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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 '이통3사 메기' 알뜰폰 되살리려면

5G 도매대가, LTE보다 20% 높아… 알뜰폰 5G 점유율 0.7%
도매의무·대가산정 제도 개선해 알뜰폰 경쟁력 살려야
"소비자는 알뜰폰을 제4, 제5 이동통신으로 인식[미디어스=송창한 기자] SKT·KT·LGU+ 3사 과점 시장인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알뜰폰(MVNO)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온다. 알뜰폰이 5G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도매대가를 인하하고, 이동통신사(MNO) 도매대가 제공 의무 일몰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리적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이동통신 도입, Full-MVNO를 포함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정책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5G 중·저가 요금제 도매대가 인하 등 알뜰폰 사업자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박찬대 의원 주최로 열린 '합리적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토론회(사진=미디어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박찬대 의원 주최로 열린 '합리적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토론회(사진=미디어스)

알뜰폰은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고,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효과'를 노리고 도입됐다. 대기업 이통3사와 비교해 서비스 품질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용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지만 최근 알뜰폰 가입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젊은 세대,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현재 알뜰폰 가입자 수는 13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실장은 이동통신 시장이 여전히 3사 과점 체제라고 짚었다. 이통 3사는 값비싼 5G요금제를 통해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고, 알뜰폰 시장에는 이통 3사 계열사들이 들어와 3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가입자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알뜰폰 이용자 절대 다수는 4G(LTE)서비스 가입자다. 전체 5G 가입자 중 0.7%만이 알뜰폰을 이용하고 있다. 이통 3사의 결합판매와 높은 도매대가 때문이다. 이통 3사의 LTE 도매대가는 40~50% 수준인 반면 5G 도매대가는 6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도매대가는 이통 3사가 결합할인을 통해 제공하는 통신 소매요금 수준이다.   

아울러 박 실장은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기간을 연장하고, 장기적으로 자체적인 설비를 갖춘 풀-알뜰폰(Full-MVNO) 사업자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규제는 3년 단위 일몰제로 운영돼 왔다. 현재 도매제공 의무 규제가 일몰된 상태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사진=미디어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알뜰폰 사업자가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알뜰폰 사업자가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대기업 계열을 제외하고, 경쟁할 수 있는 알뜰폰 중소사업자가 있나"라며 "도매대가를 어떻게 세팅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크지만, 사업자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무조건 보호해 줘야 되고, 수익을 보장해 달라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기업 계열이 왜 약진하고 경쟁력을 갖느냐, 결국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투자를 통해 서비스 개선과 혁신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며 "혁신을 해야 도매대가 완화 등을 논의할 수 있다. 투자가 전제되지 않는 정책적 지원은 무리"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풀-알뜰폰 사업자의 출현을 위해 정부가 도매제공의무, 도매대가, 단말기, 전파사용료 등에서 특혜에 가까운 지원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알뜰폰 사업이 단순재판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혁신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사업자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동통신사 도움 없이 독자적인 요금상품도 출시하지 못하는 취약한 구조 속에서는 투자와 혁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황 부회장은 "설비기반 알뜰폰 사업자의 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도매대가 산정 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며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도매대가산정 방식을 이동통신사 영업이익이 100% 보전되는 회피가능비용 차감방식만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부회장은 설비투자비를 보전할 수 있도록 망 원가와 적정이윤을 더해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코스트플러스 방식이 필요하다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요청했다. 

이밖에 황 부회장은 정액형 요금상품에 대한 세부적인 도매대가 산정기준을 명문화하고, 이동통신사의 도매제공의무 3년 일몰제를 폐지해 알뜰폰 사업자의 불안요소를 제거해줘야 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여준상 동국대 교수는 "시장경쟁 차원에서 알뜰폰의 역할이 상당하다고 본다"며 "통신비는 알뜰폰이 들어오고 인하가 되다가 5G가 도입되면서 다시 올라갔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5G 시장에 알뜰폰 사업자가 활약을 많이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소비자 관점에서의 (정책적)시각이 필요하다. 그동안 너무 공급자 관점에서 이뤄져왔다"고 지적했다. 여 교수는 "소비자는 MNO, MVNO 모른다. 소비자들은 알뜰폰 사업자를 이미 제4, 제5, 제6 이동통신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제4이동통신이 들어오면 회색지대에서 아래위로 못 끼고 도태되고, 이동통신 3사에게 인수합병 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알뜰폰 시장이 커져 가는데 여기에 정부정책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알뜰폰이라고 하면 통신비 인하 부분에만 집중하기 쉽다. 하지만 정책설계를 진행해오면서 이동통신3사와 경쟁이 가능한 일종의 '메기', 경쟁활성화에 신경을 기울여 왔다"며 "다만 아직 부족한 측면이 있어 앞으로의 정책에서 고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저희도, 업계도 그동안 공급자 측면에서 고민해 온 것 같다. 기존 이동통신사 가입자들이 대기업 계열 알뜰폰을 거쳤다가 중소사업자 알뜰폰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있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발전할 수 있는 측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어 김 과장은 "소비자 측면에서 알뜰폰은 콜센터가 안 터지는 등 속터지는 경우도 많다. 작은 사업자 입장에서 어쩔 수 없겠지만 용납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냉정한 사업자 평가를 통해 이용자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

  •  기자명송창한 기자
  •  
  • 입력 2023.06.08 08:55
  •  
  • 수정 2023.06.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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