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레미콘 노동자인 김봉현씨는 "현장에서는 레미콘 값이 아까워 콘크리트에 물을 타는 '가수'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씨는 "레미콘 차량 한대가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데 5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레미콘 공장에서도 5분 간격으로 건설현장으로 배차를 하는 게 맞지만, 건설사들은 조금이라도 타설이 끊기지 않게 하려고 레미콘 공장으로 하여금 차량 10대든 20대든 30대든 몰아서 현장으로 보내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레미콘 차량들이 2~3시간 현장에서 대기하고, 이 과정에서 콘크리트가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씨는 "특히 요즘처럼 폭우가 내릴 땐 물이 안 들어가게 조치를 해야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안전 장치 없이 대부분 레미콘 물량을 타설한다"고 했다. 김씨는 "비가 많이 오면 심지어 시멘트와 골재가 분리돼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타설한 데가 푹푹 파이기도 한다"면서 "그런데도 그냥 공사를 진행하고 나중에 미장을 하고 덧칠을 해 은폐해버린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항의하고 사진을 찍으면 건설사들이 회사에 전화해 '한번 더 이러면 한달치 물량을 끊겠다'고 협박한다"고 말했다.
"LH 지목하며 본질 가려... 불법 다단계 하도급 수사·엄벌 해야"
▲ ‘부실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책임자 처벌, 국토교통부 규탄 민주노총 건설노조 기자회견’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앞에서 열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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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고질적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없애야 부실 시공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건축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골조 공사에 한해서라도 건설사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직접시공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건설안전기술사인 함경식 노동안전연구원 원장은 토론회에서 "'순살 아파트' 사태가 터진 후 'LH가 문제다' '감리가 문제다' 많은 말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라며 "정부나 건설업계는 LH 등의 문제를 휘발성 높게 지적함으로써 이 본질을 감추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함 원장은 이날 토론회 이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철근 공사의 경우 전문건설업체(1차 하도급사) 아래 철근 이사를 등록하는 형식으로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다"라며 "이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중간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신 수령하는 동의서를 받아 한꺼번에 임금을 받아 배분하는 경우도 있고, 각자에게 지급된 일당 중 일정 부분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재하도급은 불법이다. 법은 한 차례의 하도급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실제 이번에 붕괴 사고가 난 GS건설 검단 아파트의 경우에도, 철근 공사 하도급을 받은 전문건설업체 상하건설이 재하도급을 했다는 증언이 나와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함 원장은 통화에서 "지금까지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엄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종 안전 문제와 품질 저하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원장은 "각각 9명, 6명이 사망한 광주 학동(2021년), 광주 화정(2022년) 현대산업개발 사고의 경우 어느 누가 제대로 된 책임을 졌나"라며 "현대산업개발은 여전히 버젓이 수주를 하고 공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함 원장은 "GS건설 검단 아파트 현장의 경우에도 벌써부터 다수 언론들이 '처벌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건설사 입장을 대변하기 시작했다"라며 "또다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이 처해지지 않는다면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부실 공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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