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폐허 위에 펼쳐진 ‘잘사니즘’ 플래카드
이러한 기본 ‘상식’을 전제한 위에서 윤석열의 그간 행적과 태도를 보면 전혀 ‘자유민주주의자’라 할 수 없다. 그는 스스로 온갖 범죄 행위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예,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무마, 주가 조작, 위법한 수사, 불법 여론조사, 국힘당 공천 개입, 허위 사실 유포, 채상병 수사 왜곡, 법관 사찰과 블랙리스트, 고발 사주 등), 대통령으로서의 기본 책무조차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예, 헌법 33조의 노동3권 무시, 가짜 출근, 탈법적 대통령실 이전과 관저 내 온갖 시설물 설치, 탈법적 예산 낭비, 민주당 중심의 의회를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 지난 총선을 ‘불법선거’로 매도, 남북한 긴장 조장, 사법권 독립 훼손 등).
마침내 2024년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이 김건희와 자신의 비리를 은폐·엄폐하고 국힘당의 정권 유지를 위한 비상대책이었지만 결국은 자신을 죽이는 최악의 비상약이었다. 이럴 때 쓰는 영어 표현이 “You are your own worst enemy.”(네가 자신에게 최악의 적)이란 말인데, 간단히, 자승자박이다!
윤석열의 내란 종식과 ‘잘사니즘’을 핵심으로 하는 기본사회 건설을 목표로 등장한 이재명 정부, 나는 개인적으로 이 정부가 ‘꼭’ 성공하길 빈다. 그것은 이재명 개인이 (아무런 ‘빽’도 없이) 소년공 시절부터 시작해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민주당 대표와 국회의원까지 당당히 하고 마침내 21대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이 개인적 성취조차 감동적이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그는 처음엔 아무런 ‘빽’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자기 삶의 과정에서 수많은 ‘빽’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했다. 그 비결은 진실과 양심, 결단과 포용의 태도였다.
정권 아니라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가 꽃피는 나라
그러나 내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비는 또 다른 이유는 민주주의의 발전 차원에서다. 내 어린 시절엔 박정희가 장기 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만들고 시행하면서 ‘한국적 민주주의’란 구호를 썼다. 당시 우리들은 뜻도 모르고 그런 글자가 새겨진 ‘깃’을 가슴에 달고 다녔다. 커서 보니, 그런 게 나치 하 히틀러식 문화(파시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걸 시킨 교육부, 교육감, 교육장, 교장, 교사들이 한편으론 한심하면서도 다른 편으론 불쌍하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그런 시절, 시절들…. 또, 정권 유지와 연장을 위해 무슨 짓이든 일삼았던 탐욕의 무리들….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이재명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정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다.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도 ‘국민이 주인인 나라’,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 ‘함께 잘 사는 나라’, ‘문화가 꽃피는 나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말 이 말처럼 명실상부 민주주의를 꽃피웠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 취임 연설, 취임 후 행보, 국정기획위원회 인선 등을 보면 내심 걱정이 하나씩 솟구친다. 그것은 이재명의 ‘잘사니즘’과 ‘기본 사회’ 구상이 내란 극복을 넘어 일관성 있게 ‘민주주의’를 고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나는 내 이야기가 기우에 불과하기를 기도한다. 그럼에도 잘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쓴 소리’를 해야겠다. 예로부터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했으니까. (다만, 보수-극우 언론이 이재명 정부를 헐뜯기 위해 내 글을 함부로 발췌, 인용하는 것은 절대 사절이다!)
‘코스피 5000시대’가 과연 ‘함께 잘 사는 나라’ 만들 수 있을까?
첫째, 대통령이 강조하는 ‘코스피 5000시대’가 과연 ‘함께 잘 사는 나라’와 조화로울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코스피(KOSPI)란 한국 주식시장에서 쓰는 종합주가지수이다. 그것은 주식 거래 총액과 주식 종류 수를 반영해 계산된다. 주식 종류 수 대비 거래 횟수나 거래 총액이 오를수록 코스피는 상승한다. 대선 이전엔 코스피 지수가 2500 내외였는데 현재는 2900대로 올랐다. 대주주의 전횡이나 주가 조작 세력의 준동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상법 개정안)를 이 대통령도 지지한다. 그래서 많은 지지자들과 상당수 언론은 ‘역시 이재명’이라며 환호한다. 대통령 스스로도 예전에 생계를 위해 “조선업종이나 방산업종 주식”을 산 바 있으며, 만일 지금도 갖고 있었다면 3배는 뛰었을 것이라 했다. 여기까지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주식 내지 주가라는 것이 어떤 원리 위에서 작동하느냐 하는 점인데, 이것이 장기적으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일례로, 어떤 주식의 주가가 정상적으로 상승하려면 해당 기업의 수익성(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예측돼야 한다.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려면 비용 요인은 줄이고 산출 요인은 키워야 한다. 비용 요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원료비, 부품비, 인건비다. 원료비를 줄이려면 자연(생태계)을 파헤쳐야 하고, 부품비를 줄이려면 납품 단가를 후려쳐야 한다. 또, 인건비를 줄이려고 정리해고나 성과 경쟁, 비정규직 고용을 늘려야 한다. 농산물 가격 억제나 노조 활동 억압도 인건비 절감을 위한 방책이 된다. 오폐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는 것도 비용을 줄이는 편법이다. 한편, 산출 요인을 키우려면 같은 비용을 들이고서도 노동 강도를 강화하거나 노동시간을 연장해야 한다. 그 와중에 농민 생계, 노동자 건강, 노동3권 등은 피해를 입기 쉽다. 주가가 오르고 ‘코스피 5000’ 시대가 오는 반면, 모두 ‘함께’ 잘 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과거 박근혜 정부 때처럼 ‘빚내서 집 사라!’ 식의 아이디어를 주식시장에 적용, ‘빚내서 주식 사라!’(이른바 ‘영끌’ 투자)가 되면, 그걸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이들에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극소수의 승자 외에 대다수의 패자가 나오게 되면 사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돈 벌 때는 그렇게 감사해 하지 않으면서도, 돈 잃으면 ‘이재명 탓’을 하기 쉽다.) 그래서 ‘코스피 5000시대’와 ‘함께 잘 사는 나라’ 간의 조화는 (당분간 비합리적인 요인 제거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 오래 가면) 자칫 ‘일장춘몽’으로 끝날 소지가 크다. 주식시장은 결코 황금어장이나 엘도라도가 아니다!
‘힘차게 성장’ 보다는 ‘조금 먹고 조금 싸자’가 정답 아닐까?
둘째, 이재명 대통령은 ‘RE100’(재생에너지 100%) 등 기후위기와 관련, 에너지 전환에도 관심이 많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회복과 성장’이란 아이디어나 ‘다시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라는 구호에서 보듯이 ‘경제성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다소 부족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 위에서 수만 년 이상 그럭저럭 잘 살았는데 최근 들어 (자본주의 경제성장이 지나친 결과) ‘지구위험한계선’ 내지 ‘6차 대멸종’ 같은 얘기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기 때문!
물론,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각국에는 아직도 절대 빈곤층이 대거 존재한다. 이들을 우리의 잣대로 ‘절대빈곤층’이라 보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기본 생활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수십 억). 곰곰 따지고 보면, 이들은 처음부터 게으르거나 운명이 그래서가 아니라, 국내의 지배자들이나 해외의 (신)제국주의자들이 약탈, 수탈, 착취를 해서 그렇게 되었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의 해법은 ‘나눔과 돌봄’이다. 일례로 ‘G30’ 같이 좀 잘 사는 나라들이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들을 재정적, 기술적으로 도와주면서 스스로 ‘세계의 표준이 되는 생활방식’을 모범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세계 표준’이란 미국의 월가가 말하는 표준(자본증식에 도움 되도록 구조조정 강제)이 아니라 기후위기나 6차 대멸종을 예방하고 인류가 지속 가능하게 공생하기 위한 ‘생태민주주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복잡한 얘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금 먹고 조금 싸자’의 철학이다. 이런 철학에 공감하는 세계 각국과 광범위한 연대를 형성하면서 삶의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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