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을 맞이했지만 종전은 고사하고 그 어느때보다 전쟁위기가 높아져 가는 위기의 한반도, 2023년 7월이다.
700여 개 국내 시민사회·종교·평화·진보단체와 7대 종단, 그리고 70여 개 국제 협력단체가 함께 하는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평화행동)이 정전협정일을 닷새 앞둔 22일 그동안 집회, 문화공연, 서명, 기도회와 강연회, 인증사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해 온 평화행동의 의지를 담아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대회와 행진 : 전쟁 위기를 넘어, 적대를 멈추고 지금, 평화로!'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4시 참가자들은 서울광장 동편에서 출발해 을지로-종로-광화문 사거리를 거쳐 광화문 앞까지 행진을 한 뒤 5시부터 평화대회를 개최했다.
불시에 비가 퍼붓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지만 참가자들은 '적대를 멈추고, 지금 평화로!', '70년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으로 대화의 문을 열자' 등 평화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가고 차분하게 자리를 지켰다.
풍물과 타악공연 팀 레츠피스가 이끈 평화행진이 이어지는 1시간 동안 연도의 시민들은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는 등 평화의 구호에 호응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광화문 앞 평화대회는 "우리의 행동이 평화의 새로운 길을 여는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행동하는 사람들의 힘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다짐과 각오로 시작됐다.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공동대표인 이홍정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과 윤정숙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전쟁위기를 넘어 적대를 멈추고 지금 평화로!'라는 대회 주제를 참가자들과 함께 힘껏 외치는 개회사로 이날 평화행동의 시작을 알렸다.
공동대표들은 "오늘 우리는 70년 넘게 이어지는 분단과 적대적 정전체제로 인해 무력대결이 일상화되고 핵전쟁의 위기가 높아지는 시기를 헤쳐나가고 있다"고 개탄하면서 "갈등과 긴장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적대와 군사행동을 모두 멈추고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긴장 완화와 협력을 위해 행동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불과 수개월, 길어야 몇년이면 끝났어야 할 전쟁이었으나 적대와 대결에 몰두하는 동안 70년이나 고통이 이어져 왔다. 너무나 긴 이 전쟁,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분단과 전쟁 체제하에서는 주권도, 민주주의도, 생존권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고 하면서, 종전과 제재완화를 이야기하면 반국가세력으로 매도당하는 시절이지만 평화를 향한 시민의 행동은 더욱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인 정수영 신부와 장항습지 지뢰폭발사고 피해자인 김철기 평화활동가, 정당을 대표해 윤희숙 진보당 대표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평화를 위한 발언에 나섰다.
정수영 신부는 "주먹을 꽉 쥐고 있을 때와 이 주먹에 힘을 놓고 있을 때 어느 쪽이 더 편한지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는 강요된 증오와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이야기하게되면 서로 화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함께 미래를 꿈꾸는 그 길은 분명히 찾아 올 것"이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철기 활동가는 2021년 6월 4일 고양시 장항습지의 생태교란종과 유입 쓰레기를 걷어내는 작업을 하던 중 지뢰폭발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무릎 아래 5cm까지 절단해야 했던 아픈 상처를 알리고는, 지뢰 폭발에 따른 피해자에 그치지 않고 '분단극복과 통일을 위한 활동에 더욱 힘차게 나서겠다'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진보당과 정의당, 민주당을 대표해 나온 세명의 발언자들은 모두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힘을 모으는데 앞장서겠다'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제사회의 연대를 전하기 위해 전날 방한한 후지모토 야스나리 일본 포럼 평화·인권·환경 대표는 과거 식민지배와 조선인 학살, 침략전쟁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지배의 역사를 제대로 마주하고 그 반성에서부터 아시아와의 연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또 현재 일본 언론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언급하지 않고 북한의 행위는 위협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우리는 일방적인 시각과 보도를 배제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북미, 남북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행동을 진행해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북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바꾸고 한국전쟁의 종결과 6.15공동선언으로 돌아와 남북 유화를 기본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면서 "평화포럼은 한국 시민사회와 일본의 재일동포들과 연대해 한국전쟁 정전협정 70년을 맞는 지금이야말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새로운 동북아시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에 기반을 둔 국제평화단체인 '지팍'(GPPAC,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요시오카 타츠야 공동의장은 '모든 핵무기 사용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한국전쟁 중 맥아더가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했던 일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민사회는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평화행동 참여단체 대표들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을 통해 △적대 중단과 남북 북미 관계 개선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 △핵무기·핵위협 없는 한반도와 세계 △대화와 협력을 통한 갈등 해결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 평화공존의 한반도 및 아시아 △군비 경쟁과 파괴의 악순환 종식 등 평화의지를 천명했다.
이날 평화행동은 대전, 광주,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진행됐으며, 대구·경북과 제주는 각각 오는 26일과 27일 기자회견과 평화대회 형식으로 별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한반도 평화행동 :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전국 동원'의 일환으로 27일과 28일 △한반도 평화법안 지지 의원들과 함께하는 기자회견(7.27 오전 11시 30분) △백악관 앞 평화집회와 행진 및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인근 평화집회(7.27 오후 5~8시) △정전 70년 컨퍼런스 : 평화협정을 위한 전망과 과제(7.28 오전 9시~오후 3시)가 진행된다.
앞서 △한반도 전쟁 반대 평화 실현 100만 서명운동(Korea Peace Appeal) △한미연합군사연습과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 촉구 활동 △전 세계 300곳 평화행동이 진행되었다.
평화행동은 이날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대회에 이어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7월 27일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선언 발표 기자회견(오전 10시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인근)과 △정전 70년 국제 심포지엄 : 휴전에서 평화로(오후 2시 서울) △8.15기념대회 △9월말 뉴욕 유엔총회 서명 제출까지 계속된다.
전쟁 위기를 넘어 적대를 멈추고 지금 평화로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앞두고 우리는 오늘 여기에 모였다.
전국에서, 세계 곳곳에서 이 자리에 모여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손을 맞잡았다.
우리는 이 땅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갈수록 짙어져만 가는 전쟁의 먹구름, 버섯구름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행진했다.
한반도로부터 아시아와 태평양, 그리고 전 세계에 새로운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목놓아 함께 외쳤다.
1953년 7월 27일 3년간 300만 명의 희생을 낳은 참혹한 전투의 포성은 멈추었지만 평화는 오지 않았다.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 행위와 일체 무장행위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려던 정전협정의 목적조차도 이행되지 않았다.
언제든지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 끝나지 않는 적대와 군사적 긴장이 한반도 주민들의 삶을 옥죄어 왔다.
70년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제 이 적대와 전쟁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적대와 불신은 끝 모를 군비경쟁과 군사적 위협의 악순환만을 불러왔다. 우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이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라.
우리는 어느 누구도 이 땅 한반도를 다시금 참혹한 전쟁으로 삼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은 문제 해결 수단이 될 수 없다.
그 어느 누구도 우리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전쟁을 일으키거나 전쟁을 불사한다고 선언할 수 없다. 우리는 전쟁에 반대한다.
우리는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한반도와 전 세계에서 핵무기는 사라져야 한다.
한국전쟁 당사국과 모든 관련국들은 핵무기와 다른 어떤 수단으로도 서로를 위협하지 않을 것, 전 세계에서 핵무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협상이 멈춘 사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논의는 사라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핵에 기반한 새로운 동맹을, 북한은 핵무력의 고도화를 주장한다. 주변국까지 합세하니 핵 군비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포기하지 않았다.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재개되어야 한다.
적대를 중단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새로운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의 열쇠이다. 남북미 정상이 2018년에 합의한 것도 새로운 관계로의 전환이다. 우리는 이 합의의 이행을 요구한다.
모든 당사국들은 이 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상응조치에 관한 협상을 재개하여야 한다.
제재와 압박은 해법이 아니다. 이 방법으로 상황이 개선되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도리어 일방적 제재와 군사적 압박은 새로운 차원의 군사적 위기로 이어졌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한반도 핵 위기, 바로 그 증거이자 모든 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제재는 완화되어야 마땅하다.
무력 시위는 중단돼야 한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공격적인 전쟁 연습이다. 압도적인 핵 억지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과시하면서 상대방에게 총을 내리고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억지이다. 닫힌 대화의 문을 열고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멈춰야 한다.
북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구실로 한미일이 함께 전쟁을 준비하고 연습하며 다른 주변국과 대결하는 군사 연합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정전 상태의 불안정한 한반도를 지역 분쟁의 한가운데로 몰아넣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특히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위해 과거 전쟁 범죄에 눈감고,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용인하며, 아시아 평화의 축인 일본 평화헌법 무력화에 동조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평화롭게 공존하며 협력하는 한반도와 아시아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고, 협상의 재개를 주장하는 것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협박을 당장 중단하라.
전쟁 수사에 동조하지 않으면 비국민으로 낙인 찍으려는 폭력을 멈추라.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가 주인이다. 우려의 목소리를 가두고 배제하려는 국가 폭력과 혐오 선동을 중단하라.
평화를 주장하기 어려운 순간이 평화가 가장 절실한 순간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전쟁 위기가 일상화된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이 가장 필요한 시간이고, 평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당장 전쟁 위기를 넘어 적대를 멈추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
적대를 멈추고 남북 북미 관계를 개선하자!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들자!
제재와 군사 위협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해결하자!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한반도와 아시아를 만들자!
군비 경쟁과 파괴의 악순환을 끊고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데 힘을 모으자!
2023년 7월 22일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대회 참가자 일동
(출처-통일뉴스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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