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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민주당 대선공작 증거”...정작 법안발의 이유 따로 있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7일 예고하고 8일 기자회견 한 ‘민주당 대선공작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 ⓒ민중의소리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8일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구을) 등 30여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선거 5개월 전에 장 최고위원 자신이 보기에 “허위 인터뷰”인 뉴스타파 기사를 퍼뜨려도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게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장 최고위원은 이수진 의원 등 30여명이 2021년 10월 8일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대장동 핵심 인물 김만배 씨 등과 민주당이 내통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주장을 꺼냈다.

이수진 의원은, 휴대전화 문자로 장 최고위원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황당무계한 소설을 썼군요”라고 일축했다.

 

 

 

맥락 없는 “대선공작 면죄부 법안” 주장
선거법개정안 발의 이유 “이규민 전 의원”
뉴스타파 인터뷰 핵심, 이전에 보도된 내용


장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내일 오후 2시 김만배의 대선 조작 가짜뉴스가 이재명의 민주당과 내통했다는 증거를 공개한다. 국회 기자회견을 기다려 달라”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리고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예정된 시간에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저는 김만배-신학림 조작 인터뷰로 시작된 대선공작 게이트에 민주당 국회의원들 다수가 조직적으로 가담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민주당이 ‘대선공작 면죄부 법안’을 만들어 가짜뉴스로 대선을 뒤흔들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과 30여명의 민주당 의원은 2021년 10월 8일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내용을 개정하는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안은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의 처벌 규정’에서 벌금 하한액 ‘최소 500만원’을 없애는 대신, 벌금 상한액을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상향 조정하자는 내용이다.

 

 

 

이수진 의원 등이 2021년 10월에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선출직 공직자들은 100만원의 벌금형만으로도 그 자격을 상실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문제는 ‘낙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 처벌 규정이 최소 500만원이라서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미한 일에도 당선무효형 선고가 내려진다는 점이다. 실제, 이규민 전 의원은 선거공보물에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혼동 기재한 사실로 인해 2021년 9월 30일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이수진 의원에 따르면, 해당 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도 이규민 전 의원 사례 때문이었다.

이 안은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지금도 공직선거법 제250조 2항의 처벌 규정은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하한선을 삭제해 의원직 상실 우려 없이 마음껏 가짜뉴스를 퍼트리겠다는 것”이라며 “김만배와 신학림이 조작한 인터뷰를 활용하기 위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법안까지 발의하며 판을 깔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 보도를 공유한 민주당 의원들이 누구인지, 해당 의원들이 뉴스타파 보도를 몇 번 인용했는지 일일이 열거했다.

뉴스타파가 2022년 3월 6일 보도한 ‘김만배·신학림의 대화’는 2021년 9월 15일 이루어진 일이다. 그리고 민주당 의원들이 해당 법안을 발의한 날은 2021년 10월 8일이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치를 때다. 윤 대통령은 그해 11월 5일에서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장예찬 최고위원의 주장대로라면, 김만배·신학림 그리고 민주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결과를 예측하고 두 달 전에 “조작 인터뷰”를 진행한 뒤, 대선후보 선출 한 달 전에 법안도 발의하여 법을 바꾸려고 했는데, 절대다수 의석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는 뜻이 된다.

 

 

 

뉴스타파가 2022년 3월 6일 보도한 김만배 씨의 대화 녹취. ⓒ'뉴스타파' 캡쳐

또한 이 같은 장예찬 최고위원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논란의 ‘김만배·신학림의 대화’ 내용이 허구여야 하는데, 극히 일부 세부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내용은 뉴스타파 이전에 보도된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21년 10월 7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수사할 당시 부실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가 김만배 씨를 통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소개받아 변호사로 선임했다. 그리고 덕분인지 조우형 씨는 당시 수사에서 입건되지 않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는 중수2과장인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뒤인 2015년 조우형 씨는 다시 수사선상에 올라 기소된 뒤 실형을 선고받았다. (▶ 경향신문 단독보도 – 김만배-박영수,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대장동 인연’..주임검사가 윤석열)

조우형 씨가 검찰에 갔다가 ‘그냥 커피만 얻어먹고 나왔다’는 취지의 세부내용을 제외하고, 조우형 씨가 범죄혐의가 있음에도 그 당시에는 입건되지 않았다가 뒤늦게 입건된 후 실형을 선고받은 점은 사실로 보인다. 이 부분이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의 김만배 육성 보도의 핵심이기도 하다. (▶ 뉴스타파 - ‘김만배-신학림 72분 대화’ 음성파일 전체 공개)

한편, 이수진 의원은 이날 오후에 입장문 냈다.

이 의원은, 2021년 10월 8일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대선공작 면죄부 법안”이라는 장예찬 최고위원 주장에 대해 “법안 발의 시점이라는 극히 허술한 연결고리로, 소설쓰기식 정치공작을 벌이는 국민의힘은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규민 전 의원 사례를 설명하며 “본 법안 발의 시점은 당시로부터 1년가량이 남았던 대선이 아니라, 법안 발의 직전의 이규민 전 의원의 당선 무효 선고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혁신을 표방하며 최고위원 완장을 단 청년정치인이 다른 누구보다 앞장서서 사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황당무계한 소설같은 주장만을 일삼는 집권여당 현실에 가슴 아플 따름”이라고 탄식했다.
 

“ 이승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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