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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제도 개혁 긴급토론회 “전세가율 상한 제한 등 강제 규정 필요”

‘세입자를 위한 전세제도 개혁 방안’ 긴급 토론회 개최...“특별법 사각지대 여전, 보완 절실”

세입자를 위한 전세제도 개혁 방안 긴급토론회 ⓒ뉴시스
최근 전세사기 특별법이 마련됐지만, 여전한 사각지대와 앞으로 발생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전세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가 발생하게 된 현상적인 부분과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이 동반돼야만 세입자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과도한 갭투자로 인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인의 의무를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피해자 전국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시민사회대책위)는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입자를 위한 전세제도 개혁 방안’ 긴급 토론회를 열고 전세제도 문제점과 전세제도 개혁 관련 입법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세대출과 전세보증금이 투기 레버리지로 활용되면서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제도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진단했다.

심상정 의원은 전세사기-깡통전세가 정부 정책의 실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심 의원은 “전세는 주거제도이기도 하지만 금융제도이기도 하다.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돈이 거래된다”며 “그러나 사인간 거래라는 이유로 제도적 규제와 안전망이 마련되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심 의원은 “그러는 사이 전세제도가 갖는 리스크를 임차인들이 고스란히 떠안아 왔다. 당장 전세를 없애자느니 말자느니 논의하는 것보다 전세제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사람, 세입자들의 입장에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 앞에는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문제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전세사기-깡통전세 사태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 돈 더 빌려줘 해결하겠다는 정부
... 이광수 “전세를 낀 집 대출 막아야”


토론회 발제에 나선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 ▲유례없는 전세가격 하락 ▲과도한 갭투기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낮은 공공임대, 기업형임대 비중 등을 지목했다.

이광수 전 애널리스트는 이 중에서도 급증한 갭투기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주목했다. 이 전 애널리스트는 “집값 급등기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엄청난 갭투자가 이뤄졌다”면서 “2018년부터 2023년 1월까지 서울에 집을 산 사람 중 39.1%가 갭투자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갭투자가 급증한 것이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대부분의 갭투자자는 전세금을 돌려줄 돈이 없다. 그럼 경·공매로 넘어가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애널리스트는 “그런데 여기서 여당은 이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집주인에게 돈을 더 꿔주겠다고 한다. 충격적이다”라며 “그들이 좋아하는 시장주의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돌려줄 전세금을 자산을 팔아서 해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세금 반환보증 관련 대출에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전세금반환보증과 관련한 대출에 대해 한시적으로 DSR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보증금반환대출은 세입자가 나갈 때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금융사를 통해 돈을 빌리는 대출 상품이다. 다른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DSR, LTV 등의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또 전세제도의 큰 문제 중 하나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꼽았다. 이 전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전세담보대출의 구조는 집값이 올라가면 전세담보대출도 오른다. 집값을 기준으로 한 LTV(집값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에 기반해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라며 “집을 갖고 있으면 별다른 검토 없이, 신용 평가 없이 누구든 돈을 빌려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담보대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평균적으로 전세보증금의 35%가 대출로 이뤄졌다. 그 대출을 해줄 때도 전세보증금은 무조건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고 대출을 증가시켰다”며 “금융기관들이 임차인이나 임대인의 신용에 대한 평가 없이 대출을 증가시켜 줬기 때문에 전세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을 높이는 강제 규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전세를 낀 집은 절대 은행에서 어떤 대출도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추가 대출을 해주더라도) 그건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 은행이 수익을 위해 대출을 해준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세입자를 위한 전세제도 개혁 방안 긴급토론회 ⓒ뉴시스

 

‘전세가율 상한 제한’ 방식 대책 마련 요구도...
“제1금융권도 70% 이상은 위험하다고 판단”

‘전세제도 개혁을 위한 입법 대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인 이강훈 변호사는 전세제도 개선에 있어 ▲임대차 3법 강화 ▲정부의 정책실 실패 인정 및 관련 제도 개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봤다.

우선 전셋값 급등의 책임이 임대차3법에 있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 이 변호사는 “전셋값이 급등한 시기가 임대차3법이 도입된 시기와 맞물리는 건 맞지만, 임대차3법보다는 당시 저금리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전세사기 등의 원인을 임대차3법에 돌려 계약갱신요구권,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임대차거래 신고제를 약화시키는 것은 임차인 지위를 약화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의 원인이 전세금융, 정보불균형, 민간임대사업자 관리부재 등에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전세대출, 전세보증의 확대 정책이 주택가격 상승, 전세가격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며,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관련 법제에 내재해 있던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구조적인 정보 불균형이 각종 전세사기가 횡행하게 된 제도의 배경이 됐다”면서 “또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부재로 자산 건전성이 부족한 임대인의 대량 유입 및 갭투기를 활용한 다주택 취득이 확산했다”고 봤다.

주택 공급에 있어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공공부문의 역할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자산과 소득이 부족한 청년 및 중장년 계층이 전세의 구조적 위험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전세대출 확대를 통한 양질의 주택 거주 유도 정책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게 실증됐다. 따라서 중·저소득층 청년, 중장년층에게 양질의 부담 가능한 가격의 공공임대주택 내지 시장가격의 80% 또는 그 이하의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병행해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주택 가격에 대한 전세보증금 비율(전세가율)의 상한을 제한하는 방식의 대책마련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세가율 7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해 초과한 부분에 대해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제1금융권에서 통상 주택가격의 최대 70% 이상 담보대출을 하지 않는 것은 담보대출이라도 그 비율을 넘어서면 채권 회수 측면에서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경매에서 주택 매각가율을 고려할 때 주택에 대한 선순위 채권금액의 합계와 임차인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의 합계가 주택 가격의 70%를 초과하면 경매에 부쳐도 보증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 주택 가격과 연동한 보증금 상한 비율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상미 위원장 “특별법 사각지대 여전... 보완 절실”


이날 토론회의 토론자로 나선 안상미 전국 피해자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전세제도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가격이 치솟은 부동산 시장에서, 서민들의 내 집 장만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똑똑히 하고 있으며, 월세보다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무주택자들의 합리적 주거 선택방안”이라면서도 “현실은 절대적인 임대인 우위의 시장으로 임차인은 언제나 약자이고, 을의 관계다”라고 평가했다.

또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선 “기존의 법체계로 보호되지 못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특별법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완전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기존 정책들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상호 호환되기 어려운 면들과 사각지대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은 “가장 핵심은 정부 정책의 실패로 발생한 피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재난을 인정하지 않은 정부와 은행권의 책임분담이 없다는 점, ‘빚 더하기 빚’ 정책으로 보증금 회수 방안이 없는 대출만으로 일관된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역할이 없다는 점, 당연히 반환받아야 할 보증금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보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근 운영위원장은 “민간 임대주택 전세금 가격을 주택 공시가격 이상으로 거래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며 “주택 공시가격은 현재 시세의 60~70% 선에서 정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득 분위 70%까지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요청에 대해 문수빈 국토부 주택임차인보호과 사무관은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생긴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지원책을 어떻게 만들지와 전세제도 전반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고의적인 깡통전세나 전세사기로 인한 임차인 피해는 이번에 만들어진 특별법 등을 통해 신속히 지원토록 했고, 역전세에 대해서도 지원 방안이 있는지 금융당국과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문 사무관은 또 전세제도 개편에 대해 “임차인의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를 시행했을 때 임대인이 수용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부에서도 급진적으로 전세제도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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