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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 폐쇄에 자국 언론까지 ‘입틀막’...선 넘은 이스라엘

[해외 미디어 동향] 국경없는기자회 등 국제언론단체, 이스라엘에 경고

WSJ·WP 등 영미 언론, 오히려 ‘네타냐후 체포영장 발부’ ICC 비판?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4.11.29 22:40

  • 수정 2024.11.29 22:48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의 관련 기사 페이지.

 

이스라엘 정부가 정부 비판적 보도를 해온 자국 일간지 하레츠를 제재하면서, 당국이 외신에 이어 자국 언론을 노골적으로 탄압한다는 국제 언론단체들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신문협회(WAN-IFRA)는 현지 시각으로 28일 이스라엘 내각의 하레츠 제재 결정을 두고 “의도적 언론인 표적화, 군사검열, 외신 가자지구 진입 차단이 계속되면서 언론 자유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규탄하는 입장을 냈다.

이스라엘 내각은 지난 24일 이스라엘 당국과 산하 기관이 이스라엘 내 가장 오랜 일간지인 하레츠의 지면 광고 게재와 모든 종류의 관계를 끊도록 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슐로모 카르히 통신부 장관이 제안한 이 조치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 내각은 “하레츠가 이스라엘 국가와 그 자위권의 정당성을 훼손했다”고 했다.

하레츠는 이에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단계”라며 “푸틴(러시아 대통령),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오르반(헝가리 총리)과 같은 네타냐후의 친구들처럼 그는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언론을 침묵시키려 한다. 그러나 하레츠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정부가 승인만 메시지만 게시하는 홍보지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는 하레츠의 아모스 쇼켄 발행인이 지난달 27일 영국 런던의 한 행사에서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팔레스타인의 자유 투사들”이라고 언급한 뒤 이뤄졌다. 앞서 6개월 전 이스라엘은 현장 취재를 해오던 알자지라의 자국 내 운영을 금지하는 ‘알자지라법’을 통과시키고 폐쇄 조치하기도 했다.

현재 하레츠 기사 페이지의 페이월(기사를 읽으려면 유료구독을 요하는 조치) 슬로건엔 “네타냐후는 우리를 폐쇄하려 합니다. 지금 하레츠를 읽어보세요”라는 문장이 나타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총리실 유튜브 채널 갈무리

 

국제 언론단체들은 이스라엘 당국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입장을 연이어 밝히고 있다. 국제 기자연맹(IFJ)은 “이스라엘 정부가 언론 자유를 제한하고 미디어 다원주의를 축소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우려한다”고 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도 “광고 및 구독료 수입에 타격을 입혀 하레츠와 같은 존경받는 이스라엘 매체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제재 방안이 통과되기 앞서 “이스라엘의 극보수 통신부 장관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외국 언론 매체를 금지하는 법안, 정부가 공영방송 예산을 통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수신료가 면제되는 지상파에 친 네타냐후 민간채널을 추가하는 등 친정부 성향의 뉴스 보도를 늘리고 있다”며 “언론 독립과 다원성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영국에선 100명 넘는 BBC 직원들이 자사의 가자지구 관련 보도를 두고 “공정성과 정확성, 공평성을 회복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BBC 직원들을 포함한 언론인, 학자, 배우 등 미디어 업계 종사자 230여 명은 BBC의 팀 데이비 사무총장과 데보라 터니스 최고경영자를 수신인으로 한 공개서한에서 자사 보도가 편집 원칙 이행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신뢰성을 강조하며 BBC가 △이스라엘이 외부 언론인의 가자지구 접근을 불허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이스라엘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 이를 명시하며 △기사 헤드라인에 이스라엘이 가해자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2023년 10월 이전 역사 맥락을 정기적으로 포함하며 △모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군 책임자에 강력하게 이의 제기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 홈페이지 보도화면 갈무리

 

이 같은 언론 동향은 영미권 주류 언론이 이스라엘 당국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회피하는 현황의 일면으로 볼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하레츠는 <기아, 살해, 학대: ICC 영장은 이스라엘에 전례 없는 도덕적 최악의 순간>이라는 사설을 냈다. <네타냐후가 ICC 결정을 자초해놓고 이제 와서 ‘반유대주의’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는 분석 보도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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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체포영장 발부를 두고 <ICC의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공격(assault)>라는 제목의 편집위원회 오피니언을 냈다. 워싱턴포스트는 <ICC는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을 자리가 아니다> 제목의 사설로 ICC의 체포영장 발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BBC는 관련 보도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받는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설명하지도, 가자지구 내 사망자 규모를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전문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뒤 이스라엘 살상에 의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1일 기준 4만4000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미디어 당국에 따르면 이 시기 이스라엘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언론인은 183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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