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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 오염수 ‘검증’ 않고‥방류 ‘지원’ 사실 밝혀져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06.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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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방사능 오염수 '검증' 기관 아니다

일본이 IAEA에 요청한 것은 ‘오염수 방류 계획 지원’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검증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활동이 6월 2일 종료되었다. 이로써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본 현지 언론은 6월 5일 저녁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바다까지 이어진 해저 터널 굴착 작업이 완료됐고, 바닷물 주입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보도했다. 터널 내부를 바닷물로 채워 터널과 바다를 연결하면, 오염수 방출 준비는 사실상 끝나는 셈이다. 6월 IAEA의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일본은 언제라도 오염수를 방류할 태세다.

IAEA가 신뢰할 만한 국제 검증기관이라는 환상

국제원자력기구는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춘 국제기관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는 오염수 문제를 검증할 만한 전문성을 갖춘 국제기구가 아니다. 이 기구는 원자력 발전을 장려하고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기구일 뿐이다.

그러나 IAEA가 일본이 방류하려고 하는 오염수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국제기관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지적하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자, 국제사회가 국제원자력기구의 오염수 ‘검증’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지난 5월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다녀온 우리 정부의 시찰단 역시 IAEA의 최종 ‘검증’ 보고서가 나온 이후 최종 입장을 낸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IAEA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여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입장을 낸 바 있다. 2021년 4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세 가지 요건을 제시하며 “IAEA 기준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냈다. 정 장관이 제시한 세 가지 요건은 ▶ 일본 정부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정보를 공유할 것 ▶ 한국 정부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할 것 ▶ IAEA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이었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공동성명에서 “국제원자력기구 안전 기준과 국제법에 따라 수행될 IAEA의 독립적인 검증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요약하자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포함하여 국제사회는 일본의 오염수 안전 문제를 검증할 전문성 있고 객관성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국제기구로 IAEA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거대한 환상에 불과하다.

IAEA, 핵발전을 장려하고 확산하는 국제기구로 출발

그러나 IAEA는 애당초 일본이 바다에 방류하려고 하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기관이 아니다. IAEA 규정에 명시된 활동 목적과 기능, 어느 것을 보아도 IAEA는 일본 핵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기관이 될 수 없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에 대한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이다. 1953년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유엔 총회에서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한 이후 창설이 본격화되었다. 1956년 10월 유엔 회원국 81개국의 찬성으로 IAEA 규정(The Statute of the IAEA)이 채택되었고, 이 규정에 따라 1957년 유엔 산하 기구로서 발족했다.

따라서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활동을 가속화하고 확대하며,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감독하고 통제하는 국제기구이다.

IAEA 규정 제2조 목적

본 기구는 전 세계의 평화, 건강 및 번영에 대한 원자력의 기여를 가속화(accelerate)하고 확대(enlarge)하도록 노력한다. 가능한 한 자국이 제공하거나 요청 시 또는 감독이나 통제하에 제공되는 지원이 군사적 목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한다.

 

그러한 목적 아래 IAEA는 ▶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개발·실용화를 장려하고 지원하며, ▶ 관련 재료·서비스·장비·시설을 제공하며, ▶ 과학기술 정보의 교류를 촉진하고 ▶ 원자력 전문가의 교류 및 훈련을 장려하는 기능을 담당한다.(IAEA 규정 제3조 기능)

애당초 IAEA는 핵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전문기관이 아니라 핵발전을 확대하고 장려하는 전문기관으로 출범한 것이다. 그래서 IAEA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더불어 국제적인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두 기둥으로 평가받아 왔다.

일본이 IAEA에 요청한 것은 ‘오염수 방류 계획 지원’

IAEA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별도의 페이지가 있다. 거기에 그동안의 경과가 상세하게 적혀있다.

“2021년 4월, 일본 당국은 IAEA에 알프스 처리수 방류와 관련된 계획과 활동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검토하기 위한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강조-기자)

일본이 요청한 것은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이 아니고, “오염수 방류 계획과 활동을 이행할 수 있는 기술 지원”이다. 일본의 지원을 요청받은 IAEA 라파엘 그로시(Rafael M. Grossi) 사무총장은 “일본의 발표를 환영한다”라면서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 "오염수 방류, IAEA 지원 요청"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있는 그로시 IAEA 사무총장.

2021년 7월 7일 일본과 IAEA는 IAEA가 제공할 기술 지원 범위에 대해 합의했다. 당시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IAEA는 일본의 계획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검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눈으로서 IAEA 전문가들은 방류가 안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검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과 세계 다른 지역, 특히 이웃 국가 사람들에게 그 물이 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강조-기자)

사무총장의 발언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검증’과 ‘안심’이다. 그러나 사무총장이 밝힌 IAEA 활동의 목표는 오염수가 위험하지 않다고 이웃 국가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검증’은 형식일 뿐이라는 실토와 다름없다.

IAEA는 “IAEA 작업의 대부분은 2023년(추정) 방류 전에 완료될 예정”이라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 "방류 전에 IAEA의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고 적혀있다.(IAEA 홈페이지)

일본의 방류 지원한 역할에 충실한 IAEA

따라서 2년간에 걸친 IAEA의 활동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IAEA는 11차에 걸쳐 태스크포스 회의를 진행했고, 여섯 개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6월 말 최종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모든 보고서에서 IAEA는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섯 번째까지의 보고서는 일본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것이니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IAEA가 직접 시료 분석을 한 여섯 번째 보고서이다. IAEA는 한국, 스위스, 미국, 프랑스까지 참여한 교차 분석 결과 “유의미한 핵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시료는 도쿄전력이 탱크 속 오염수를 섞지 않고 윗부분만 퍼낸 것이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교반은 하지 않았다. 탱크 뚜껑을 열고, 샘플링 기계 등을 집어넣어 채취했다”라고 실토했다. 따라서 여섯 번째 보고서 역시 일본이 제공한 시료, 그것도 핵물질이 다량 존재할 탱크 아래쪽은 건드리지 않은, 신뢰성을 상실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였다.

▲ 교반을 하지 않았다는 도쿄전력 관계자의 발언(JTBC 화면 캡쳐)

국제원자력기구는 핵 오염수의 안전을 ‘검증’하는 국제기관이 아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밝혔던 것처럼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한,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원하는 국제기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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