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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발생률, 평균보다 31% 높은 월성핵발전소 주민

 

월성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암 발생이 전국 평균보다 31%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인근’은 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를 말한다. 이러한 사실은 환경부에서 실시한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이하 건강영향조사)에서 밝혀졌다. 조사를 맡은 연구팀(연구책임자: 박수경 서울대 교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치 암 발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러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월성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암 발생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다수 언론이 환경부의 엉터리 보도자료를 인용하면서 건강영향조사의 결과와 시사점이 심각하게 왜곡됐다. 이로써 윤석열 시대의 대한민국은 핵발전소 주변의 암 발생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지는 세계사적 과업을 이루었다. 비싼 돈 들여 암보험 가입하지 말고 핵발전소 옆에서 살면 된다.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 ⓒ김철수 기자


환경부의 엉터리 통계는 어디서 나왔을까? 월성핵발전소 주변의 양남면, 문무대왕면, 감포읍을 한 덩어리로 묶은 것이 함정이다. 한 덩어리로 묶어서 통계를 내면 전국 평균보다 암 발생률이 14% 낮게 나온다. 필자는 이번 조사의 민관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필자를 비롯해 여러 위원이 이구동성으로 양남면, 문무대왕면, 감포읍을 한 덩어리로 묶는 데 반대했고, 월성핵발전소를 중심으로 거리별 암 발생률 조사를 제안했다. 연구팀도 제안을 받아들여 거리별 통계를 작성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거리별 통계를 외면하고 핵산업계에 면죄부를 주는 엉터리 통계를 발표했다.

양남면, 문무대왕면, 감포읍을 한 덩어리로 묶으면 월성 핵발전소 반경 20km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핵발전소 인근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통계에 포함된 인구 크기를 살펴보면 반경 10km~20km의 인구가 반경 10km보다 2.8배 많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반경 20km의 낮은 암 발생률이 전체 데이터를 희석하기 때문이다.

경주 월성핵발전소 주변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

암 발생 통계를 거리별로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다. 표는 건강영향조사 최종보고서의 ‘표158’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월성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 주민의 암 발생이 전국 평균보다 31% 많다. 반경 10~20km 주민과 비교하면 무려 44% 더 많다. 충격적이다. 주요 암을 살펴보면, 위암 54%, 간암 55%, 폐암 61%, 여성 유방암 14%, 갑상선암 42% 많이 발생했다. 반면에 반경 10~20km 주민의 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보다 많이 낮다.
 

월성핵발전소 거리에 따른 암 표준화발생비(%) ⓒ필자 제공


물론 반론도 있다. ‘모든 암’과 ‘위암’을 제외한 다른 암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통계적 유의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모든 암’을 개별 암으로 세분하면서 표본이 부족하여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 반경 10km 이내에서 월등히 높은 암 발생률이 일관된 경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건강영향조사 결과에서 눈여겨볼 지점이 또 하나 있다.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주민 960명의 소변 및 혈액을 채취해서 검사했더니 체내 삼중수소 농도에 따라 임상(적혈구, 백혈구, 림프구, 활성 비타민D, 갑상선 자극 호르몬, 소변 크레아틴, 소변 요오드 등) 수치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민의 몸속에서 삼중수소가 많을수록 임상 수치가 후퇴했다.

특히,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100베크렐(100Bq/L) 이상인 주민 20명의 임상 수치가 가장 안 좋았고, 소변에서 요오드가 기준치 3배 검출됐다. 의학계에 따르면 소변 요오드의 양이 기준치 3배면 갑상선 질환 위험이 7배 높아진다. 이들 20명의 평균 피폭량은 연간 0.0033밀리시버트(mSv/y)로 평가됐다. 이는 연간 피폭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의 1/303에 불과한 극미한 피폭이다. 그런데도 임상 수치가 크게 후퇴한 것이다.

월성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 주민의 암 발생이 전국 평균보다 31%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주민 960명의 소변 및 혈액 검사 결과는 극미량의 방사능 피폭도 임상 수치를 크게 후퇴시켰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금까지 저평가된 방사능의 인체 영향도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안전한 방사능은 없다.

필자주
*Bq(베크렐): 방사성 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 1Bq은 1초에 방사선이 1번 방출되는 양. ‘삼중수소 100Bq/L’는 1리터의 액체에 삼중수소 방사선이 1초에 100개 검출된다는 의미.
*Sv(시버트): 인체의 방사선 피폭을 평가하는 단위. mSv(밀리시버트)는 Sv의 1/1000 크기. 가슴 X레이를 촬영하면 평균 0.2~0.34mSv 피폭으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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