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7일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범계 위원장과 원내대표단 등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들에 대한 수사를 비교해 보자.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는 남편이 경기도지사를 지낼 때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주로 측근 배모씨의 범행으로 인정되고 김씨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지만, 관련 업소 129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말해주듯 경찰의 수사 의지는 강력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반면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혐의에 대한 수사는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2021년 12월 '주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범들이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 사건에 깊숙이 발을 담근 김 여사는 단 한 번도 조사받지 않았다. 검찰은 비판적 여론이 고조되자 서면조사를 했다고 슬그머니 밝혔다.
김 여사는 또 대선 때 허위이력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교육단체 등에 의해 사문서 위조, 업무방해, 사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역시 대면조사는 없었고 서면조사로 대체했다. 관련 대학이 5개나 되지만, 어느 대학이든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조국 사건 초기, 검찰이 관련 대학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김 여사의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여부를 떠나 대체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반론도 만만찮지만, 수사가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대신 대선 기간에 김 여사의 허위이력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한 시민이 가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당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후보자의 이름이나 사진 등을 명시하는 현수막을 게시해서는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90조 1항을 위반한 혐의였다.
지난 2월 <권력과 안보>라는 책을 통해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도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당했다. <권력과 안보>의 소재는 그가 대변인 재직 시 써둔 일기다. 천공 관련 의혹은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의 '전언'에서 비롯됐다. 책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남 총장은 부 대변인에게 천공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와 함께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에 나타났다는 '현장보고' 내용을 알렸고, 부 대변인은 이를 일기에 남겼다.
대통령실의 고발로 촉발된 그에 대한 수사는 경찰과 군 양쪽에서 진행 중인데, 압수수색을 벌인 쪽은 국군방첩사령부였다. 책에 담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관련 내용이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는 게 수사 명분이다. 이에 대해 부 전 대변인은 대부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월 23일 오전 방첩사 수사관들은 부 전 대변인의 아파트 주차장에 잠복했다가 외출하려는 그를 막아서고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 압수수색은 24시간을 넘겨 이튿날 오전에야 끝났다. 수사관들은 물론 부 전 대변인과 변호인도 꼬박 밤을 새웠다.
부 전 대변인 주변 인물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와 가까운 군 관계자 몇 명이 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중에는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한 사람도 있다.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부 전 대변인의 다른 혐의(별건)를 찾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편 의혹의 핵심인물인 천공은 경찰의 출석 요구를 계속 거부하다가 끝내 서면진술서 제출로 갈음했다. 이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경찰이 천공의 입에만 의존하지 말고 그를 수행하는 측근들의 휴대전화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시기의 동선과 행선지를 확인했다면, 참이든 거짓이든 의혹의 실체가 드러났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참고인에 대해서는 필요시 압수수색도 벌이면서 천공에 대해서는 유난히 참고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극적 수사로 일관한 이유가 뭔지 의아해하는 국민이 많다.
"권력이 권력을 저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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