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친구들이 한미연합사를 방문해 사령관과의 면담을 요청하다가 연행되고 하루가 지나 벌써 이틀째 밤을 유치장에서 보내고 있구나.
아마도 다들 유치장의 마룻바닥 같은 곳에선 자 본 일이 없을 텐데, 단식까지 진행하고 있다니 밥을 먹고도 돌아서면 배고파할 나이에 고달프지는 않은지 걱정이구나.
매일매일 미국의 최신예 이지스함이 제주에 입항했다는 소식, 미국의 핵폭격기가 한반도 영공에 전개됐다는 소식, 무인기로 요인 암살을 하는 훈련을 진행한다는 소식, 이런 기사들이 눈에 띄는구나.
참, 윤석열 대통령이 SLBM 잠수함에 타고 응징 보복을 이야기했다는 기사도 보였단다.
SNS엔 입대할 시기엔 부동시로 병역을 면제받더니, 이제 와선 전쟁을 학수고대하는 무책임한 모습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들이 많더구나.
얼마 전엔 유엔 부대변인이 한반도 전쟁 발발을 우려하며 당사국들 모두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는 논평을 하기도 했다니, 이런 모든 움직임과 우려들이, 너희가 주장한 ‘전쟁 위기 고조시키는 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라는 요구가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것인 줄 알게 하는 것 같구나.
전 세계가 우려스러운 눈으로 지켜보지만 정작 우리 언론은 무심하거나,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하구나, 70년 휴전 중이라지만 73년이나 지속되는 전쟁 국가에서 태어나 평화를 모르는 우리는 어느새 전쟁이 너무나 익숙해서 전쟁의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되었나 싶다.
이렇게 누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제 한 몸을 던져 모두의 삶을 지키고 민족의 자존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없다면 순식간에 우리 삶을 집어삼킬 위기가 바로 곁에 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겠니.
오늘 너와 친구들을 유치장 아크릴판 너머로 만나면서 엄마는 그 빛나는 얼굴과 의연한 모습을 보고 참으로 고맙고 대견했다.
오늘 이완용과 을사오적의 부활이 이 나라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 등이라면,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등 애국자들의 현신은 바로 너희들이 아니겠니.
80년 전 우리는 나라를 되찾고도 친미반공으로 모자를 바꿔 쓴 사대매국노들로 인해 분단과 예속을 맞아야 했지만, 이제는 되살아온 숱한 안중근, 유관순들이 그 치욕의 역사를 끝낼 수 있을 것 같구나. 오늘 시청 앞 대로는 인파로 흘러넘쳤단다. 그 거리엔 탄식이 아니라 단호하고 용감한 구호가 자리했고, 희망이 넘쳤구나.
모두 너희의 얼굴, 너희의 마음 그대로 촛불을 들고 일본대사관과 미대사관 앞에서 호통을 쳤구나.
고맙구나. 나만의 자식이 아니라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큰 사람으로 커 줘서.
몸도 마음도 더 단단해져서 기쁘게 만나자, 우리 아들, 우리 딸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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