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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경청', 끝나면 '강제철거'

"세금내고 장사하고 싶다"

노점상 특별법. 2년 째 계류 중

불법이라면서 선거철엔 경청, '모순적'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선거철, 정치인들의 배경이 되곤 하는 노점상. 이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세금내며 장사하고 싶다”고 절규했다. 헌법 15조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달라는 소리다.

사실 정치인은 민심을 얻으려고 노점상을 이용하지만, 정작 이들의 고충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에 국회 본청 앞에서 29일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이 자리에 참석한 노점상인들은 “30만 명의 국민이 노점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관련한 법 제도가 하나도 없다”며 “당당하게 세금 내고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점상인들”

2022년 1월 ‘노점상 생계 보호 특별법’이 5만 명 청원을 달성해 국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청원 소위원회에서 단 1차례 논의가 됐을 뿐,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언론은 이들을 ‘탈세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불법 상인’이라고 호도한다. 그러나 노점상인들은 세무서에서 세금을 내려 해도 낼 수 없다. 세금계산서와 영수증 발급 의무가 없는 면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한국도시연구소가 2021년 9월부터 10월까지 민주노련과 전국노점상총연합에 가입한 노점 중 수도권, 대전, 울산 지역의 상설 노점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월평균 운영 소득은 131만 2000원이었다. 100만 원 이하는 54.9%로 절반이 넘었고 평균 채무 금액은 약 7,400만 원에 달했다.

이 와중에 노점상은 강제 철거 위협도 받는다. 지난해 청량리 일대에 마차를 운영하는 노점이 동대문구청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지난해만 동대문구청에서만 20회 이상 철거가 진행됐고, 노점이 없어진 곳에는 대형화분이 들어섰다. 철거 이유는 근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민들의 ‘민원 우려’였다.

노점상인들은 “비록 도로를 점유하고는 있으나 도로의 본래 기능인 원활한 통행권을 충분히 보장했기 때문에 정비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행정대집행법상 강제 철거 요건인 ‘심히 공익을 해할 것’이라는 요건에도 부합하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복지국가에서는 가난은 나라가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복지국가의 핵심이지만 세금을 들여 노점상인들을 마구잡이 폭력단속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현실이 이런데, 선거철마다 노점상을 찾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면 노점상을 찾아와 서민 코스프레를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척결해야 할 제1순위 대상이었다”며 “이런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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