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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종부세에 목숨 거나...대신 상위 0.1%에 부유세 걷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정승일 박사.

ⓒ 권우성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만약 초고가를 제외한 1주택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하고, 대신 상위 0.1%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매긴다면 어떻게 될까. 주식 투자자 상위 1%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 부과는 그대로 시행한다면 어떨까.

자칫 진보·보수 모두에게 공격받기 좋은 이 제안을 꺼내든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봤다. 그는 "복지국가도 만들어야 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도 해야 하고, 인구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왜 종부세에 목숨을 거나"라며 "종부세 하나 때문에 이 전부를 모두 날릴 수는 없지 않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 등을 거친 진보 경제학자. 그간 여러 대담한 의견을 개진해 온 그가 천착하는 핵심 주제는 '자산 불평등 축소'다.

정 위원은 "현재로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한남동 자택 약 500억 원에 대한 종부세만 내면 된다"며 "그런데 이 회장이 가진 재산 대부분이 주식이고, 그게 10조~20조 원 정도 될 텐데, 여기에 부유세를 매기자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현실인 RE100은 외면한 채 주식시장 부양을 이유로 재벌 대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종용하는 윤석열 정부에는 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최상목 기획재정부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밸류업 해야 한다' 난리가 났다"며 "하지만 밸류업의 가장 근원적인 방식은 기업 가치를 실제로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기업의 매출이 늘고, 경쟁률이 높아지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자사주 매입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실물에 투자할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부자들아, 자사주 매입하고, 무조건 주가 올려'라고 주문하는데, 대단히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는 부를 생산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은 한 마디로, 투기판"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밸류업을 위해 금투세를 폐지하자 얘기한다"고 했다. 이어 "금투세는 그 노름판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세금을 매기자는 건데, 정부는 오히려 노름판을 활성화해야 우리 경제가 좋아진다고 한다.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지난 14일 서울역 인근에서 정승일 위원과 나눈 주요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원천징수 아닌 '고지서' 나오는 종부세, 저항 심해... 피케티도 같은 지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정승일 박사.

ⓒ 권우성

- 최근 종부세 이슈가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토지 보유세 증세에 비판하면서, 종부세 세수로는 복지국가에 필요한 재원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수치는 어떤지.

"종부세 세수가 현재 4조 원대다. 제일 많이 거뒀을 때가 6조 원대였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5~10%p 낮으니, 복지국가를 선진국 평균 정도로 실현하려면 추가로 거둬야 하는 세금이 50조~100조 원 정도다. 이걸 어떻게 종부세로 감당할 수 있겠나."

- 종부세만으로는 부족하겠다.

"부동산 보유세를 얘기하는 분들은 종부세뿐만 아니라 재산세 얘기도 한다. 재산세는 (월급에서) 원천징수되는 게 아니라, 1년에 두 번 별도로 징수한다. 보통 원천징수되는 건 조세 저항이 심하지 않다. 그런데 재산세와 종부세는 보유세여서 고지서가 나온다. 세금이 얼마인지를 눈으로 보면서 내니까 다들 부글부글 하는 거다. 복지국가를 실현한다 하더라도 항상 조세 저항을 염두에 둬야 한다."

- 근로소득세나 건강보험료 등은 원천징수돼 정확한 금액을 모르고 낸다.

"지난 100년간 조세 저항이 가장 심한 세금이 두 가지 있었는데, 보유세와 부유세다. 저는 토지에 대한 보유세인 종부세보다 오히려 부유세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토마 피케티도 <21세기 자본>에서 토지에 대해 보유세를 매기면 저항이 심하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토지주의 사회가 아니다. 농업 중심이었던 과거에는 토지 과세가 중요했지만, 우리가 사는 시대는 자본주의 사회다. 가장 중요한 부의 형태는 토지가 아니라 자본이라는 뜻이다."

- 토지가 아닌 재산 전체에 대한 세금 부과가 필요하겠다.

"자본이라는 건 땅이 아니라 건물, 공장, 예금, 보험 이런 재산 전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갖고 있는 부동산이라고 해봐야 한남동 자택 다 합쳐도 500억 원도 안 될 거다. 여기에 종부세를 매기면 이 회장은 500억 원에 대한 종부세만 내면 된다. 그런데 자본에 대한 세금인 부유세를 매기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회장이 가진 재산 대부분이 주식이다. 그게 10조~20조 원 정도 될 텐데, 여기에 부유세를 매기자는 거다."

- 최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거주 1주택자 종부세 면제에 이어 종부세 폐지까지 주장했다. 그런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주택자 종부세를 면제하면 부의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면서, 1주택자 종부세를 완전 면제하려면 보유세 누진 과세 강화, 취득세·양도세 인하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여러 가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왜 갖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다주택자 중 상당수는 임대소득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80대 노인의 경우 연금소득 같은 게 없지 않나. 그런데 집이 2채라는 이유로 보유세를 중과세 한다? 뭘 모르는 사람이 하는 얘기다."

- 1주택자 종부세 폐지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폐지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많은 반론이 있다. 1주택자들은 이미 굉장히 많은 예외 조항에 의해 혜택을 얻고 있다는 식이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그걸 누가 하느냐는 거다. 그 많은 세세한 조항들을 누가 알겠나. 전문가밖에 모른다. 거기다가 세법이 매년 바뀐다. 세무사가 아닌 이상 내가 종부세 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대다수 사람들이 알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혹시나 아파트값이 올라가면 내가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 심리가 굉장히 퍼져가고 있다."

독일·스웨덴에도 다주택자 존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정승일 박사.

ⓒ 권우성

- 집 가진 사람들은 '종부세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겠다.

"예외가 너무 많은 원칙은 원칙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원칙을 버려야 한다. 차라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거둘 수 있다'고 하는 게 낫다. 200억 원짜리 주택이 무슨 생필품이겠나. 굉장한 고가의 주택을 1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다."

- 집값이 오른 1주택자들의 반발이 크다.

"서울에 집 가진 사람들도 대부분 1채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압구정동에 살고 있는데, 20년 전에는 1억 원짜리 집이었지만 최근 집값이 40억 원까지 올랐다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40억 원의 1%(4000만원)를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당연히 조세 저항이 일어난다. 압구정동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마포구 집값도 20억 원이 넘어 간다. 공시지가로는 10억 원이니 아직은 괜찮은데, 이게 12억 원까지 오르게 되면 '나도 내년엔 종부세 대상이 될지 모른다, 다음 선거에선 보수 정당 뽑아야겠다' 이렇게 되는 거다."

- 그래도 집값이 많이 올랐다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 아닌지.

"문서상으로 집값이 40억 원으로 올랐다 하더라도, 그걸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40억 원은 경제학적으로 얘기하면 일종의 '금융 버블'이다. 그에 상응해서 세금을 매기는 건 '버블 세금'이다. 그러니 징벌적 과세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그럼 어떻게 되나. '보수 정당 대통령을 뽑으면 종부세를 줄여주겠구나'라는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정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나? 부동산 하나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 현재 유럽 국가에서는 종부세, 국토보유세 같은 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는데, 해당 국가들은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독일 베를린의 경우 신도심은 대부분 공공임대 주택이거나 협동조합 주택이기 때문에 임대료가 굉장히 낮다. 부동산 투기를 못 한다. 그런데 구도심,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파리 이런 곳은 임대료가 무지 높다. 이곳 건물주들의 한 달 수입이 1000만~2000만 원 정도인데, 종합소득세를 낸다. 스웨덴 스톡홀름도 비슷하다. 이 나라들이 전부 복지국가들인데, 이곳에도 다주택자들이 존재한다."

- 정부·여당, 보수언론에선 종부세 폐지와 함께 양도소득세, 거래세인 취득세 등의 완화까지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양도소득세, 취득세 완화에는 반대한다. 우선 양도소득세는 소득에 대한 과세 아닌가. 집이 2채인데 1채를 팔았을 경우 중과세하게 돼 있는데, 이런 건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소득이 발생했기 때문에 과세해야 한다. 취득세도 마찬가지다. 이 세수는 전부 지자체로 가는데, 지자체 세금 중 가장 중요한 세금이다. 취득세가 나쁘다면 자동차 취득세도 낮춰야 하는데, (아니지 않나.)"

- 보유세는 줄이거나 없애고, 소득세는 늘리자는 주장이다.

"세금을 내려면 소득이 있어야 한다. 소득에 대한 과세는 조세 저항이 그나마 약한데, 보유에 대해 세금을 매기게 되면 소득을 마련할 길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 조세 저항이 엄청나다. 지난 2000년간 전 세계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왕조 교체, 혁명들이 세금 때문에 일어났다. 그런데 20세기에 복지국가가 어떻게 작동했을까. 복지국가에선 기본적으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 어디에도 보유세는 없다."

- 종부세를 폐지할 경우 부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정 부분 그럴 수는 있겠다. 하지만 종부세 세수 4조 원을 포기한다고, 부의 양극화가 갑자기 극심해질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우리나라 은행들 다 하지 않나. 요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심하다는 것도 전부 부동산 관련이다. 확실하게 몇 년 안에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은행들이 그거에 올인하는 거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1999년 은행들이 전부 민영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성행하게 됐다."

"자산 양극화, 최대 책임자는 은행... 종부세 아닌 은행 규제해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정승일 박사.

ⓒ 권우성

- 집 살 돈을 구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주택이라는 건 한정돼 있는데, 여기 대출금이 옛날에 비해 4~10배 더 들어오니 당연히 그 판돈이 커졌고, 집값도 오른 거다. 자산 양극화의 가장 큰 책임자는 은행들이다. 이걸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은행들을 국유화해야 한다."

- 다소 과격한 주장이다.

"은행이라는 건 특수한 주식회사다. 국가가 관리하는, 일종의 독과점이 용인되는 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굉장히 강하게 규제할 수가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 하지 말라고 굉장히 강력하게 규제해도 되는 거다. 결국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선 은행들을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다. 종부세를 매기는 건 아니라는 거다."

- 유럽 국가들의 은행 관련 규제는 어떤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독일 내에서는 금융위기가 안 터졌다. 독일의 은행 예금 절반이 일종의 공공은행에 들어가 있다. 슈파카세라는 은행이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시가 대주주인 은행이다. 이런 은행들이 전체 예금의 절반을 갖고 있다. 여기선 부동산 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이를 담당하는 특수 은행이 따로 있다.

독일에선 주택값이 갑자기 반등하지도 않았고, 금융이 그쪽으로 안 움직이니 금융위기 당시 엮이지도 않았다. 스위스도 마찬가지다. 주립은행들이 전체 예금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어 금융위기 때 살아남았다. 그런데 미국에는 국립은행이 없다. 그러니까 그런 위기를 겪은 거다."

- 은행 민영화 정도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금융이다. 은행, 자본시장, 증권시장 이런 쪽인데, 한국에선 여전히 화두가 안 되고 있다. 이들이 마치 건전한 자본인 것처럼 얘기한다. 그걸 잡지 않고 자꾸 종부세로 세금을 거두려 하니 실제 부동산도 잡지 못했고, 자산 양극화 현상을 막지도 못했다.

제가 이상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미국의 진보는 다 저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유럽도 그렇다. 적어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미국의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 윤석열 정부가 여야 합의를 거쳐 내년 시행을 앞둔 금투세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투세 관련으로 금융자본주의를 억제해 생산주의적 자본주의를 활성화하는 '좋은 세금'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더 설명한다면.

"금투세는 소득에 대한 과세다. 저는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건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금투세는 1년에 5000만 원 이상의 양도 소득을 얻은 사람에게 부과하는 건데, 대상자는 전체 주식 투자자 1400만 명의 약 1%다. 몇십억 원 정도를 주식으로 굴리는 사람들이라는 거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집도 가지고 있을 텐데, 총재산은 수백억 원쯤 되지 않겠나. 세율이 20%로 정해졌는데, 너무 낮다고 생각한다. 더 부과해야 한다."

- 그런데 금투세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주식시장 위축, 투자자들의 부양가족 인적공제 혜택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양가족인 어머니가 금융 투자를 열심히 해서 1년에 100만 원을 벌었다고 하자. 그러면 연말정산 때 인적공제에서 빠진다는 건데, 그렇게 큰 타격을 받겠나? (우려가) 너무 과장돼 있다. 우선 확정된 법안대로 내년부터 제대로 시행해봐야 한다 생각한다."

"윤 정부, 주식시장 키우자고 금투세 폐지 주장... 말 안 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정승일 박사.

ⓒ 권우성

- 윤 대통령, 이복현 원장 등의 주장과 달리, 한국 경제의 '실체적(생산주의적) 밸류업'을 위해선 오히려 금투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주가를 올리는 장기적인 방법이 있다. 대기업들이 RE100에 투자하는 거다. 최근 주가 하락에는 오너 리스크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더 큰 건 RE100이다. 이걸 못 하면 수출이 안 되지 않나. 소액주주들은 민주당 앞에 가서 시위할 게 아니라, 국민의힘 앞에서 시위해야 한다. '우리 주가 올리려면 RE100 하라'고 말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RE100 때문이니, 윤석열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 과도한 금융 투자 소득에 대한 세금은 내면서, 주가 부양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최상목 장관, 이 원장, 윤 대통령까지 나서서 '밸류업 해야 한다' 난리가 났다. 밸류업의 가장 근원적인 방식은 기업 가치를 실제로 올리는 거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매출이 늘고, 경쟁률이 높아지도록 하는 거다. 이를 위해선 자사주 매입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실제 실물에 투자할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부자들아, 자사주 매입하고, 무조건 주가 올려'라고 주문한다. 이게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 시장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거다. 시장주의의 핵심은 가격이 높아지면 모든 게 다 합리적으로 된다는 거다. 무언가 대단히 잘못 됐다."

- 원인과 결과가 반대로 된 것 아닌가.

"2008년 미국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런데 리먼 브라더스라는 은행의 주가가 하락하기 6개월 전에 예상한 사람이 있나? 아무도 없다. 가격이 모든 걸 말해준다면, 파산도 예측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RE100이라는 장벽에 직면해 있는데, 지금 주가에 그런 사항이 반영돼 있나? 그렇지 않다. 그런데 가격이 어떻게 무조건 합리적이라는 건가."

- 금투세를 도입하면 실질적인 밸류업이 될까.

"거꾸로 얘기해 보겠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 약 3500만 명 모두가 하루에 8시간 동안 다른 건 안 하고 주식 투자만 한다고 치자. 나라 경제가 유지되겠나?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는 부를 생산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은 한 마디로, 투기판이다. 그 노름판을 키우는 게 (현 정부가 말하는) 밸류업이라면서 이것을 위해 금투세를 폐지하자고 얘기한다. 금투세는 그 노름판을 좀 진정시키기 위해서 세금을 매기자는 건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노름판을 활성화해야 우리 경제가 좋아진다고 한다. 말이 안 된다."

-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상위 0.1% 초부자에 대해 부유세를 부과하자 주장했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엘리자베스 워런이 몇억 달러 이상 재산에 대해 그 재산의 1%를 부유세로 내게 하자고 했다. 우리로 치면 재산이 500억~1000억 원 넘는 사람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고 한 거다. 우리나라 인구 중 1%도 아니고, 0.1%다. 이들에게 부유세를 매기는 데 찬성한다. 종부세와 비교하면 정치적으로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적어도 1주택자에 대해선 종부세를 아예 없애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예외적으로 초고가 1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부과하는 게 낫다. 진보 정권이 집권하는 목적이 종부세 부과는 아니지 않나.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복지국가도 만들어야 하고, RE100도 해야 하고, 인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왜 종부세에 목숨을 거나. 종부세 하나 때문에 이 전부를 모두 날릴 수는 없지 않나.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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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종부세, #금투세, #윤석열, #부동산, #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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