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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전쟁을 도발하는 자 누구인가?



 

 

핵전쟁을 향해 치닫는 북미 대결 정세

한미 군사훈련과 북의 군사훈련 비교해 보니…

2023년의 절반 이상이 한미 군사훈련으로 채워졌다. 8월 18일 기준으로 2023년 한국과 미국이 군사훈련을 진행한 날은 총 230일 중 120일이다. 본 기자가 파악한 훈련만 해도 기동훈련, 해상 훈련, 공중 훈련, 특수전 훈련, 프리덤실드 훈련, 상륙 훈련, 대잠수함 훈련, 공군 편대 훈련, 화력 격멸훈련, 실사격훈련 등 50개가 넘는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된 횟수 역시 18회를 상회한다. 그 기종도 다양하다. 수소폭탄 24발을 탑재할 수 있는 B-1B 전략 폭격기, 사거리 200km의 공대지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B-52H 전략 폭격기, 스텔스 기능을 갖춘 F-22 전투기와 F-35 전투기, 각종 전투기와 조기경보통제기 등을 탑재하여 ‘떠다니는 군사기지’라고 일컬어지는 핵 추진 항공모함, 핵탄두 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 탄도미사일 감지와 추적을 위한 미 공군 정찰기 RC-135S 등이 한반도에 출격했다.

아래 표는 2023년 8월 말까지의 한미군사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현황(빨간색 글자) 그리고 북의 군사적 대응(파란색 글자)을 정리한 것이다. 2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의 기간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군사훈련이 진행되었다. 무려 43일이다.

▲ 2023년 1월 1일부터 8.18일까지 한미, 북 군사훈련 현황(파란색 글씨는 북의 군사훈련이다)

한미 양국은 자신의 군사훈련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훈련이라고 둘러대지만, 미국의 전략자산 등 한미 군사훈련에 동원되는 무기는 대부분 공대지 미사일 같은 공격형 무기들이다.

이에 반해 북의 군사훈련은 2023년 8월 18일 현재 총 13회이다. 그것도 무기 개발 단계라 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까지 포함한 수치다. 시험 발사와 군사훈련을 진행한 날은 총 19일이다. 북의 군사훈련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120일 vs 19일, 50회 이상 vs 13회. 이 대조되는 수치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의 근원이 한미 양국의 전쟁 연습에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난해의 상황을 비교해도 동일한 결론이 나온다. 지난해 8월 14일 이후 12월까지 한미 군사훈련은 140일 중 86일 동안 28회 이상 진행되었고, 전략자산의 한반도에 출격한 횟수는 13회이다. 이에 반해 북의 군사훈련(시험 발사 포함)은 30일이다. 이 역시 북의 군사훈련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 성격이었다.

▲ 2022년 8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한미, 북의 군사훈련 현황(연두색 계열의 셀이 북 군사훈련)

미국의 대북 핵 협박과 북의 핵 정면 대결, 그 끝은 어디?

지난해 8월부터 본격화된 한미 양국의 군사 연습은 그 횟수나 규모, 성격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5개월(약 450일) 동안 200일 이상, 80회 이상의 군사 연습이 진행됐다. 냉전 시기는 말할 것도 없고 김영삼 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볼 수 없는 수치다.

한미 양국이 전례 없는 군사훈련을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북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도리어 강화하기 때문이다. 즉 군사력으로 협박하여 북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그래도 북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지난해 11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 양국은 그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김정은 정권의 종말”이 그것이다. 어떻게 종말시키겠다는 것인가? 지난해와 올해 30회가 넘게 전개된 전략자산이 그에 대한 답이다. 핵무기로 공격하여 북 정권 자체를 제거하겠다는 것.

시간이 갈수록 한미 군사훈련의 강도는 세지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한미 군사훈련의 횟수가 늘었고 훈련에 동원되는 전략자산 역시 다양해지고 늘어났다. 예를 들어 7월 18일 부산항에 들어온 핵잠수함 켄터키함은 80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단 한 척으로 북 전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잠수함이다.

▲ 80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 켄터키 잠수함이 한반도에 전개되었다.

올해 여러 차례 전개된 전략 폭격기 B-1B에 탑재된 24개 핵무기의 총 파괴력은 28.8메가톤으로 알려져 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무기가 15킬로톤의 폭발력을 가졌으니, 그것의 2,000배 가까이 되는 폭발력이다. 이런 핵 공격 무기들이 1년에 수십 차례 한반도에 출격한다. 북을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의사가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군사행동이다.

▲ B-1B 전략폭격기는 대당 24개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그 총 파괴력은 히로시마 핵폭탄의 2,000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북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까? 오히려 북은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천명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북은 한미 군사 연습에 대해 사사건건 맞대응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이 핵으로 자신을 공격하려 들면 미 본토를 공격하고, 미군 기지와 전략자산을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핵으로 협박하기 때문에 북의 군사 대응 역시 핵 반격을 중심으로 설정됐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핵탄두 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포-18>형과 수중 무인 핵 공격 무기인 <해일>을 개발했다.

지난 7월 27일 ‘전승 70돐 경축 열병식’에서 북 강순남 국방상이 주목할만한 연설을 했다. 강 국방상은 미국의 “핵전쟁 흉계가 실천 단계에서 추진”되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한 개 나라를 초토화하고도 남을 핵탄을 장착한 초대형 전략 핵잠수함이 남반부 항구에 출현”한 것을 들었다.

▲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 공장을 두 차례 방문하여 무기 현대화와 대량생산을 강조했다.

강 국방상은 더 나아가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핵무력”을 언급했다. 미본토 ‘전역’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때가 된다면 미국 전역을 동시에 타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8월 9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동시다발적인 군사적 공세를 취하기 위한 확고한 전쟁 준비 태세”를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동시다발적 군사 공세’ 발언과 국방상의 ‘미 본토 전역 타격’은 일맥상통한다.

이런 상황을 단지 미래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북의 동시다발적 공격을 우려한 미국이 전략자산에 핵탄두를 싣고 날아와 기습적으로 북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은 미 본토 공격을 받지 않고 대북 핵 공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북은 이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북은 지난해 9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법령을 제정한 바 있다. 이 법령은 “핵무기 사용 명령이 하달되면 즉시 집행할 수 있게 경상적인 동원태세를 유지”하고, “핵무기 사용 명령을 즉시 집행”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핵무력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도발 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 단행”된다. 즉 미국이 기습적으로 핵공격을 하는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미 본토는 북의 핵 공격을 받게 된다.

결국 대북 핵 협박을 본질로 하는 한미 양국의 군사 연습은, 그것이 중단되지 않는 이상, 종국에 가서 북미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아니 북미 양국은 이미 핵전쟁 상태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핵 공격이 가능한 전략자산이 수십 차례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이 핵전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에 대한 반격으로 모의 핵탄두 훈련이 수시로 전개되는 상황이 핵전쟁이 아니고 무엇인가. 한반도는 이미 핵전쟁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개의 핵전쟁, 무엇이 다른가

미국은 북을 핵무기로 공격하려 한다. ‘한반도 전쟁론’이라 할 수 있다. 북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핵이건 미사일이건 군사력 증강은 주권 국가의 고유한 권한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핵 공격은 불법이며 침략성을 갖는다.

북은 미국과 미군 기지를 핵으로 공격하려 한다. ‘미 본토 전쟁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핵 협박에 대한 억제적 대응이고, 미국의 핵 공격에 대한 군사적 보복 조치이다. 핵 협박과 핵 공격이 불법이라는 점에서, 북의 대미 핵 공격은 불법에 대응하는 방어성을 갖는다.

미국의 핵전쟁과 북의 핵전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지만 북미 양국의 핵전쟁은 성격을 달리한다. 미국의 핵전쟁은 북을 때려잡겠다는 것이다. 북의 핵전쟁은 미국의 공격에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쟁은 때리는 전쟁이고, 북의 전쟁은 보복하는 전쟁이다.

때리려는 행동이 중지되면 보복하려는 행동은 자동으로 중지된다. 전쟁을 막으려면 때리려는 행동이 중지되어야 한다.

 

북을 “격멸해야 할 대상”으로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발언

지난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북에 대한 최고수위의 적대감을 표출했다. 북을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분단 현실을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다음에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통해 “자유 사회를 교란하고 공격해왔다”라면서, 이것을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생존방식이라고 선언했다. 흡사 반공을 국시로 삼고, 북진을 주장했던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윤석열 광복절 발언의 핵심 메시지는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과 확신”이다. 윤 발언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긴밀한 안보 협력”에 의해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발언은 자유민주주의의 필승을 위해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여, 북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한미일 3국 공조에 의한 ‘대북 핵 협박’을 의미하며, 한미일 군사 연습을 강화하고, 한미일을 사실상 동맹 관계로 격상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사가 피력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미일의 ‘핵 협박’에도 불구하고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계속한다면? 6월 15일 한미 화력 격멸훈련을 ‘참관’하면서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그 답이 있다.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이 그것이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북을 격멸하겠다는 것이다. 북을 “격멸해야 할 세력”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위해 전쟁까지도 불사하는 것이 윤석열 광복절 발언의 진의다. 따라서 윤석열의 광복절 발언은 대북 전쟁 선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워싱턴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대결 정세 더욱 격화될 듯

▲ 지난 해 11월 한미일 프놈펜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한미일 워싱턴 정상회담은 한미일 관계를 사실상 대북 적대 군사 동맹으로 격상하는 것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8월 18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 미사일 정보를 한미일이 공유하는 체계를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확장억제 체계도 논의할 것이다. 한미일 정상회담과 안보 수장 회담을 정례화하고, 한미일 군사훈련 역시 일상화하려는 조짐이다. 북 위협을 명분 삼아 북을 때리는 한미일 전쟁 공조 체계를 완성하려는 것이다. 한미일 워싱턴 회담 이후 한미일 삼국의 대북 군사 연습은 핵 협박을 넘어 핵 공격성을 더욱 노골화할 것이다.

8월 21일부터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예정되어 있으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다. 북은 전략자산의 잦은 전개는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실상 핵전쟁 상태’에서 ‘실제 핵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장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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