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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승원 광명시장 “윤석열 정부 교부세 삭감으로 민생 파탄”

광명시장·KDLC 상임대표 “장기화하면 일부 지자체 파산 위험도…정부, 심각성 인식 못 하는 듯”

지난 25일 경기도 광명시청에서 박승원 시장이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위기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광명시청
윤석열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삭감해 국민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정부가 예고 없이 교부세를 내려보내지 않아, 주민과 밀접한 사업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교부세 삭감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교부세 삭감이 반복되면, 재정 여력이 없는 지자체는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25일 경기도 광명시청에서 박승원 시장을 만나,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위기 상황을 들었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KDLC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이 소속돼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 시장은 지자체장 협의기구인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4년 광명시의원을 시작으로 경기도의원을 거쳐 2018년부터 광명시장을 지내고 있다.

박 시장은 현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교부세를 안 내려주면, 지방정부는 제대로 살림을 꾸려나갈 수가 없다"며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민생 경제 관련 예산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방정부는 교부세 격감으로 재정에 심대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진행하던 사업을 중단하는 등 형태로 지방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에게 전가된다”고 호소했다.

“일방적 교부세 삭감으로 지방재정 혼란 야기”

정부는 지난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교부세 7조 1,689억원을 임의로 삭감했다. 약속된 돈을 받지 못한 지자체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했다.

KDLC와 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는 최근 ‘지방정부 재정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사업 중단·축소 사례를 전했다. A시는 도로 확장 공사를 백지화했다. 도로·지하차도 보수 공사도 잠정 연기했다. B시는 주차 시설 구축 사업을 중단했고, C시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등 10개 이상의 사업을 축소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중앙정부는 국회에서 의결된 교부세 편성액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지방재정 상황을 살피지 않고, 일방적으로 교부세 삭감을 통보했다”며 “지방재정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광명시도 지난해 교부세 삭감으로 타격을 입었다. 정부 세수 결손에 따른 교부세 삭감을 예견하고 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해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는 막았지만, 그 과정에서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했다. 지난해 광명시가 받은 교부세는 8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6억원 이상 줄었다.

박 시장은 “광명시는 지난해 초부터 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전문가와 세입부서가 논의해 국세와 지방세 세입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며 “행정안전부가 내시한 교부세 규모보다 보수적인 자체 추계액을 도출해 반영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 사업의 연차별 예산을 최소 규모만 반영하고 행사운영비를 삭감하는 등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했다.

정부의 임의적인 교부세 삭감이 월권이라고 박 시장은 비판했다. 추경 편성 없이 교부세를 삭감하면서 국회 심의를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세수 결손으로 예산이 부족해지면, 세입 감액 추경을 거쳐 국채를 추가 발행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는 게 정석이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지출을 줄일 경우에도 지출 감액 추경을 해야 한다.

박 시장은 “세입 감소에 따른 추경은 중앙정부, 국회, 지방정부가 소통을 통해 대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역할을 한다”며 “정부가 세수 결손에 따라 교부세 등 지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국회에 지출 감액 추경안을 제출하고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또다시 국회 예산심의권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교부세를 감액한다면 지난해처럼 많은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임의적인 교부세 삭감으로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자체장들도 지방정부 자치권과 재정권을 침해당했다며 동참했다.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인 박승원 광명시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세수 펑크로 인한 지방재정 파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1. ⓒ뉴시스

“2027년까지 반복되면 지자체 파산 위험 직면”

올해도 세수 결손이 반복된 가운데, 정부는 결손분을 충당하기 위해 교부세 삭감을 검토 중이다.

박 시장은 교부세 삭감이 장기화하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파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정 축소 영향으로 빚을 내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다”며 “어느 시는 2천억원, 어느 시는 1천억원, 올해 또 몇백억원의 부채를 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2027년까지 계속 이렇게 교부세를 안 내려주면, 자체 재원이 없어 중앙정부 예산에 의지하는 지방정부는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부세를 삭감하더라도 지자체가 여유 재원을 활용하면 예산 집행에 큰 제약이 없다는 기획재정부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고 박 시장은 지적했다. 대표적인 여유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다. 지자체는 매년 불가피하게 남긴 돈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한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활용으로는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게 박 시장 설명이다.

그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여러 회계와 기금의 유휴 자금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는 부족한 재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차입해 운영할 수는 있지만,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자금을 맡긴 회계의 자금 수요에 따라 예수금을 빈번히 상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차입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수 결손을 내더라도 교부세를 당초 예산대로 지급하기 위한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 지방교부세법은 정부 세수 결손 시 교부세를 당해연도에 바로 감액하지 않고, 2년 뒤까지 미룰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 경기가 개선돼 국세와 지방세가 늘어나는 시기에 교부세를 감액하면 지방재정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박 시장은 “지방정부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 교부세를 함부로 삭감하지 말라는 지방교부세법 취지를 고려해, 정부는 교부세를 연차적으로 정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올해는 정부가 교부세를 예산안대로 교부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자체장들이 중심이 돼 지방재정 위기로 피해를 보는 시민단체들과 기재부에 항의 방문하는 등 방법을 통해서라도 강력하게 저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정부가 교부세 삭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교부세 삭감이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채, 마음대로 교부세를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지방정부를 경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윤 정부가 지방자치와 재정분권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과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지방정부가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육, 복지, 환경, 문화는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충분히 재정을 확보해 사업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유럽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4 대 6이다. 지방이 더 큰 재정 권한을 갖는다. 한국은 국세 8, 지방세 2 구조에 머물러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7 대 3까지 지방세 확대를 추진했다. 이미 지방재정 확대라는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그런데 윤 정부는 교부세를 임의로 삭감하면서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 조한무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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