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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과제는 '주권과 평화'..."진보의 힘, 빠르게 커질 것"

[인터뷰]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저무는 패권에 집착하는 제국의 질주가 지구 전체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

유럽의 전장은 4번의 겨울을 넘기면서 지리한 소모전, 극한의 지구전 양상으로 뒤섞여 있고 중동에선 '더러운 전쟁'이 촉발한 지옥문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동맹'들은 철저히 거래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미국의 일방적 '동맹 블록화' 압박에 따라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서반구(Western Hemisphere)를 독점적 세력권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의지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를 향해서도 가차없는 군사작전을 예고하고 있으며, 대만해협을 둘러싼 동북아의 긴장도 고조시키고 있다.

세상의 혼란과 격동은 나라 안의 사정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당장의 위기에 대한 불안, 앞날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14일 한국이 총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를 합의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에 따른 이행절차는 예정대로 강행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중소 제조업 약화와 산업 공동화를 비롯해 국내 투자와 일자리 감소, 지역산업 생태계 붕괴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결국 미국 의존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한국경제가 미국 중심 공급망에 참여하는 것은 전략적 필요라는 주장이 압도한 결과이다.

한미 동맹현대화, 주한미군 역할의 전력적 유연성에 합의함으로써 원치않는 지역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에 맞서, 햇수로 3년이 되는 2026년 3월까지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 과제를 위해 치열하게 대응해 온 한국 사회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안팎의 격변에 직면해 있다.

분명 위기이되, 극복의 길을 따라 제대로 가고 있지 못하다면 그것이 더 큰 위기일 수 있는 상황이다.

[통일뉴스]는 북한의 제9차당대회가 끝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지 닷새째 되는 지난 4일 진보민중진영이 생각하는 2026년 한국사회의 과제와 진보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상설 연대투쟁체인 전국민중행동의 김재하 공동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지난 연말 병치료를 위해 두어달 병원 신세를 진 뒤 이제 쾌차해서 몸을 추스리는 상황에서도 밝은 얼굴과 힘있는 목소리로 '투철한 진보 낙관주의'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안팎의 수구 기득권이 적나라한 실체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 혼돈의 시대에, 사람들은 빠르게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중도보수'의 이념과 가치는 곧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진보진영은 비록 일시적 혼란을 겪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통해 오랜 세월 누적된 대중의 '공포심'과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조직된 대중'의 힘을 키워 '진보의 공백'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기관사 출신의 김 대표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장을 거쳐 민주노총 비대위원장(2020.7~12)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진보연대와 전국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진보진영이 비록 일시적 혼란을 겪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통해 오랜 세월 누적된 대중의 '공포심'과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조직된 대중'의 힘을 키워 '진보의 공백'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아래는 [통일뉴스]사무실에서 지난 4일 진행한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중요한 건 대중의 지혜와 힘

□ 통일뉴스 : 상상도 못할 일들이 연일 터지고 있습니다. 여러 현안이 있겠습니다만 특별히 올해 주목해서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신지 먼저 말씀해 주시죠?

■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 특별한 사안이나 의제보다는 이제 대중의 의식화가 정말 중요한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제로 본다면 자주, 평화, 통일, 민생 등 여러가지가 있죠. 조금 더 넓게 보자면 요즘 AI(인공지능)과 관련한 미래 전망,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서 다양합니다.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건 대중의 지혜와 힘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건 대중들이 의식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 점에서 대중의 의식화가 핵심과제라고 봅니다.

문제는 시대의 과제가 바뀌었는데, 대중 의식화 수준은 아직 거기까지 못미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겠죠. 올해 내내 예상했던 투쟁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상황도 불거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의식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제일 큽니다.

□ 작년에 미국과 관세·통상협상하는 과정에서 좀 놀라웠던게, 우리 정부가 아주 폭력적인 압박을 가하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는데 대한 반대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 제가 볼때 설문조사를 하면 90% 이상의 우리 국민들은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국을 경제적으로 수탈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쁘다', 뭐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애요. 문제는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사실은 반대하는 행동을 보이진 않거든요.

그 이면에는 패배주의가 있고, 패배주의와 연결된 '숭미 사대주의'...요즘은 '숭미'는 많이 죽은 거 같긴해요. '세계 최대 강대국인데, 우리가 어떻게 해 볼려고 해도 안된다, 그럼 적당한 수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이렇게 되는 거죠.

미국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는 다 싫어하는데, '그래서 어쩔래'라고 하면 결국 선택은 두 가지잖아요. 지금같이 미국의 속국처럼 아니꼬와도 참든지, 아니면 허리띠 졸라맬 각오를 가지고 '한판 붙자'고 하던지. 사람들이 전자의 길을 선택하는 이유는 뿌리깊은 공포심, 그리고 공포심에 기초한 패배주의인거죠.

아무리 해도 안된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대충 잘했다'고 말하는 거죠. 저는 그렇게 봅니다. '빛의광장'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판 붙자'는 마음은 여전히 굴뚝같애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자립경제와 같은 경제구조의 성격과도 연결될 것 같애요. 우리는 한번도 그런 경제구조를 경험해 보지 못했고 진보진영에서도 담론조차 제대로 꿈꿔보지 못한 그런 한계가 있는거죠.

분단 후 지금까지 우리는 지하자원도 부족하고 땅덩어리도 좁아서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세뇌를 당해왔잖아요. 사실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우리 자체의 자립적인 기술능력을 높이는 것인데, 아직 거기까지 상상을 못하고 있으니까 수출주도경제인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할지 엄두가 안나는 거겠죠.

□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꿈이 필요하다는 것이겠군요.

■ 예를 들어 과거 열명의 노동력을 투입하던 일을 한명만 투입해도 가능하게 되는 AI(인공지능)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고된 노동에서 해방되고 남은 시간엔 문화생활을 할 수 있으니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잖아요. 나머지 9명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겠죠. 외국자본이든, 국내자본이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자본의 이윤은 더 커지니까.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의 재분배, 재배치가 되어야만 해결되는 문제에요. 예를 들면, 국가가 나서서 AI 도입으로 인해 늘어나는 사회적 부를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귀촌 젊은이들에게 배분하는 거죠. AI 인프라를 조성하는데는 엄청난 국가예산이 들어가는데, 더욱 커지는 이윤을 자본이 독식하면 불평등이 심화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건 현재의 체제나 정치에서 불가능에 가까워요. 워낙 복잡하긴 합니다만, 결정적으로 정부의 실행의지와 능력, 힘의 문제라고 봅니다.

□ 다시 조금 전 말씀으로 돌아가서 미국에 대한 패배주의나 공포심같은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정책을 최종 결정하고 집행하는 건 우리 정부 아닙니까?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한계와 긍정성이 혼재돼 있다고 봐야겠죠. 긍정성을 먼저 보자면 윤석열 정권과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빛의광장'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하는 것이겠고, 한계에 대해서는 대통령 개인이나 정부의 문제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속속들이 알 수 없는 것이구요.

지금 미국에 맞서려면 베네수엘라나 이란의 경우처럼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게 현실이에요. 국가안보실장과 통일부장관의 갈등도 보이지만 그런 문제를 가지고 쉽게 말할 수는 없겠죠.

당연히 한계는 비판하고 긍정성은 인정하면서 손잡고 같이 할 수 있다면 협력하는 것인데요. 그렇게 하거나 또는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문제이겠구요. 이걸 정권에 대한 지지냐, 비판이냐 이렇게 하면 굉장히 운신의 폭이 줄어들어요.

다소 모호하기는 하지만 진보진영이 정부의 한계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으면 '위성전선'이 된다고 할 수 있죠. 여당의 뒤에서 독자성이 결여된 '위성정당'을 비판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에요.

정확하게 우리는 민중전선에서 해야 할 바 역할은 분명히 하되, 일각에서 주장하는대로 '미국의 품에서 벗어날 용기도 없다'고 하면서 정부를 배척하기만 할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설 명절이 끝날 무렵 주한미군이 우리 정부에 통보없이 서해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하다가 중국과 충돌위기까지 간 사실이 있었습니다. 한미 동맹현대화, 주한미군 역할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기 시작한 건데, 의도치않은 지역분쟁에 휘말려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통보를 했다, 안했다. 사과를 한다, 아니다. 뭐 말들이 많은데 한미연합 작전체계가 있고 거기 한국군 장성들이 있을 것 아니에요. 아마 미리 알았을 거에요. 그런 점에선 주한미군측에서 국방부장관한테 보고하지 않은 건 한국군의 문제라고 지적한게 틀린 건 아니죠.

오히려 더 근본적 문제는 유사시를 상상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이 서해 공해상에서 전투를 하는게 아니라 발진기지인 평택이나 오산, 군산이 공격을 받는 거라고 봐야겠죠.

이란이 주변 국가의 미군기지를 집중 공격하는 과정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전쟁은 게임이 아니잖아요. 오폭도 발생하고 오판도 있죠. 우리가 남의 나라 전쟁에까지 끌려들어갈 수도 있어요.

지금 정부의 스텝이 막 꼬이는 모습이 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좋게 해야 되는데, 중국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서해에서 공중훈련을 하면서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다'는 말을 해서는 상대가 이해할 수 없죠.

러시아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에요.

북극항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면서도 러시아를 공격하는데 사용되는 155mm 포탄을 미국에 제공하고, 남북관계는 엉망진창인데도 서울을 출발한 고속열차가 평양, 신의주를 거쳐 대륙으로 연결하도록 하겠다는 비현실적인 발표를 하고 있잖아요. 말이 안되는 행보죠.

□ 이렇게 말과 행동이 상충되는, 엇박자가 나는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됩니까?

■ 둘중 하나겠죠. 말이 안되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거나, 아니면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이 우리 사정을 이해해 주겠지 라는 것 아닐까요.

주권과 평화가 핵심과제

"진보의 과제는 대체로 주권과 평화, 평등과 민생 문제를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현재 세계 질서를 대개 무질서, 다극화, 대전환으로 정의하는 것 같습니다. 북에서는 혼란과 격변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다시 한번 우리 사회 진보의 과제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 문제는 식민지체제에 경제는 몇십년간 종속된 조건에서 답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 거죠. 해명도 안되고...

진보의 과제는 대체로 주권과 평화, 평등과 민생 문제를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평등과 민생문제 해결은 해방 이후 계속 이어져 온 문제이기도 하죠.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워도 계속 설득하고 개조하는 과정이 수반되는 장기적 과제가 될 공산이 클겁니다.

우리의 경우 자본주의가 전일화된 기간도 오래되었고 워낙 이해관계의 충돌이 큰 일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주권이 없으니까 그 자체가 불가능하잖아요.

결국 평등사회로 가려고 해도 주권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정치권력의 성격에 관한 문제라고 봐야겠죠. 정권의 힘을 가지고 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아직은 거기까지 못가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지금 전 세계가 극심한 혼돈의 시대라고 하죠. 우리 내부도 그렇구요. 5년전의 세계와도 완전히 다른건데, 정치적 역량이나 전망을 포함해서 진보가 많이 부족합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상과 이념으로 무장한 정치집단이 대중을 묶어 세우고 그 힘을 발휘해서 전진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부재하고 모색하는 중이라고 봐야겠죠.

거칠게 분류하면, 주권과 평화를 고민해 온 진보의 한 흐름은 제도권으로 들어가서 중도 보수화됐고, 평등과 민생을 강조하던 세력은 다원주의, 서구식 사민주의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애요.

□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위기라고 볼 수 있겠군요.

■ 위기라는 생각까지 하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낙관합니다. 지금 대중들은 예전보다 아주 빠르게, 우리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도 파악하고 있어요. 아무튼 운동 주체 세력도 혼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해결의 방향과 방법을 찾아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중들은 엄청나게 지혜롭습니다. 남은 건 운동 주체세력의 역할이겠죠. 사회운동에서 진보의 재정립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과연 진보가 뭐냐?라는 거죠.

□ '진보의 재정립'이라는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요?

■ 진보는 상대적 개념이어서 예전 박정희 시절에는 '유신독재 철폐'가 진보였다면, 지금 진보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주권과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중 핵심은 주권문제인데, 국가·정치·군사영역 뿐만 아니라 경제 영역까지도 실제로 좌우하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조선소같은 건 아주 중요한 우리의 재부이잖아요. 이 산업이 잘돼야 되는데, 그렇다고 전부 중소기업으로 하자고 해서는 안되거든요. 투자도 해야 되기 때문에 개별기업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결정이 있어야죠. 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는 이런 자립적 경제능력과 재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주권 영역에서 가로막혀 있는 거죠. 삼성이나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키는 건 맞는데 미국이 아니라 우리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중도보수의 이념과 가치는 한계 봉착할 것

□ 민주당은 중도 보수를 표방하고 나머지 거대 정당 중 한 곳은 극우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진보의 자리가 공백처럼 느껴지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그 공백을 메워야 할까요?

■ 진보가 더 크게 역량을 강화하려면 세 축이 있겠다, 먼저 정당으로 표현되는 정치역량입니다. 그 다음은 대중조직과 전선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제일 중요한 게 정치역량이죠.

특별한 왕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보기에 대중들이 지금 이재명 정권에 환호를 보내는 건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윤석열 잔존세력이 버티고 있으니까 더욱 그런거에요. 뒤집어보면 드디어 오래된 식민지체제의 뿌리가 다 밝혀지고 있는 거죠.

사법부도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대충 고상한 척하면서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서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제 노골적으로 본심을 드러내고 있어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당히 국제규범이다 뭐다해서 체면도 차렸는데, 지금은 그렇게 감당이 안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완강한 식민지체제의 기득권 뿌리와 그에 부역하는 세력들이 아직 남아있는 조건에서 그것들과 대항하는 현 정권에 대중들이 환호를 보내고 지지하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100% 만족하느냐고 물어보면 '뭐 한계가 있지,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 거든요.

그런데 진보진영이 부족하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줄기차게 투쟁하고 의식화하며 힘을 키우는 과정은 아주 빠르게 진행될 거라고 봅니다. 먼저, 지금의 현 정권이 표방하는 중도보수의 이념과 가치로는 경제와 안보를 다루는데서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요.

안보문제만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정책이 시행되고, 그에 대해 미국의 압박은 더 강해질 것 아닙니까. 미국의 이란 공격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미국 입장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사정을 봐 줄 여유가 없잖아요. 더 강압적이고 노골적으로, 아주 폭력적으로 나올 거애요.

경제문제는 더 말할 게 없죠. 주식시장이 6천을 향해 곡선을 그리든 말든 이미 기초가 허물어지고 있잖아요. 이럴 때 현 정부의 한계가 보이면 수구보수세력이 틈을 노리고 역전시키려고 나오겠죠. 그렇게 돼서는 안될 일이잖아요. 그게 좀 어려운 대목이긴 합니다.

 

□ 전국민중행동에서 대전환의 시대를 대비하는 연구활동같은 걸 준비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아주 중요한 과제입니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노동자, 농민에 비견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데 이들이 몸담고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연구가 정말 필요합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우리의 힘이 못미치네요.

□ 2년 전부터 시작해서 작년 1년과 지금까지 내란 청산, 사회대개혁이라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달려왔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진행됐는지 평가해 주신다면요.

■ 지금도 진행형이죠. 내란청산 과제는 워낙 많고, 사회대개혁도 각 영역이 있잖아요. 광장의 요구에 비해서는 많이 미흡한 내용이고 속도도 느립니다.

결국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 과제는 진보진영의 투쟁과 힘만큼 가게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기성 정치권은 광장에서는 다 약속하거든요. 그러다 나중엔 달라지죠. 노동자 민중의 투쟁과 힘이 그 수준을 좌우할 겁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 시민사회단체, 정당들이 모여서 각 영역별로 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조금 진척을 보이는 일도 있고 어떤 일은 속도가 안나거나 수위가 낮아지는 것도 있어요. 곧 지방선거인데, 그런 건 아직 손도 못대고 있죠.

정부 산하에 민관위원회를 만들었고, 그러면 정부 입장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그 추운 겨울에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간절하게 희망과 연대를 이야기했는데, 눈녹듯 사라져 버린 느낌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결국은 조직화된 역량이 돼야 된다는 걸 절감하죠. 광장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아주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예외이겠지만요. 노동자들 중에서도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에 취업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업할 곳이 없거나 불안정합니다. 기껏 월급 3백만원을 받아도 집세 내고 밥 사먹고 하면 남는게 없어요. 희망이 절벽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에요.

희망이 절벽이라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조직화된 힘이 없으면 울분을 토로하는 것밖에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조직화된 힘이 정말 필요합니다.

북, '적대적 두 국가론'...'자주권'이 요체

김 대표는 지난 몇년간 우크라이나, 가자, 베네수엘라,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전하는 언론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독자들에게 "절대 언론 보도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통일뉴스]에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격동의 세계를 균형감있게 전달하는 진보언론의 역할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다른 질문입니다. 지난 달 19일부터 25일까지 북한은 제9차당대회를 개최했는데, 어떻게 보셨는지요?

■ 여러 곳에서 분석들을 하시는데, 저는 그 내용보다도 한달 넘게 아래로부터 총화를 하고 5천 명의 대표가 선출돼서 일주일동안 토론끝에 결론을 내는 과정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북은 인구도 2,600만 명 정도로 그리 많지 않은데, 핵무기 개발, 대규모 건설, 제재속 자력갱생, 농업생산과 같은 일들을 어떻게 다 할까? 평소 궁금했어요. 이번에 그런 힘의 원천을 본 것 같애요.

지난 5년간 크게 성과를 냈다고 하면서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특징적으로 봤습니다.

□ 이번 제9차당대회를 보면서 남북관계는 꽤 긴 시간동안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고착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계획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 북에서는 대외부문 평가에서 대미정책과 대한(대남)관계 입장을 낸 거잖아요?

미국에 대해서는 대북적대시정책을 철회하고 핵보유국지위를 인정한다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그건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여전히 대북제재를 하고, 참수훈련을 비롯한 군사훈련도 하면서 조건없이 대화하자고 했단 말이에요. 언론이 이런 상황을 보면서도 북미 관계 개선 신호 운운하는 보도를 하는 건 심각한 '오도'라고 생각해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고 한 건 한참 됐죠. 지난 2023년 12월 제8기 9차 당전원회의에서 처음 나왔는데 이번 9차당대회에서 다시 이야기했단 말이에요.

이번엔 그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고 더 공고하게 두 국가관계로 가겠다고 한 건데...'그 다음엔 뭘 할 수 있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북의 발표를 좀 거칠게 정리하면, '꿈깨라, 6.15 같은 기준은 지난지가 한참인데 아직도 못 알아듣네', '제발 자주권을 행사해라. 나머지 이야기는 백날 해 본들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이걸 두고 '통일이 물 건너 갔다거나 민족은 끝났다'라고 하는 건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천년간 유지되어온 역사인데, 그런다고 민족이 없어지겠어요. 그런 논란보다는 대한민국에서 자주권의 문제, 특히 반제자주투쟁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죠.

남북교류 같은 걸 원하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뭐 열심히 하시면 되겠죠. 아마 잘 안될 겁니다.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대외관계에서 당의 유일적 영도'를 강조하는 걸 보면 북 내부에도 당의 의도와 무관하게 그런 사람이 아직 있나봐요.

□ 끝으로 진보의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통일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십시오.

■ 제 생각에 올해는 6월 3일 지자체 선거가 제일 중요할 것 같애요. 선거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광장보다는 투표장으로 가려고 합니다. 수구 보수세력을 청산하고 진보정치치 역량이 진출할 수 있도록 비약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구보수세력을 심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진보정당이 약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선거때만 되면 연대연합의 정신을 내팽겨치고 독식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반복된 그런 행태가 사람들의 마음을 멀게 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선거시기에 활동의 제약이 있긴 합니다만, 전국민중행동은 노동자 민중의 반제자주의식, 계급의식을 높여서 주권과 평화 문제를 중심으로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지난 몇년간 우크라이나, 가자, 베네수엘라,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전하는 언론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군사적 수단과 언론·SNS를 뒤섞어 일상과 전장의 경계를 허무는 '하이브리드 전쟁'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서방 언론과 국내 주요 언론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

독자들에게 "절대 언론 보도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통일뉴스]에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격동의 세계를 균형감있게 전달하는 진보언론의 역할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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