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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광수 “서민이 빚내서 다주택자 집 받아주라는...정말 나쁜 정책들”

불황 때마다 되풀이되는 부동산 PF 위기... “망하게 두고 시장 원리 따라야”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 주식, 부동산을 다뤄왔는데, 이 분야를 다루는 전문가들이나 경제지들이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느꼈다. 그러다 그들과 다른 시야로 보는 경제지를 만들어 경제와 정치 얘기를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만든 게 지금의 ‘광수네복덕방’이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치우쳐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광수네복덕방’을 열었다. 한 달에 두 번 부동산 관련 리포트를 내고, 무료로 배포한다. 이 대표는 “‘내가 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어쩌면 거기에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건 아닌지’라는 고민을 던져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이 대표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가계’다. 가계의 소득, 가계의 자산, 그리고 가계의 벌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제대로 분석해야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 1인당 GDP가 3만5천불이라고 하는데, 그럼, 4인 가족 기준 1년에 1억 넘게 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그런 가계는 거의 없는데 우리는 그렇게 가정하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걸 깨야 한다. 정부나 개인이 어떤 고민을 할 때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런 걸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부동산 정책만 되풀이 하는 윤석열 정부


지난 24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이광수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나오는 부동산 정책들에 대해 “너무 뻔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들”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에서 과거 보수 정권들이 내놓았던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현재까지 집값 부양책으로 점철된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대출도 풀어줬다. 가장 최근엔 재개발·재건축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혜택도 늘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순서도 거의 똑같다. 처음에는 ‘규제지역 해제’처럼 시행령만 바꾸면 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그래도 집값이 떨어지면 법을 바꾸는 ‘세제혜택’ 등의 정책을 내놓는다”면서 “그래도 안 되면 금융시장을 건드려 대출을 완화하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기존 부동산 정책들과의 차이점으로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역시 잘못된 정책이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작년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을 지목하며 “정말 나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돈 없는 서민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라고 등 떠미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대출받는 대상은 무주택자들,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돈 많은 사람들은 대출을 받지 않는다”며 ”더 충격적인 건 이렇게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집을 파는 게 돈 많은 다주택자들이다. 돈 없는 사람들이 빚을 내서 다주택자들이 파는 집을 받아주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의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을 통합한 정책대출 상품이다.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소득과 상관없이 집값이 9억원 이하면 고정금리로 5억원을 대출해 준다.

정부가 집값이 하락하기도 전에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시장엔 상승과 하락 사이클이 있는데, 그건 정책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그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해 집값이 아직 빠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집값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집값 하락을 막지 못한 각종 부양책이 결국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우려했다. 부동산 침체기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각종 부양책이 향후 부동산 호황기가 다시 왔을 때 ‘집값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의 부양책들이 집값 하락을 막진 못하겠지만, 집값이 빠질 만큼 빠졌을 땐 이 부양책들로 인해 급반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집값이 갑자기 빠르게 반등하면 자산시장은 다시 또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규제완화나 세제혜택 등이 집값 하락의 큰 흐름을 바꾸지 못하겠지만, 바닥을 찍었을 땐 급반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 ⓒ뉴시스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1기 신도시 주민들, 박수칠 게 아니라 분노해야”


최근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 역시 정비사업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시장이 활성화되면 공급물량이 늘어나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과 그 의도를 두고 “틀린 주장을 너무 뻔뻔스럽게 한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정부가 직관적인 말들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현재 정비사업시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공시비 인상 등으로 인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특출나게 사업성이 높은 게 아니라면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정비사업을 쉽게 할 수 있다고 해서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너무 일차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가 열악한 지역의 정비사업 추진을 더 늦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이 많아지면, 진짜 필요한 지역에 대한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설사들의 특성상 사업성 높은 지역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건설사들은 기왕이면 돈 되는 지역의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싶어 한다”며 “당연히 서울에 있는, 좋은 입지를 가진 사업을 위주로 추진하게 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이 반길 일이 아니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산에 가서 재개발·재건축을 쉽게 해주겠다고 하니까 일산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 우리도 빨리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근데 그건 틀린 생각이다. 재개발·재건축이 가능한 곳들이 많아지면 ‘우리가 더 늦어질 수도 있겠구나’하고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앞서 지난 달 10일 일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며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집은 안전진단 없이도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일부 현장 참석자들이 박수로 화답하는 모습이 방송 전파를 탔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이 대표는 “1기 신도시의 경우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인해 이미 재건축 사업 추진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게 됐다”면서 “이번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야말로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진짜 분노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재건축 연한(30년)이 도래한 아파트는 모두 173만채에 달한다. 이번 규제완화로 인해 이들 아파트 단지는 입주민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졌다.

이 대표는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많아지면 건설사들이 그걸 한 번에 할 순 없다. 캐파(역량)는 정해져 있다”면서 “그렇다면 건설사들이 어떤 사업을 먼저 하겠나. 1기 신도시보다 사업성이 좋은 서울 위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사람들이 정책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데 그걸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서 “일방적으로 정부의 주장을 전하는 전문가들이나 언론들도 문제다. 이들이 제대로 된 정보와 의사판단을 막고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추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기껏 국회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과시켰는데,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특별법을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8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른바 ‘1기 신도시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의결한 바 있다. 특별법 내용의 핵심은 1기 신도시가 노후함에 따라 도시 재정비를 위해 아파트 용적률을 높이고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강했다면,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이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강화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럼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더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특별법을 만들고,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추진되기도 전에 관련 규제를 다 풀어버렸다. 특별법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무조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도시 생태계에서 노후주택이 맡고 있는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후주택의 경우 신축에 비해 임대료가 낮아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의 주거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데, 무턱대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할 경우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도심에서 노후주택은 저소득층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임대료도 싸고, 일하는 직장과도 가깝기 때문에 감안하고 사는 것”이라며 “그런데 당장 오래된 집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다 허물고 다시 짓는다면 이들은 주거 공간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도시의 주거 생태계에 노후주택의 역할 역할이 중요한 만큼 단계별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며 “뉴욕 같은 도시에서도 할렘을 없애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공사 현장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불황 때마다 고개 드는 ‘부동산 PF 위기’
“‘한국형 PF’의 문제... 망하게 두고 시장 원리 따라야”


부동산 시장 침체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부동산 PF 위기’와 관련해서 해서는 한국만의 독특한 PF 구조를 문제로 지목했다.

해외 부동산 PF의 경우 사업 초기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아 토지를 구입하는 구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본PF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차이를 보인다. 시행사(혹은 시행사가 설립하는 SPC)의 초기 자금력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단계에서 조달하는 본PF의 자금으로 토지 구입 자금을 상환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확보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고 토지 담보를 해제한 후 건설자금만 조달한다.

이 대표는 “쉽게 말해 우리나라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할 수 있다. 대출 방법의 문제인데, 브릿지론을 일으켜 땅을 사면 땅만 보고 다시 대출을 해주는 식”이라며 “반면 해외에서는 빌리는 회사의 신용과 사업성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해당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산 등을 다 살핀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대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사실상 LTV(담보인정비율)만 보고 대출을 해주는 한국의 대출방식은 맞지 않다. 해외처럼 기업의 상환능력까지 고려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그래야 이후 부동산 시장 악화로 땅값이 떨어지거나 사업 진행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PF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권을 동원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시기만 늦출 뿐”이라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부동산 PF 문제가 호황기 때 비싸게 사들인 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부동산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지 않는 한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는 부동산 PF 위기가 한국의 경제 위기라고, 그래서 막아줘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며 “그냥 터지게 놔둬야 한다. 그래서 못 버티는 건설사들이 갖고 있던 땅이 부동산 시장에 싸게 나오고, 그럼 누군가 땅을 싸게 사서 그만큼 저렴하게 집이 지어 판다. 그게 시장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부동산 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금씩 터뜨리면서 가야 하는 게 맞다. 그게 연착륙이다”라며 “하지만 정부가 억지로 그걸 막으면서 한 번에 터질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 정부가 한국 경제 위기를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 대해서도 “그냥 뒀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자기 자산이 1조원인 회사가 부동산 PF를 10조원 가까이 들고 있다. 부채비율이 1천%에 달하는 셈이다”라며 “이런 기업을 두고 워크아웃이다, 법정관리다 줄다리기할 게 아니라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게 자본주의고, 유한책임을 도입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 침체기일수록 정부가 저소득층, 주거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관련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고 봤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집을 더 싸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런 시기일수록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확장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집값을 부양하려 종부세를 깎아줄 게 아니라, 잘 거둬 확보한 세수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면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데 더 큰 효과를 거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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