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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이어 한국노총까지 ‘정권 심판’ 합류

한국노총마저 적으로 돌린 윤석열 정부...노정 대립 격화에 여당도 ‘난감’

국노동조합총연맹이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노동자 폭력진압 경찰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포스코 하청노조의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과잉 폭력 진압과 무차별한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고 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2023.06.02. ⓒ뉴시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정권 심판 대열에 합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 사이 대립이 그 어느때보다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은 오는 7일 전남 광양지역지부 회의실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에 계속 참여할지를 놓고 논의할 방침이다. 이후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광양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이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경찰로부터 폭력적으로 체포된 지역으로, 한국노총은 경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곳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같은 날 한국노총은 광양제철소 앞에서 ‘노동운동 탄압분쇄’와 ‘경찰 폭력만행 규탄’을 기로로 긴급 투쟁 결의대회도 연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거나, 탈퇴하는 방안까지 열어두고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정부와의 관계 단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이다.

 

 

 

민주노총,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전면화
한국노총도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 시작” 선언


비교적 친정부 성향의 한국노총마저 정부와의 관계를 끊는 것은 지난 보수정부 때에도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역대 정부는 민주노총을 배제한 가운데 한국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적극 활용해왔다. 노동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을 최소한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임기 초부터 노동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정부의 노동개악 추진에 양대노총이 함께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의 무리한 노조 회계장부 제출 요구로 정부와 노동계가 정면으로 맞붙는 모양새가 됐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도 정부의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기 시작했고, 정부의 지원 역시 끊기기 시작했다.

정부의 노조 탄압에 반발하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사망과 하청노동자 문제 해결에 나섰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은 노동계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모두 최근 한 달여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먼저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전면화를 선포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권에 경고장을 여러차례 날리며 7월 총파업 투쟁을 결의했던 민주노총이 건설노조 간부 분신 사망 이후로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윤석열 정권 퇴진을 목표로 투쟁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것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 민생, 민주, 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총력투쟁 대회에서 “지금까지 이런 정권은 없었다”며 “모두가 힘을 모아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도 같은 날 광양제철소 앞에서 발생한 경찰의 폭력진압을 강력 규탄하면서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노동개악 저지에 머물렀던 투쟁 수위를 정권 심판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금속노련이 한국노총 안에서 가장 큰 조직이라는 점에서 한국노총의 조직적 분노 역시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이달 1일 예정돼 있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 불참했고, 금속노련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까지 잇따르자 경사노위 참여 중단이라는 강수까지 두려고 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패는 결국 노동자와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앞에서는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뒤에서는 농성장의 벼랑끝에서 노동자를 폭력진압하는 정권에 대해 이젠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며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퇴진! 민주노총 총력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5.31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노동개혁’도 좌초 위기
스스로 한국노총을 적으로 돌린 결과


한국노총이 실제 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하거나 탈퇴하고 정권 심판 투쟁에 나설 경우, 정부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대회가 노사정 3축의 모양새마저 갖추지 못하게 되면서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윤석열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국정과제인 ‘3대 개혁’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던 ‘노동개혁’도 좌초될 수밖에 없다. 결국 윤석열 정부에게 남는 건 ‘노조 탄압’ 말고는 없는 셈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의 입장에서도 한국노총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한국노총 출신이고 국민의힘 내에 한국노총 출신이 꽤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보수정권이 한국노총을 지지기반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지금의 상황은 한국노총이 지지세력이 되기는커녕 심판세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한국노총을 적으로 만든 결과다.

이렇게 되면 노동계에서 민주노총을 갈라치기하려던 보수정권의 노림수도 소용이 없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조혐오 정서를 자극하며 민주노총을 마구잡이로 공격해 지지기반을 다져오던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기감이 고조된 여당 내에서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김 위원장을 교체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이번 광양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윤석열 정권의 노동적대정책과 노조혐오에서 비롯됐다”고 규정하면서 단순히 김 위원장의 문제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한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노동탄압-과잉수사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 노동계와 보조를 맞출 준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반인권적 노동탄압과 폭력 진압은 헌법 위반이자 법률 위반”이라며 이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 최지현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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