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품목허가, 공공기관 임직원 승진 등 각종 알선 청탁을 빌미로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32차례에 걸쳐 10억여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3대에서 녹음 파일 3만여 개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 파일 속에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관련 내용을 포착해 별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의자신문 내용을 종합하면 이정근이 휴대전화 제출 당시 자신의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오늘 사건에 대해서도 전자정보를 전부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 사건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송영길을 위해 돈을 주고받았다는 것으로 알선수재 사건과 범행 일시와 장소, 동기가 다르다. 통화 녹음 파일이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은 알선수재 사건과 관련이 없어서 결국 검사가 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임의제출된 정보저장 매체를 탐색하던 중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전자정보를 발견한 경우 중단해야 한다는 법리는 이 사건 수사 당시 확립돼 있었다. 법리에 따른 절차는 반드시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며 "검사는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별도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야 함에도 이정근의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가 아예 새로운 사건인 송영길 사건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의 증거로 제출했다. 이정근의 휴대전화에서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는 배제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이 법정 진술을 통해 일부 사실을 인정한 것도 결국 위법 수집 증거에 기반했으므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봤다. 법정에 출석한 이 전 의원은 무죄 선고를 듣고 큰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이정근 녹취록의 증거 인정 여부는 유사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허종식 민주당 의원 등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허 의원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윤관석 전 의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31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탓에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