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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공론화 마지막 토론...“더 내고 더 받자” vs “더 내고 그대로”

공론화 절차 마무리, 시민대표단 설문결과 22일 오후 발표

21일 진행된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 모습 ⓒ영상 캡쳐


연금개혁에 대한 공론을 모으기 위한 '500인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의 마지막 토론이 21일 진행됐다. 토론회 직후 시민대표단은 설문조사를 통해 연금개혁에 대한 최종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21일 500인 시민대표단 네번째 숙의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은 앞선 토론에서 논의했던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모수개혁),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등 연금개혁 관련 의제를 종합해 진행됐다.

연금개혁에서 가장 핵심인 모수개혁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안(1안)과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안(2안) 등 두가지 안이 제안됐다. 1안은 소득보장론 측이 지지하는 안이며 2안은 재정안정론 측이 지지하는 안이다.

이날 토론에서 소득보장론 측으로 나선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지, 국민이 연금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했다. 남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노인빈곤율은 2022년 342만명에서 점진적으로 줄다가, 2065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2085년 43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여기에 기초연금을 더하면 최소 생활비(124만원)가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하니까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기금고갈을 늦춰도 이는 또 다가올 문제"라며 "순서를 생각한다면 국민연금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정안정론 측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소득대체율 상향이 되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며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면 전체적인 적자가 지금보다 25% 더 증가한다. 현재도 어떻게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점인데, 소득대체율 상향안은 17년 만에 첫발을 떼는 연금개혁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6%이던 보험료율을 11.9%로 올려 재정 안정화를 가져온 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나서야 소득대체율을 상향했다"며 "지금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건 보장성 강화를 지르는 게 아니라 충분히 할 수 있는 만큼 개혁을 한 다음에 (소득 보장 강화)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에 대해서는 기초연금의 수급대상 조정이 쟁점이다. 소득보장론 측에서는 수급대상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반면, 재정안정론 측은 수급대상을 축소하자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소득보장론 측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내리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됐다"며 "노인 70%의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2022년 기준으로 58만6,000원에 불과한 만큼 기초연금이 공적 연금을 보완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안정론 측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빈곤한 분들에게는 현재의 기초연금 급여가 충분치 않다"며 "지급 기준 (노인 소득)하위 70%를 고수하는 대신 50% 정도로 바꾸면 지급 대상이 줄고 가난한 분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연금에 국고를 투입하는 방안을 두고서도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남찬섭 교수는 "소득대체율 40%일 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직역연금 등을 모두 합한 공적연금 지출은 2060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2.1%이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13.5%인데 유럽연합은 13.9%"라며 "(우리나라가) 노인인구 대비 그렇게 많이 지출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수완 교수는 "만약 국고를 투입할 수 있다면 기초연금에 먼저 투입해 노인 빈곤을 지금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국민연금까지 국고가 투입되면 세금이 오르는데 이걸 국민들이 감내할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시민대표단 "가입연령 상향 시 정년은?"·"조세 투입 방법은?" 날카로운 질문

오후에 진행된 종합토의에서 시민대표단은 의무가입연령 상향, 사전적 조세 투입,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시민대표단은 숙의토론회 시작 전 3주간 자료집, 동영상강의, 카드 뉴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금개혁 의제에 대해 학습을 진행한 바 있다.

앞서 의제숙의단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현재 만 59세에서 만 64세로 상향하고, 수급시작 연령을 만 65세로 상향하는 단일 안을 시민대표단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시민대표단은 '정년 연장도 사용자 측과 합의가 됐느냐', '노인일자리 정책은 있느냐' 등 질문을 내놨다.

의무가입 상한 연령 상향은 단일 안으로 제안된 만큼 소득보장론, 재정안정론 양측 모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주은선 교수는 "정년 연장은 당연한 것이지만, 한가지 문제는 정년이 적용되는 일자리가 전체 사업장이 전체 중 20% 정도라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더 오래, 더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현재 정년에 해당되지 않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계속 고용을 위한 사회적 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으로 제안된 사전적 국고 투입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세은 교수는 "현재로서는 크레딧 제도에서만 국고가 투입되고 있고, 다른 부분에서는 예정돼 있지 않다"면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특수고용노동자 등도 다 국민연금에 들어와야 하는데 이를 위한 국고 투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일 교수는 "급여지출의 낮은 보험료로 급여지출을 못해서 이를 위한 국고 지출을 반대하지만, 단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한 국고 투입은 필요하다"면서 "가입 기간 연장은 조세로 하고, 수지 균형은 보험료로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역연금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공론화 장에서 직역연금을 논의하거나 설문조사를 하는 게 올바른 것인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앞서 의제숙의단에서는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 의제에 대해 현행 유지와 정부와 당사자가 참여하는 대화기구 구성 등의 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설문조사에는 직역연금에 대한 보험료율·급여율 조정에 대한 문항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주은선 교수는 "이미 2015년에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면서 그렇게 생긴 재정절감분을 국민연금에 쓰기로 했고, 공무원의 수급 연령이 밀린 것에 대해서도 해결책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역연금에 대한 보험료율 인상·급여 삭감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 당사자가 모여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 결과는 분명히 직역연금 가입자도 부담을 져야 하겠지만, 정부는 투명하고 장기적인 재정안정화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대표단들은 이번 공론화 과정에 대해 다른 주요정책 결정과정에도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에서 참가한 시민은 "숙의를 통한 공론화 과정이 좋았다.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해 고민한 만큼 국민연금이 공포와 불안이 아닌 안정된 노후를 위해 설계됐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주요 정책에도 이런 공론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시민도 "2차, 3차 공론화가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도 정책의사결정에 가능한 많은 국민들에게 교육하고, 더 많은 설득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을 직후 500인 시민대표단은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는 오는 22일 오후 국회에서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이 발표할 예정이다.

주호영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이번 (21대 국회) 회기 중에 입법되지 않으면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되고, 국회 구조상 처음부터 논의를 새로 해야 한다"면서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재정안정과 노후소득보장에 최대한 합의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을 찾아서 입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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