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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전 시위를 넘어 반전 반이스라엘 투쟁으로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 기사입력 2024/05/0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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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개하는 군사 작전과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규탄하는 미국 대학생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교내에 텐트를 쳐 이른바 ‘가자 연대 야영지’를 만들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도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은 자유로운 친팔레스타인 시위 개최 보장을 비롯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군용 무기 제조업체와의 거래 중단 ▲이스라엘의 군사적 노력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비 거부 ▲이스라엘로부터 받는 자금의 투명한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학생 시위는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연합(SJP)’과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JVP)’란 두 단체의 컬럼비아대학 지부가 주도했다. SJP는 1993년 출범한 단체로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 350여 곳에 지부를 두고 있다. 1996년 만들어진 JVP의 자문위원단에는 놈 촘스키, 주디스 버틀러 등 미국의 양심적 지식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두 단체는 미국의 일방적 이스라엘 지원을 비판하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에 맞서기 위한 ‘불매운동, 투자 거부, 무역 제재(BDS, Boycott Divestment Sanctions)’운동을 이끌어왔다.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는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에서 시작됐다.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의 진앙, 컬럼비아대학

 

컬럼비아대학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학교로 유학생들에게 관대했다. 소수 인종 비율이 무려 49%에 달하며 유학생 비율도 17%나 되는 다양성을 가진 학교이다. 특히 총장과 부총장 역시도 이 다양성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17일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이 미 하원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를 좌시하지 말라’는 공화당 의원들의 질책을 듣고 학생 시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무정부 상태가 캠퍼스를 휩쓸었다’라면서 샤피크 총장에게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서한도 보냈다.

 

샤피크 총장의 반유대주의 대응 의회 증언으로, 학생들은 급기야 캠퍼스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였다. 그리고 농성에는 유대인 학생들도 다수 참여했다. 

 

학생들의 주장은 반유대주의가 아니라 ‘학살 중단’과 ‘대학과 미국의 공범 행위 중단’이었다. 또한, 학교의 이스라엘 및 군수업체에 대한 투자 철회 등도 요구했다. 

 

그러나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다음 날 18일 경찰을 학교에 불러들여 텐트를 강제 철거하고 시위를 벌인 학생 108명을 경찰이 연행토록 했다. 

 

경찰의 컬럼비아대 친팔레스타인 농성에 대한 강경 진압과 연행은 이후 수십 개 대학에서 동조 텐트 농성 등 전국적 저항을 촉발케 했다. 매사추세츠주의 에머슨대, 터프츠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비롯해 메릴랜드대, 캘리포니아대, 미시간대 등 곳곳으로 시위가 번져나갔다. 예일대의 동문과 학생, 학부모 등 1,500여 명은 시위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은 30일 뉴욕시티칼리지 텐트 농성 참가자들을 연행하고,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에서도 30명을 체포했다. 지난 4월 30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체포된 학생은 1,100명가량이었다.

 

한편 지난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합동직격탄(JDAM), 소구경 폭탄(SDB)을 포함한 미국산 무기를 사용해 불법 공격을 하거나 민간인을 살해했으며, 이는 잠재적 전쟁 범죄로 조사돼야 한다. (중략) 미국 정부는 국제 인도주의 및 인권법을 준수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모든 무기와 기타 물품의 이전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학생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이다.

 

미국 국내외 변호사 연합의 미국 전쟁범죄 주장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서 일하는 최소 20명으로 이뤄진 국내외 변호사 연합에서도 앰네스티와 동일한 주장을 했다.

 

지난 4월 30일 자 뉴스1 기사 일부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미국 및 국제 인도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며칠 내 메릭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과 행정부 각료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서한에는 이스라엘이 무기수출통제법과 레이히 법(인권 침해에 연루된 해외 군대·경찰·안보기관에 대한 미국의 지원 중단) 등 미국법,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는 제네바 협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들은 공무원은 부적절한 정치적 지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조언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장의 근거로 포위된 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점, 구호 단체에 대한 공격, 학교·병원에 대한 폭격 등을 예시로 들었다.

 

이들은 미 법무부가 이스라엘 군에서 복무하는 미국인이 미국 법에 따라 기소될 수 있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유대계 후원자들은 ‘반유대주의’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반대 주장을 폈다. 또 바이든 미 대통령도 “나는 반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반유대주의’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유대주의’와 별개로 ‘학살 중단’과 ‘대학과 미국의 공범 행위 중단’ 주장을 억압하는 것은 대학이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행태이다. 이미 국제앰네스티와 국내외 변호사들의 지지로 컬럼비아대학 농성 학생의 주장은 미 전역의 대학생들에게 공분을 일으키며 학생 시위가 들불처럼 확산하도록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뉴욕시민자유연합의 도나 리버먼 사무총장이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와 동일시”하면서 정치적 반대 의견을 누르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도했다. 

 

컬럼비아대 당국은 지난 4월 29일 농성 해산을 거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무더기 정학 절차에 착수했지만, 시위 학생들은 30일 새벽 ‘해밀턴홀’을 점거했다. 

 

시위를 조직한 학생단체는 인스타그램에 컬럼비아대가 이스라엘 기업 등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을 중단할 때까지 건물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위 학생의 컬럼비아대학 해밀턴홀 점거 농성과 반전운동 동참 호소

 

학생들이 점거한 ‘해밀턴홀’은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름을 딴 건물이다. 지난 1960년대부터 학내 시위의 중심이 됐던 곳이기도 했다. 

 

1968년 베트남전쟁을 반대하는 반전 시위 때 시위대가 해밀턴홀을 점거했었다. 198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철폐 시위 때도 시위대가 해밀턴홀을 점거하는 등 컬럼비아대 역사에서 시위의 상징적인 장소이다.

 

컬럼비아대학뿐만 아니라 타 대학의 학생 시위대는 1960년대 말 미국에서 벌어진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를 강조했다. 

 

당시 베트남 반전 시위로 수천 명이 체포됐으며, 경찰과 시위대가 크게 충돌했다. 1970년 오하이오주에서는 주방위군의 발포로 학생 4명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의 죽음은 전국적인 학생 시위를 촉발했으며, 당시 대학 수백 곳이 문을 닫았다.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이번 시위 거점을 ‘해밀턴홀’로 잡고, 베트남 반전 시위를 강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과 전 세계의 학생들에게 반전운동 동참을 호소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이날 오전, 대학이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된 군산복합체 등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것 등을 요구하며 이 건물을 ‘힌드의 홀’이라고 명명하며 ‘힌드 라잡’을 추모하는 펼침막도 내걸었다.

 

‘힌드 라잡’은 지난 2월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6세의 팔레스타인 소녀다. ‘힌드의 홀’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인해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의 비극을 상징한다. 힌드는 지난 1월 29일 가족이 몰살당한 차 안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지만, 2주 뒤 차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출동한 구조대원 2명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고 주검으로 발견됐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럽·지중해 인권 모니터’가 2월 12일 펴낸 초기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총알로 벌집이 된 차 안에서 하마다 일가족과 힌드의 주검이 발견됐다. 그리고 주검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보고서 내용 일부이다.

 

“현장 주변엔 이스라엘군 탱크의 흔적이 선명했다. 사건 발생 약 2시간 전 찍은 위성 사진을 보면, 하마다 일가족이 탄 차량 발견 지점에서 200m 남짓 떨어진 곳에 이스라엘군 장갑차량 등이 있다. (…) 구급차 안에선 미국산 ‘M830A1 히트’ 포탄 조각이 발견됐다. 구급차 공격에 미국산 무기가 사용됐음을 뜻한다.”

 

이제 컬럼비아대 시위는 가자 전쟁을 반대하는 대학가의 ‘반전 시위’로 현재 미국 전역의 대학을 넘어 유럽과 캐나다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학과 군산복합체의 이스라엘 투자 카르텔

 

미국 대학은 학생이 낸 등록금 등을 기업에 투자해 투자 수익을 창출한다. 대학 재정이 탄탄해야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을 유치할 수 있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실부터 장학금에 이르기까지 대학 내 활동 대부분에 들어가는 기부금은 대부분 수백만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수익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통해 학생들은 해외 투자, 특히 이스라엘 관련 투자를 철회하라고 나섰다. 이스라엘과의 투자 거부(Divestment)와 이스라엘계 기업의 주식 매각 그리고 이스라엘과 재정적 관계를 끊으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이스라엘에서 사업을 하거나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현재 진행 중인 가자지구 전쟁의 범죄 공모자이며,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대학도 결국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가자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사용된 무기가 미 군산복합체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레이시온(Raytheon), 노스롭(Northrop), 그루먼(Grumman) 등등에서 생산된 것임을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군산복합체에 대한 대학 기금 투자 중단과 모든 투자 정보의 투명한 공개(disclose)를 학생들은 요구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내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은 수년간 이스라엘에 맞서 대학 측에 ‘불매운동, 투자 거부, 무역 제재(BDS)’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해 왔다.

 

과거에 일부 대학이 재정적 관계를 부분적으로 중단하긴 했지만, 미국에서 이러한 무역 제재 운동에 동참한 대학은 없었다.

 

투자 거부가 가자지구 전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학생 시위는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집단을 폭로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중 인식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는 별개로 로이터통신은 미국 대학에서 확산하고 있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표현의 자유와 증오심의 표현, 이 둘 사이의 경계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미국 대학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지뿐 아니라 이스라엘과의 재정적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반전 시위를 넘어 반전 반이스라엘 투쟁으로

 

미국과 전 세계의 학생들에게 반전 시위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는 11월 미국 대선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언론은 전망한다.

 

주요 언론은 대체로 민주당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혼란스러운 사태를 통해 민주당이 확고한 국정 장악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의문이고, 이스라엘에 대한 민주당의 다소 모호한 입장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학 내 시위가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혼란을 강조한다며, 캠퍼스 시위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회 안정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치적 무기로 이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언론은 정작 이스라엘이 저지르고 있는 반인륜적 제노사이드 범죄와 미국의 공범 행위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주로 시위 진압 능력으로 차기 대통령의 능력을 부각하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새로운 투쟁을 이미 잉태하고 있다.

 

당장 미국 대학 내 가자 전쟁 반대 시위 확산을 촉발한 컬럼비아대는 이번 달로 계획된 졸업식을 취소했다. 컬럼비아대는 1926년부터 모닝사이드 캠퍼스 사우스론에서 매년 5월 15일 졸업식을 개최했다. 대학 관계자는 영국 가디언에 “보안 문제로 이뤄진 조처”라고 이번 졸업식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불이 붙은 대학생들의 반전 시위가 자칫 베트남 반전운동처럼 민중이 동참한 반전 반이스라엘 투쟁의 촉매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미·중 간의 경제전쟁으로 수세에 몰린 경제적 패권을 만회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군산복합체와 투기 자본의 결합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번 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대리전쟁 등은 미국이 군사 패권을 이용한 신냉전 음모이다.

 

현재 미국은 내부 분열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고립되고 있다. 

 

미국의 헤게모니는 흘러간 역사가 되었다. 

 

미국의 몰락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우리는 이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미국의 시녀, 하수인, 주구인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

 

변화된 정세와 총선 승리의 기회를 활용하여 이 땅에 식민과 분단 그리고 예속을 넘어 자주적인 국가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전필승 공필취(戰必勝 攻必取), 전쟁을 하면 반드시 원하는 바를 얻어야 한다!

 

반제·자주·평화애호세력은 총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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