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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주목해야 할 4 가지 사실

  • 장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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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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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폭력의 뿌리는 억압이라는 사실

    2. 미국이 손대는 곳마다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3. 아이언돔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사실

    4. 장기전일 경우 미국이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사실

    7,000발이 넘는 로켓 공격. 그렇게 많은 로켓을 하마스가 어떻게 확보했는가 하는 질문은 생략한다. 현재로선 그들이 개발·확보했거나 혹은 누군가가 그들에게 무기를 지원했거나 하는 몇 가지 가능성으로 남겨둔다. 개발한 그들이 혹은 지원한 누군가가 밝히지 않은 이상 무의미한 질문일 뿐이다.

    그러나 하마스가 왜 군사행동을 감행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만들어 놓은 감옥이었다. 이스라엘은 종종 팔레스타인을 고정된 표적 삼아 공습을 해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감정에 따라 생사가 좌우되는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군사 공격 후 하마스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리고 알아크사 같은 성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중단시켜 달라”라며 “이 모든 것이 이번 전투를 시작한 이유”라고 밝혔다.

    수백 명의 인질.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지켜본 사람들은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간 하마스의 폭력성에 경악한다. 영국의 언론 BBC는 인질로 잡혀간 것으로 보이는 여성과 어린이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 미국과 영국 등의 매체들은 이스라엘의 피해만을 보도해왔다.

    그렇다면 이런 수치는 어떤가?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후 지금까지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체포되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는 5,200명이다. 여성 33명과 어린이 170명이 포함된 수치라고 한다.

    2023년 한해에만 이스라엘군은 28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224명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죽였다. 요르단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 187명, 가자지구에서 37명이 죽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팔레스타인이 확보한 이스라엘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의 맞교환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11년 10월 이스라엘 군인 1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477명이 교환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따로 있다.

     

    폭력의 뿌리는 억압이라는 사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진보적’ 유대인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폭력의 뿌리는 억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억압’이 하마스의 ‘폭력’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정확하고, 용감한 주장이다.

    이 주장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오랜 분쟁과 전쟁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폭력’(사실 학살이라 해도 무방하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폭력’(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다)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정확하다.

    또한 이 주장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군사적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그래서 아마도 이스라엘 내에서 하마스와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복 여론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용감하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하고 그들을 격리, 분리해 왔다. 2002년 6월부터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을 둘러싸고 ‘장벽’을 쌓았다. 장벽 곳곳에 이스라엘은 초소를 설치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랍어로 인티파다란 “봉기/거부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1987~91년 사이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인티파다 운동을 전개했다. 이 시기 인티파다는 납세 거부와 투석전의 형태가 주를 이뤘다. 인티파다 운동은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에 의해 3만 7천 명 이상의 부상자들과 약 750명의 사망자를 낸 후 중단되었다.

    ▲ 2008년 이후 양측의 인적 피해 비교

    2000년부터 시작된 두 번째 인티파다 운동은 자살폭탄 공격 등 무장투쟁의 성격이 더 짙어졌다. 이스라엘 군대의 공격 역시 더 치명적이고 기계화되었다. 3년간 2,4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죽었다고 전해진다.

    인티파다 기간 이스라엘에 붙잡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잔혹한 수형생활을 해야 했다. 이스라엘의 보안 기관(Shin Bet)에 의해 조사를 받은 팔레스타인 사람 가운데 85%가 고문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8m 높이에 700km가 넘는 장벽과 관통 도로, 500여 개의 검문소 등으로 인해 감옥 아닌 감옥에 갇혀 하루하루를 모멸감에 살아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억압에 맞서 해방 투쟁을 하는 것이다.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이 팔레스타인에 가해졌다.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10월 7일 파괴된 이스라엘 탱크 옆에서 자신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미국이 손대는 곳마다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미국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백악관은 “정당성 없는 테러”라고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항공모함과 전투기 등을 중동 지역으로 급파했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은 중동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 진행된 중동 전쟁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개입하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중동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다.

    미국이 개입하는 모든 지역은 분쟁지역이 되었고, 거기서 전쟁이 발생했다. 동유럽의 우크라이나가 그렇고, 중동의 경우가 그렇다. 대만의 경우가 그렇고 한반도의 경우가 그렇다.

    특히 신냉전 정세 아래에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들은 어김없이 전쟁에 연루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한미동맹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한 동맹관계에 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할 정도이지 않은가.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나토 동맹에 편입하려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저항이 발생했고, 그 저항이 폭력을 불러왔고,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이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이 있는 한 이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 대만 독립을 부추기자 대만 해협에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자 한반도에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기획 아래 ‘아시아판 나토’라 할 수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완성되었다.

    미국이 전쟁을 부르고, 미국과의 동맹이 전쟁을 초래한다.

     

    아이언돔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사실

    수천 발의 로켓이 발사되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미사일 방어망인 ‘아이언돔’이 무용지물이었다. 이스라엘은 2011년 아이언돔 배치 이후 팔레스타인에서 발사된 로켓 90% 이상을 요격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무적의 아이언돔’ 신화는 이번 공격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를 압도한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군사력은 하마스의 공격을 억지하지 못했고, 하마스의 로켓을 방어하지 못했고, 하마스 무장병력이 이스라엘 영토에 들어와 자국민을 인질로 잡아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압도적 군사력’ 신화 역시 이번 공격으로 무너졌다.

    이스라엘의 로켓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할 때 언덕 위에서 마치 불꽃놀이 구경하듯 그 장면을 지켜보는 2014년의 장면이 보여주듯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스라엘이 갖는 적대적 감정은 최고의 수준이다. 그러나 그런 적대 의식도 전쟁을 억지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죽어갈 때,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이 산 위로 의자를 가지고 올라와 공습 폭발음을 들으며 구경하고 있다..(2014년 7월)

    윤석열의 군사력 증강과 대북 적대감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그것을 능가한다. 윤석열이 강조하는 ‘압도적 군사력’과 ‘대북 적대감’은 한반도 전쟁을 촉진한다.

     

    장기전일 경우 미국이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사실

    상황은 전면전을 향하고 있고, 5차 중동 전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이스라엘은 수십만 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소집했다. 대규모 병력과 탱크, 장갑차가 이스라엘 남부에 집결하여 공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레바논과 시리아 등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중동 전쟁이 된다.

    지금까지의 중동 전쟁은 단기전이었다. 1956년 전쟁은 10일 만에, 1967년 전쟁은 6일 만에, 1973년 전쟁은 20일 만에 끝났다. 막강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스라엘의 조기 승리로 전쟁은 종결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중동 전쟁이 발생하면 장기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당한 부담을 갖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막대한 지원을 할 상황이 아니다. 또한 이란 등 팔레스타인 지원 국가들의 군사적 역량은 과거에 비해 강력해졌다. 이번 군사 공격에서 확인했듯이 하마스 역시 막강한 군사력과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이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낼 상황이 아니다.

    장기전으로 가면, 우크라이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동맹국에 이스라엘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영국, 프랑스 등 미국의 나토 동맹국들은 이미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으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

    결국 미국은 윤석열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글로벌’ 동맹국이다. 윤석열은 이미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와 협력” 의사를 밝혔다. 말이 좋아 국제사회이지 미국과의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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