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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자회견 왜 열었나” 조선 “분노·의구심 어느 정도 해소”



[아침신문 솎아보기] 631일만의 윤 대통령 기자회견

경향 “고구마 10개 먹은 듯…불행한 퇴장 그려져” 동아일보 “연금개혁 추진 의지 있나”

현장 질문 조선일보 기자 “왜 진작에 하지 않았냐는 반응 많아”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5.10 07:37

  • 수정 2024.05.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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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5월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1년 9개월 만에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에 조선일보와 한겨레 평가가 엇갈린다. 조선일보는 “늦었지만 다행”이라 했고 한겨레는 “불통을 넘어 국민을 기만”이라 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에 윤석열 대통령이 “현명하지 못한 천사”라며 사과한 것을 놓고 동아일보는 “옆구리 찔러 절 받은 듯했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제가 연초에 KBS 대담에서 말씀을 드렸으나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게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특검 등에 대해선 ‘정치 공세’라며 거부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선일보 “이 정도라도 설명하면 국민 분노 의구심 어느 정도 해소된다”

조선일보는 국민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기자회견이었다는 입장이다. 10일자 사설 <尹 ‘부인 처신’ 뒤늦은 사과, 부인 문제 재발 방지가 관건>에서 “특별히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이나 쟁점에 대한 구체적 설명, 특검 등에 대한 파격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국민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각종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했다.

▲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 조선일보는 “이날 회견을 보고 그동안 왜 회견을 피해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이 정도라도 설명을 하면 국민 분노나 의구심은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다시는 김 여사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문제가 재발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한겨레는 10일자 사설 <특검도 소통도 ‘마이 웨이’, 기자회견 왜 열었나>에서 “이미 총선 참패로 유례없는 민심의 경고장을 받아들고도 한치 변화 없이 대다수 민심의 요구에 귀 닫은 채 특검 거부만 되뇐 것”이라며 “끝내 자신과 부인의 안위만을 생각한 윤 대통령의 행보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했다.

▲10일자 한겨레 사설.

기자회견이 “일방적 주장의 반복”이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은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해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엉뚱하게 ‘채 상병 사망 직후 왜 무리한 구조작전을 폈느냐는 질책을 했다’고 답했다. 불통을 넘어 국민을 기만하려 한 것 아닌가”라며 “이처럼 책임을 회피하고 일방적 주장만 반복하려고 1년9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연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특검 충돌도, 의정 갈등도, 연금개혁도 해법 못 낸 尹 회견>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는 “다소 달라진 언어와 태도를 보였지만 그 내용에선 바뀐 게 없었다”며 “이런 인식에 머무는 터에 당장 시급한 정치의 복원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경제 분야에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그간 해왔던 대로 하겠다는 수준에 그쳤”고, 연금개혁은 “추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고 꼬집은 뒤 동아일보는 “이번 회견은 여러모로 부족했다. 총선 참패 한 달이 돼서야 나온 사과는 옆구리 찔러 절 받은 듯했고, 말로는 바뀌겠다는데 그 변화를 체감하기 더욱 어려웠다”며 “더 불편한 질문 받으며 ‘불통 리더십’ 떨쳐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심판당해도 심판당한 줄 모르는 윤 대통령의 남은 3년”

논설위원·에디터들의 칼럼은 비판 수위가 더 높았다. 이용욱 경향신문 에디터는 <윤 대통령, 불행한 퇴장을 향한 빌드업을 하고 있다> 칼럼에서 “회견을 보면서 대통령의 불행한 퇴장이 그려졌다”고 했다.

▲ 10일자 경향신문 에디터 칼럼.

이용욱 에디터는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등을 보였고, 엑스포 유치 실패로 다리가 풀렸으며, 총선 참패로 그로기 상태가 됐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현실을 외면한다”며 “각종 의혹과 정책 실패에 대한 변명은 장황했고, 국민들이 바라는 사과는 찔끔 수준이었다. 고구마 10개는 먹은 듯 속을 답답하게 하는 회견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특검을 뭉개고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 것을 놓고 ‘침대축구’에 돌입했다고 비유했다. 이 에디터는 “시간을 끌면서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과 공수처 수사를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제어하려는 의도가 숨겨진 것 아닌가”라며 “무엇보다 침대축구도 기초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연속 25% 밑으로 나타났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 지지율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한겨레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은 그저 섭섭할 뿐이다> 칼럼에서 “윤 대통령의 ‘남의 다리 긁는’ 듯한 인식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더욱 명료하게 드러났다”며 “심판당해도 심판당한 줄 모르는 윤 대통령의 남은 3년은 그래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 논설위원은 “이번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윤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고 변할 생각도 없는 것이 거듭 확인됐다. 앞으로 ‘활발’해질 국민과의 소통은 지난 2년처럼 일방적인 독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기자 “출입 기자들 윤 대통령 입장할 때 기립해서 예 갖춰”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에 총선 뒤 얼마나 달라졌나 와닿지 않는다는 취지로 질문했던 김동하 정치부 기자는 앞으로 이러한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기자수첩을 냈다.

[관련 기사 : 조선일보 기자, 尹대통령에 “총선 뒤 얼마나 달라졌나 와닿지 않아”]

▲ 10일자 한국일보 1면 사진기사.

김 기자는 2면 <왜 진작에 이런 기자회견 하지 않았나>에서 “6번째 질문은 한겨레신문 기자가 했다. (중략) 이날 아침 자 1면 톱기사로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서 대통령실 관여 정황이 짙어졌다’는 내용을 다룬 언론사”라고 설명한 뒤 “아마 현 정권이 한겨레신문에 대해 갖는 느낌은 문재인 정권이 조선일보에 대해 느낀 그것과 비슷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재임 중 기자회견에서 조선일보는 질문 기회를 얻어 ‘불편한’ 질문을 했다”고 했다.

이어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리는 기회의 장일 수 있다. 이날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에는 ‘왜 회견을 진작에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면서 “출입 기자들도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 기립해서 국가원수에 대한 예를 갖췄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면서도 정중함을 잃지 않았다”고 긍정 평가했다.

[관련 기사 : 尹 기자회견, 질문기회 보수언론 집중… “기립 종용” 반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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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자회견은 특정 매체에 질문 기회가 편중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수경 대변인이 지목한 질문자 20명을 매체 특성별로 보면 경제지 4명(매일경제·한국경제·서울경제·머니투데이), 종합 일간지 4명(조선일보·한국일보·한겨레·중앙일보), 외신 4명(로이터·AFP·니혼게이자이신문·BBC), 통신사 2명(뉴시스·연합뉴스), 지상파 방송사 2명(SBS·KBS), 종편(TV조선)·보도전문채널(연합뉴스TV)·지역신문(영남일보)·인터넷신문(아이뉴스24) 각 1명 순으로 소위 진보 언론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김 기자가 긍정 평가했던 기자들의 ‘기립’ 또한 기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출입기자는 사전에 기자단 차원의 기립 요청도 받았다면서 “각자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일어나든 앉아 있든 할 사항이지 기자들 ‘기립’을 사실상 종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 침해, 탄압 논란 속에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다. 해당 기자단 측에선 대통령실과의 협의는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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