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은 딸아이의 심리 상태를 걱정해야 했다. 아이는 누가 봐도 놀란 표정이었다. 현장에 있던 김모 경사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앉았다.
"엄마, 아빠가 싸워서 무서웠지?"
부부의 싸움은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아동의 정서적 학대의 순간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남편과 말다툼 하는 과정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딸에게 직접 촬영하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 아빠는 아이가 있는 현장에서 아내를 때릴 듯이 위협하며 욕을 여러 차례 했다. 그것 말고도 아이의 당시 상황에 대해 고려해야 할 점들은 서너 가지 더 있었다. 사적인 문제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아동복지법은 18세 미만인 사람을 의미한다. 법에서 '아동복지'란 아동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지원이라고 규정한다. 또한 아동은 차별 없이 자라야 하며, 안정된 환경에서 조화롭게 성장해야 한다. 아울러 아동은 모든 활동에서 이익이 최우선 고려되어야 하며,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라도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말한다. 정서적 학대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절대 가볍지 않은 범죄행위인 것이다. 이처럼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는 매우 폭넓게 해석되며,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아동의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해 언급한 이유가 있다. 가정폭력으로 현장에 출동했지만, 부부의 행위 또한 아동학대에 해당하였기 때문이다.
"애 앞에서 싸운 건 잘못했지만 그게 죄가 된다는 건가요?"
최근 법원 판결 사례를 보자. 피고인은 12살인 아들의 아버지다. 평일에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인 아들을 주거지에 혼자 남겨두고 주말에만 함께 지냈다. 물론 장기간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 혼자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다니게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했다는 판결이었다. 그만큼 아동복지법은 엄격하다.
피고인인 아버지는 징역형에 해당하는 집행유예 2년을 처분받았다. 또한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도 수강하도록 명했다. 아동 관련기관에는 2년간 취업도 제한되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아동의 방임 정도가 가볍지 않고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의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아동의 직접적인 신체 위해나 학대가 아니더라도 이 사례와 같이 혼자 두는 것도 아동학대에 포함한다. 어느 부모라도 법원의 판결 사례가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할 듯싶다.
그렇다면 이번 신고 현장은 어떨까? 일단 현장에 있던 부부 모두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
"아이 앞에서 욕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 딸아이가 정서적으로 무섭지 않을까요?"
"그래서요?"
"그래서라뇨. 아동복지법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 행위도 해당합니다."
"아니, 애 앞에서 싸운 건 잘못했지만 그게 죄가 된다는 건가요?"
"아내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분과 다툼이 있다고 해서 그걸 아이에게 직접 촬영하라고 시키는 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놀랄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두 분의 진술도 인정하는 부분이라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사가 이뤄질 것입니다."
"정말 그게 죄가 되는지는 몰랐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부부의 행동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진짜로 몰랐을 수 있다. 그렇다고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앞으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관들은 놀란 아이를 안정시켜주는 데에도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중에 그 또래의 아이를 둔 김모 경사가 더욱 신경을 썼다. 다행이었다.
가정폭력의 진짜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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