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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수도권 참패.. ‘정권심판’ 가능케 한 요인은

뒤집을 수 없는 대세 ‘정권심판론’

한동훈 원톱 체제 무리수

더 큰 악재, 본인 등판

4년 전 총선에 이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22대 총선.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차지했다. 수도권과 충청·호남에서 의석을 싹쓸이한 결과다. 반대로, 국민의힘 수도권 참패는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122석 가운데 민주당은 102석을 차지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19곳에서만 당선됐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25개에 해당하는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강남3구뿐 아니라 동대문, 영등포, 광진 등 여당 약세 지역에서도 승리한 것이다. 지방선거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48개 모든 지역구에서 이겼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민심은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다.

뒤집을 수 없는 대세 ‘정권심판론’

일찌감치 ‘정권심판’ 분위기로 달아오른 총선. ‘정부심판론’에 맞서 국민의힘은 ‘이조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도대로 심판의 대상을 바꿔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용산발 악재는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부었다.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인 ‘황상무 회칼 발언’, 전 국방장관인 ‘이종섭 대사 도피 출국 논란’. 실제 ‘이종섭·황상무 논란’ 이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다.

YTN 의뢰해 지난 3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38%가 ‘영향 있었다’고 답했다(잘 모르겠다 52%, 무응답 10%). 중도층의 47%는 ‘이번 논란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적지 않은 기록이다. 여론조사개요*

현 정부에 대한 분노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조 심판’은커녕 이종섭·황상무 논란은 더 큰 역풍을 가져왔다. 정권심판, 그리고 ‘검찰개혁’을 1호 강령으로 하는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국민의힘은 읽지 못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한강벨트를 수복해 서울에서 과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한강벨트에, 반도체벨트(수원·용인)까지 노렸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가 “당에서 내놓은 반도체공약, 서울 편입 공약 등이 정권심판론에 가려질 정도로 민심이 떠나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한동훈 원톱 체제 무리수

‘쇄신’을 내걸고 정치에 등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위원장에게만 기댄 것이 패배 요인 중 하나”라는 말까지 들렸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한 비대위원장은 수도권 격전지를 80여 차례 방문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 여당 험지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외로운 선거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의 지원도 거의 없었다.”

“지원 유세를 와도 후보에게 필요한 메시지 등에 관한 소통이 하나도 없고 하루 전에 갑자기 온다고 통보하는 식이었다.”

야권이 ‘정권심판’이라는 구심점으로 선거를 치를 때, 이와 다른 국민의힘 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말이다. 결국 한 위원장의 수도권 지지 방문은 무위로 끝났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국민의힘에는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열린 보궐선거는 수도권 민심을 읽을 수 있는 풍향계로 불렸다. 선거 참패 후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분위기에도 국민의힘은 일부 당직자 교체로 쇄신을 갈음했고, 친윤 일변도에서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검사 후배가 비대위원장까지 맡게 됐고 결국 참패했다.

더 큰 악재, 본인 등판

‘정권심판’ 열풍에 정점을 찍은 건 뭐니 뭐니해도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다. 윤 대통령의 ‘대파 값 875원’ 발언, 의대 정원 문제 등이 상징적이다.

대통령의 ‘불법 선거운동’이라 지적당하면서도 20차례 넘게 개최된 ‘민생토론회’조차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수도권에선 14차례나 개최된 토론회. 그러나 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못할 때, 대통령은 되도록 대중 노출을 삼가야 하는데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로 계속 얼굴을 비추니 이 역시 선거 구도를 정권심판론으로 치르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민생을 챙기겠다며 민생토론회를 하면서, ‘민생’과 ‘물가’를 말하면서 ‘대파 875원’을 이야기한 대통령의 ‘민생 안정’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역시 수도권에서 패한 한 후보는 사전투표 직전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했던 대국민 담화가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선거 기간 중 (지지율이) 가장 피크로 올라가야 할 때 의대 정원 관련 담화를 통해 더 강대강 대치로 갔다. 담화 내용은 싸우자는 거였는데 사전투표 전에 그런 식의 담화를 하는 법이 어디 있나”라고 혀를 찼다. “담화 이후 거리에 나가면 (반응이) 정말 냉랭했다”고 덧붙였다.

2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무당층·2030 남성도 정권심판론에 가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2년 만에 득표율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22년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20대 남성(58.7%)과 30대 남성(52.8%)이 윤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러나 이번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선,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여당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각각 31.5%와 29.3%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35→16→19.

2016년 20대 총선부터 올해 22대 총선까지 세 차례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얻은 수도권 의석수 변화다. 올해 총선에선 지난 21대 총선보다 3석 늘었지만 총선 참패를 면할 순 없었다.

보수진영의 수도권 완패 흐름이 향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열린 국민의힘 당선인 총회, 당선인들의 입에선 총선 참패의 모든 과정을 복기하는 백서를 만들자는 제안이 터져 나왔다.

* YTN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3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이종섭 황상무’ 논란이 영향을 미쳤는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피조사자 선정 방법은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휴대전화 가상번호 내 무작위 추출이다. 응답률은 1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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