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국방상은 더 나아가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핵무력”을 언급했다. 미본토 ‘전역’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때가 된다면 미국 전역을 동시에 타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8월 9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동시다발적인 군사적 공세를 취하기 위한 확고한 전쟁 준비 태세”를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동시다발적 군사 공세’ 발언과 국방상의 ‘미 본토 전역 타격’은 일맥상통한다.
이런 상황을 단지 미래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북의 동시다발적 공격을 우려한 미국이 전략자산에 핵탄두를 싣고 날아와 기습적으로 북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은 미 본토 공격을 받지 않고 대북 핵 공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북은 이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북은 지난해 9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법령을 제정한 바 있다. 이 법령은 “핵무기 사용 명령이 하달되면 즉시 집행할 수 있게 경상적인 동원태세를 유지”하고, “핵무기 사용 명령을 즉시 집행”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핵무력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도발 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 단행”된다. 즉 미국이 기습적으로 핵공격을 하는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미 본토는 북의 핵 공격을 받게 된다.
결국 대북 핵 협박을 본질로 하는 한미 양국의 군사 연습은, 그것이 중단되지 않는 이상, 종국에 가서 북미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아니 북미 양국은 이미 핵전쟁 상태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핵 공격이 가능한 전략자산이 수십 차례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이 핵전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에 대한 반격으로 모의 핵탄두 훈련이 수시로 전개되는 상황이 핵전쟁이 아니고 무엇인가. 한반도는 이미 핵전쟁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개의 핵전쟁, 무엇이 다른가
미국은 북을 핵무기로 공격하려 한다. ‘한반도 전쟁론’이라 할 수 있다. 북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핵이건 미사일이건 군사력 증강은 주권 국가의 고유한 권한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핵 공격은 불법이며 침략성을 갖는다.
북은 미국과 미군 기지를 핵으로 공격하려 한다. ‘미 본토 전쟁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핵 협박에 대한 억제적 대응이고, 미국의 핵 공격에 대한 군사적 보복 조치이다. 핵 협박과 핵 공격이 불법이라는 점에서, 북의 대미 핵 공격은 불법에 대응하는 방어성을 갖는다.
미국의 핵전쟁과 북의 핵전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지만 북미 양국의 핵전쟁은 성격을 달리한다. 미국의 핵전쟁은 북을 때려잡겠다는 것이다. 북의 핵전쟁은 미국의 공격에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쟁은 때리는 전쟁이고, 북의 전쟁은 보복하는 전쟁이다.
때리려는 행동이 중지되면 보복하려는 행동은 자동으로 중지된다. 전쟁을 막으려면 때리려는 행동이 중지되어야 한다.
북을 “격멸해야 할 대상”으로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발언
지난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북에 대한 최고수위의 적대감을 표출했다. 북을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분단 현실을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다음에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통해 “자유 사회를 교란하고 공격해왔다”라면서, 이것을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생존방식이라고 선언했다. 흡사 반공을 국시로 삼고, 북진을 주장했던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윤석열 광복절 발언의 핵심 메시지는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과 확신”이다. 윤 발언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긴밀한 안보 협력”에 의해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발언은 자유민주주의의 필승을 위해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여, 북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한미일 3국 공조에 의한 ‘대북 핵 협박’을 의미하며, 한미일 군사 연습을 강화하고, 한미일을 사실상 동맹 관계로 격상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사가 피력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미일의 ‘핵 협박’에도 불구하고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계속한다면? 6월 15일 한미 화력 격멸훈련을 ‘참관’하면서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그 답이 있다.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이 그것이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북을 격멸하겠다는 것이다. 북을 “격멸해야 할 세력”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위해 전쟁까지도 불사하는 것이 윤석열 광복절 발언의 진의다. 따라서 윤석열의 광복절 발언은 대북 전쟁 선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워싱턴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대결 정세 더욱 격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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