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만화 작가가 동시대의 치열한 논쟁과 논란의 대상이 되는 현존 정치인에 대한 평전을 그리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고, 적지 않은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박시백 작가도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역사를 그려온 작가로서 모양이 좀 빠지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라고 고백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대선 때 시작된 '이재명 악마화 프레임'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이 그를 <이재명의 길>로 이끌었다. <이재명의 길>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도 "정치인 이재명의 삶과 그가 그리는 세상을 담는 데엔 턱없이 부족하겠으나 이재명에 대한 오해를 벗기고 악마화 프레임 너머의 진실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라고 썼다.
그래서 <이재명의 길>에서는 전과 4범, 형수 욕설, 대장동사업 등과 함께 혜경궁김씨, 여배우와의 스캔들 등 이재명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퍼뜨린 사건들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박시백 작가는 "이재명 후보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들이 너무 가혹하다고 늘 생각해 왔고, 지금 시점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이런저런 공격들을 제대로 파헤치고 진실을 밝혀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언론만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고, 지난 대선 결과도 그렇게 안됐을 것이다"라며 "어떤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공격이 시작되면 이것을 제대로 된 자체 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속보 경쟁, 단독 경쟁에 뛰어들고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받아쓰기에 급급하지 않았나?"라며 언론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어 "특히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 중 보수적인 일간지들이 앞장서서 만들어 퍼뜨렸는데, 대표적인 보도가 '대장동 그분'이었다"라며 "(그런데) 진보진영 언론도 이것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거나 사실을 제대로 밝히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엉거주춤하게 따라가는 스탠스(보도태도)를 취했다"라고 꼬집었다.
박시백 작가는 <이재명의 길>에서 "올챙이 적을 잊지 않은 사람"이라고 이재명 후보를 표현했다. 그는 "공장과 검정고시, 대학, 사법고시, 사법연수원 등을 거쳐 결국은 자기의 올챙이 적이었던 성남으로 돌아와 인권 변호사를 하고, 그곳에서 벌인 싸움의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시장이 되고, 시장이 되고 나서도 거악과 싸우며 그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폈다"라며 "그것이 이재명 후보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도지사 시절 아파트 단지에 환경미화원과 택배노동자의 쉼터를 만든 것을 거론하면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게 필요하겠네' 하는 것을 잘 찾아내는 뛰어난 능력이 있고, 동시에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의 최근 중도 실용주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집권하면 민주당과 함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내란세력들을 진압하고 관련자들을 벌주는 것들인데 이것과 통합이 전혀 별개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재명 후보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과 사법, 고위공직자 등이 하나가 되어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그들의 공고한 기득권 카르텔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으면 집권의 의미가 있겠나?"라며 "계급적이나 경제적 차원에서의 실용주의에 대해 너무나 보수화된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향후 가장 중요한 일은 그동안 공고해져온 기득권 질서를 깨뜨려 개혁하고 정비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들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솜씨있게 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라며 "이재명 후보의 특징이자 장점이 자기 권한을 가장 최대한으로 잘 사용하는 거니까 그것에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시백 작가는 앞으로 현재의 한국사회를 주조한 시기인 1945년(해방, 미군정, 좌우갈등)부터 1950년(한국전쟁)까지의 현대사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홍대입구역 근처 '옻칠갤러리'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한 박시백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조선일보>의 비아냥,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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