전문제도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국립공원 해제 결정은 꼼수로 흑산공항 짓겠다는 것"
 

프레시안 :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지난 31일 흑산공항 사업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흑산도에서 흑산공항을 만들려는 부지만을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한 것이다. 사업타당성 심의를 회피하기 위해서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인철 : 한마디로 수험생(흑산도)이 수능 정시로는 실력이 모자라  들어갈 수 없으니 기부 입학(국립공원 해체)이라는 꼼수로 대학(흑산공항)에 들어가겠다는 식이다. 

 

프레시안 :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흑산공항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0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심의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스톱됐다. 당시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인철 :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보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공간에 어떤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공원시설로 지정된 것만 설치가 가능하다. 이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도에 함부로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근거다. 그러다가 MB정부에서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국립공원에도 여러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이 들어올 수 있나. 

 

정인철 : 호텔을 설치할 수 있다거나 탐방로,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대폭 늘려주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립공원에 공항까지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프레시안 : 국립공원에는 산과 바다가 많다. 이런 곳에 공항을 짓는다는 게 가능한가 싶다.

 

정인철 : 그래서 활주로가 1.2km로 제한된 소형 공항만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흑산도에 공항을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사업 계획을 준비해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첫 심의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 심의를 하는 주체는 어디인가.  

 

정인철 : 국립공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규모와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부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프레시안 : 심의 결과는 어땠나. 

 

정인철 : 심의가 보류됐다. 흑산공원 사업 자료가 너무나 부실했다. 그래서 자료를 보완해오라고 하면서 보류했다. 이후 보완된 것을 2017년 다시 가져와서 2018년에야 심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공항이 들어서는 것을 몇 차례 회의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당시 국립공원위원들은 분야별로 차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등 각 분야로 나눠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아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거기서 정리된 것으로 본격적인 심의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 

 

정인철 : 아무리 들여다봐도 사업이 비현실적이었다. 대다수 위원들이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 흑산도 공항이 건설되는 지역 모습. ⓒ연합뉴스

 

"지역 주민 위해서라면 공항이 아니라 선박 서비스가 향상돼야" 

 

프레시안 :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정인철 : 안전성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 계획하는 공항은 소형 공항이다. 그렇다보니 50명 정도의 소형 비행기밖에 착륙하지 못한다. 대략 50명 정도가 승객으로 탑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런 비행기가 존재하나. 

 

정인철 : ATR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 비행기는 프로펠러를 동력으로 하는 소형 항공기로 우리나라에는 3대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종은 얼마 전에 네팔에서 사고가 났던 기종이다. 탑승한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보통 외국에서 ATR 기종은 빈민국가에서 오지를 가는 데 이용된다. 그게 아니면 화물용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관광용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흑산도는 우리나라 공항의 평균 기상 일수보다 거의 두 배 넘게 기상이 흐림으로 나타난다. ATR의 가장 취약점은 물이다. 하중이 아래 있는 프로펠러 항공이기에 바퀴가 물과 만나면 미끄러지기 쉽다. 오버런이라고 하는데, 항공기가 이륙하는 과정에서 바퀴가 미끄러지면 상승을 못하고 밀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활주로 앞으로 항공기가 꼬꾸라진다. 흑산도에서 ATR은 오버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안개가 자주 끼는 흑산도와는 맞지 않는 비행기인 셈이다.

 

프레시안 : 공항이 들어서면 소음 문제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에도 변화가 생길 듯하다.

 

정인철 : 흑산공항이 들어서는 곳은 산이다. 공항이 지어지면 활주로만 필요한 게 아니라 여러 부대시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평탄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럴 경우, 주민들이 태풍 피해를 직격으로 받을 수도 있다. 여름에 오는 태풍의 강풍을 산이 막아주는데, 공항이 들어서면서 '보호 장치'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떻게 해결할 건가. 소음 이야기도 했는데, 그것도 문제다. 

 

프레시안 : 사업비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정인철 : 현재 활주로 공사비로 1833억을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과거 이야기다. 현재 금리 인상분 등을 따지면 총 사업비는 2500억~3000억 원에 가까워졌다. 섬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더 문제는 공항을 짓고 나서의 항공운용이다. 항공기 구매 또는 임차비용뿐만 아니라 조종사, 승무원 및 기타 운영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 상당한 초기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피크 시 운항횟수를 기준으로 항공기 구매비용만 2888억 원 가까이 들어간다고 했다. 결국, 총 사업비가 5000억 원 정도 든다는 이야기다. 물론, 항공운용비는 민자 유치를 통해 해결한다고 하지만 그 정도 예산을 쏟아부을 만큼 어떤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프레시안 : 흑산공항 이용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긴 하다. 지방공항 이용률은 매우 낮다. 무안공항의 경우 수요예측 대비 실제 이용률은 3.8%, 양양공항은 5.3%에 불과했다. 그렇다 해도 지역 주민에게는 공항 건설이 기존 불편했던 교통을 해소해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인철 : 실제 주민 관점에서 살펴보자. 그들이 주장하듯 주민들 교통 편의를 위해 공항이 지어져야 한다면, 공항이 아니라 선박 서비스가 향상돼야 한다. 흑산도에는 1800명 정도가 거주한다. 그런데 실제 살고 있는 분들은 1000명도 안 된다. 문제는 이분들 생활권의 80%가 목포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분들이 서울에 갈 일은 없다는 이야기다. 배타고 목포 가는 게 전부다. 

 

그런데 흑산도-목포를 왕복하는 배편은 형편없다. 우리나라 여객선은 공영제가 안 돼 있어 특정 업체가 독점으로 운영한다. 그렇다보니 자기들이 배를 띄우고 싶지 않으면 안 띄운다. 경쟁이 없으니 서비스도 매우 낮다. 관광객 기준 사업자 구상대로 공항이 운영되면 선박수요는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불편함은 주민들의 몫이 된다.

 

프레시안 : 흑산도로 관광 오는 이들을 위해서 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1년에 55만 명 정도가 흑산도를 찾는다고 한다. 

 

정인철 : 그것도 잘 따져봐야 한다. 그 인원이 흑산도를 찾는 건 맞지만, 대부분 흑산도를 경유해서 홍도로 간다. 그래서 마치 흑산도를 관광하는 인원으로 착각하게 한다. 경유를 위해 공항을 만들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흑산도 특성을 브랜드화하고, 어업생산과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관광객이 머무를 수 있는 섬으로 가꿔야 한다. 

 

▲ 정인철 사무국장이 흑산공항이 건설되는 곳을 화면에 띄워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검증 없는 흑산공항, 리스크는 누가 감당하나" 

 

프레시안 : 흑산공항은 할 이유도, 해서도 안 되는 사업인 듯하다. 다시 2018년 당시로 돌아가 보자.

 

정인철 : 여러 문제가 분명했다. 그래서 2018년 당시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에게 표결로 심의를 정리하자고 했다. 당시 상황상 부결될 게 뻔했고, 그러면 흑산공항안은 다시 심의를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환경부 차관이 당연직)이 표결에 부치는 것을 계속 거부했다. 

 

프레시안 : 왜 그런 것인가. 

 

정인철 : 청와대와 정치권으로부터 부결만은 시키지 말라는 '오더'를 받지 않았겠나. 그러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결국, 이대로는 부결된다고 판단한 국토부가 심의를 철회했다. 

 

프레시안 : 그때 이후로는 별다른 심의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진행된 지난 31일 국립공원위원회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심의와 결정이 내려진 듯하다. 

 

정인철 : 흑산공항 관련한 논의가 10년 동안 이어져 왔다. 행정이 들어가고 예산이 들어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그 기간을 무시하지 못했다. 흑산공항을 만들고 싶어 했으나, 절차를 지키려 나름 노력했다. 국립공원 내부에 공항을 설치할 수 있는 공원계획 변경 절차라고 하는 행정 절차를 밟아왔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사업 적법성을 검토했다. 어쨌든 단계를 밟아갔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그런 절차조차도 깡그리 무시한 결정을 내렸다. 아예 흑산도에서 공항부지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과거 10년 동안 진행되었던 행정 절차 전체를 그냥 없었던 일처럼 소멸시켜 버렸다. 사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 애초 10년 동안 논의할 것도 없이 이런 방식을 취하면 한 방에 끝나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런 식으로 절차를 밟지 않고 건너뛸 경우,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인철 : 2018년도에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관련해서 전문가들을 다 모여 검증을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우려점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런 리스크들이 아무런 검증 없이 그냥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패싱됐다. 그럼 그 리스크는 누가 감당하게 되는가.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반대로 안전성과 경제성과 환경성을 충분히 검증한 뒤, 사업이 정식으로 통과되면 혹여나 발생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럴 경우, 그 편의성은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안전도 담보된다. 

 

프레시안 : 공정과 절차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절차를 건너뛰다 보니 논란이 더 되는 듯하다.

 

정인철 : 지금 대통령이 말하고 있는 공정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것이 절차적 정당성이다. 이것이 확보되어야만 내용에 대한 정당성도 확보될 수 있다. 흑산공항이 절차적으로 문제없이 진행됐다면 내용이 일부 부실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용 검증 과정에서 절차가 부실해버렸기에 둘 다 놓친 꼴이 됐다.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