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는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에서 'KAL858기 사건 37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는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에서 'KAL858기 사건 37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987년 11월 29일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대한항공 KAL 858기가 실종된지 37년이 지났다.

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정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공작원인 김승일과 김현희가 시한폭탄으로 비행기를 폭파했다고 발표했고 진상규명 요구는 지금껏 불온시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유족은 없다.

진상규명과 함께 37년 한결같은 유족들의 바람은 먼저 유해라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가 주최한 'KAL858기 사건 37주기 추모제'가 진행된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

김호순 유족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호순 유족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유인자 유족회 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유인자 유족회 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유인자 유족회 부회장은 "37년이나 기다렸습니다. 대한항공 KAL858기 희생자 유해를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라는 간절한 제목으로 호소문을 낭독했다.

외교부에는 중단됐던 KAL858기 잔해 수색을 위해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에는 수색이 가능해지는 즉시 약속했던 예비비가 수색비용으로 책정될 수 있도록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무엇보다 KAL858기 탑승 희생자들의 유해가 하루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국민들이 잊지않고 함께 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2020년 1월 대구MBC가 안다만 해역에서 추락한 KAL858기 동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엔진과 날개, 꼬리 부분의 잔해를 발견한 뒤,  동체확인과 유해, 유품 발굴을 위한 추가 수색에 많은 유족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지만 그 뒤 별 진척이 없는 상황.

2020년 12월 23억원 규모의 수색예산이 책정되고 2021년 2월 수색준비를 마친 후 미얀마로 떠나기 직전에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코로나 팬데믹 등 악재가 이어져 3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수색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집행되지 못한 그 예산은 2022년 말 정부에 귀속되었고, 당시 정부는 구두 협의를 통해 수색이 가능해지면 즉시 예비비 편성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2023년부터 지금까지 더 나아진 상황은 하나도 없다.

다만 수색 재개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유족들은 매년 반복되는 호소를 하고 있다.

김호순 유족회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과 고통 속에 견뎌온 긴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 유해라도 수습할 수 있다는 밀알같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는데,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수색이 연기되어 이렇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지기만 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KAL858기 동체를 찾아 유해를 수습하여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나마 가시기를, 그리고 온 천하에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유족회 회원들과 여러분 손을 잡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연재원 유족회 감사는 KAL858 동체로 추정되는 잔해가 발견된 2020년 1월부터 추가 동체 수색을 위한 노력이 진행된 2022년 말까지의 상황을 중심으로 경과 보고를 하고는 하루 속히 수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성전 유족회측 참관 추천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성전 유족회측 참관 추천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항공기 조종사 출신으로 미얀마 현지조사에 나섰던 김성전 유족회측 참관 추천인은 대한항공 광고음악으로 유명한 '웰컴 투마이 월드'의 가사를 음미하며 '기적은 이따금 일어난다,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라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또 미국 교통안전국의 해양사고 조사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KAL858기 추가수색이 이뤄질 경우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색팀이 치밀한 준비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순희 민조노총 지도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순희 민조노총 지도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순희 민조노총 지도위원은 "여기 계신 유족들은 37년전 KAL858기 실종사건의 증인이면서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는 애절함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고 역사적 사명을 가져야 한다"며 유족회가 더욱 긴밀하게 결속할 것을 당부했다.

최규엽 KAL858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전 집행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규엽 KAL858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전 집행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규엽 KAL858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전 집행위원장은 "사건 발생 당시 전두환 정권은 엉뚱하게 태국의 밀림들만 수색하는 척했고, 블랙박스는 중간에 수색을 중지해버리고 찾으려고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다. 비행기 선반 위에 폭발물이 장시간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미리 검사하지 못한, 정부 못지않은 중대한 책임이 있는 대한항공측은 비행기가 이미 산산조각 났고, 바닷속에는 식인상어가 우글거리고 물살이 세서 시신을 찾을 수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1987년 12월 중순 사고 여객기의 잔여물들이 미얀마 안다만 보근에서 속속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오랜 세월  이를 외면해왔다"며 KAL858기 사건은 전두환정권과 대한항공의 미심쩍은 행태와 이후 한국정부의 외면이 낳은 반인도적 사건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윤석열정부는 조속히 대책을 세워 수색에 착수할 것, 민주당은 그 수색을 위한 노력에 함께 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신성국 신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신성국 신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오랫동안 이 사건의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신성국 신부는 추모제를 마친 뒤 "37년의 세월을 변함없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살아온 것, 안다만 망망대해에서 KAL858기 잔해를 발견한 것은 기적이었다"며, "이제 마지막 남은 세번째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그때까지 건강하고 하루하루 희망을 가지고 사셔야 한다"고 유족들을 격려했다.

KAL858기 추정 비행기 동체를 촬영해 보도한 대구 MBC 심병철 기자는 "아직 거리가 좀 많이 남아 있을 뿐 지금 긴 터널의 마지막 끝부분이 보인다"며, "포기하지 않고 가다보면 반드시 닿을 것이고 여러분이 터널끝까지 가는 길에 항상 따라가겠다"고 인사했다.

유족회는 추모제를 마친 뒤 인근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총회를 진행했다.

이날 같은 시각 서울 마포구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는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 회원들과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이 'KAL858기 사건 37주기 추도모임'을 별도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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