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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문제라는 이준석·유승민, ‘당만 패는’ 인요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1/06 09:30
  • 수정일
    2023/11/06 09:3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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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4일 오후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준석&이언주 톡!톡! 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뉴스1
‘환자는 서울에’, 부산까지 찾아온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던진 이준석 전 대표의 발언이다. ‘서울’은 용산 대통령실, 더 정확히는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여당의 위기가 국정기조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그 핵심은 윤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도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왜 저렇게 하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협상의 조건에 대해서도 “그쪽에서 연구할 사안이다. 나는 어떠한 조건도 제시할 생각이 없다”며 “지금 국민의힘을 이끄는 세력들을 시한부로 보고 있다. 선거를 통해 사라질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확실히 변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총선 참패를 피할 수 없고, 자신 역시 12월 말에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재삼 확인하고 있다.

국민의힘 비윤계를 대표하는 또 다른 축인 유승민 전 의원도 ‘용산 책임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인요한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전하며 “딱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이 밝힌 세 가지는 민심 이반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성과 당 개입 중단, 대통령실과 당과의 수직적 관계 청산, 김기현 체제 개편 또는 전면 쇄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 전 의원은 “혁신위원장이 확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탈당은 물론 신당 창당의 주체로 부상한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의 지적은 결국 윤 대통령의 반성과 변화다. 대선 출마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 위원장의 행보는 이와 동떨어져 있다. 인요한 혁신안 1호는 엉뚱하게 ‘대사면령’이었다. 당의 통합을 위해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자는 제안은 곧바로 최고위에서 의결했다. 그러나 징계가 잘못됐다거나 당이 사과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로 인해 당사자인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은 ‘두 번 모욕을 준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1호가 당내 통합을 위한 상징적 조치라면, 2호는 본격적인 혁신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기대와 동떨어졌다. 당 지도부와 친윤, 다선 중진을 향해 불출마나 수도권 출마를 강력 권고하고, 국회의원 정수와 세비 등을 감축하는 제안이었다. 이른바 험지 출마론은 대통령실이나 검찰 출신 인사들의 출마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당선이 편한 텃밭에서 기존 인물을 뽑아내고 대통령의 측근을 꽂기 위한 명분으로 변색됐다는 지적이 많다. ‘험지 출마론’이 아니라 ‘양지 비우기’ 시도인 셈이다.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는 대통령을 견제할 국회의 권한을 축소하는 데다 국회의원 1인당 권한은 늘려 그간의 정치개혁과도 정반대의 제안이다. 세비 삭감이나 불체포 특권 포기 등은 이미 여러 차례 약속된 지엽적 사안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모아타운 통합추진위 사무실에서 열린 '통합추진위 사무실 개소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10.5. ⓒ뉴스1
이런 인요한 혁신위의 초반 행보는 애초 발족 취지와 시점에 비춰 보면 ‘곁가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대통령실과 여당에게 예상보다 격차가 큰 참패를 안겨줬다. 윤 대통령이 밀어붙인 특별사면과 안팎의 우려와 경고에도 감행한 초유의 보궐선거 원인제공자 공천에 대한 심판이었다. 아울러 임기 1년 반을 맞는 윤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었다. 그동안 비주류의 엄살로 치부되던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가 드러났고, 당 안에서는 ‘이대로는 과반은커녕 100석도 힘들다’는 공포가 팽배해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 인요한 혁신위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국정이나 당정 관계 등 위기를 부른 핵심사안은 빠진 채 통합과 험지 출마라는 당내 사안이 간판으로 부상한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분노를 부른 것은 대통령인데 국회를 수술하는 혁신안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인 위원장은 기회가 있으면 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대통령과 당 대표 일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자신의 역할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앞서 유 전 의원과의 면담 사실을 밝히면서도 대화 내용은 감춘 채 “만나보니 ‘코리안 젠틀맨’이고 애국자더라”라고 딴소리를 한 것도 이런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R&D 예산과 지방교부세 삭감 등 정부가 비판받는 주요 이슈에 대해 인요한 혁신위가 아무 발언을 하지 않는 것 역시 이런 한계에서 기인한다.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강서구청장 선거를 주도하다 참패의 책임을 안고 사퇴한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19일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다시 총선 전면에 나선 것도 용산의 뜻이 관철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용산은 제 갈 길 가는 상황에서 혁신위가 당과 국회만 뜯어고치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4일 “인요한 혁신위는 왜 혁신위가 출범했는지 되짚어보고, 대통령에게 제대로 말한마디도말 한마디도 못 할 혁신위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와이프,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혁신위 포문을 열었는데, 알고 보니 와이프와 자식 즉, 용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정작 문제의 핵심이다. 의사로서 쓴 약을 조제해 먹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인요한 혁신위가 진료하고 투약할 대상이 누군지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앞에 놓였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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